늑대의 유혹 - Romance of Their Ow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늑대의 유혹, 결국은 보고 말았다. 결론? 돈 안 아깝더라. 적어도 '내 남자의 로맨스'보다는 백배는 덜 아까웠고 같이 본 후배 말에 따르면 '킹 아서'보다도 백배는 낫단다. 캐스팅 만으로도 돈 안 아까운 영화가 있긴 하구나, 라고 실감.

스토리, 당연 엉망으로 튄다(귀여니에게 뭘 바라냐-_-). 동행 표현대로 "어쩌면 저렇게 온갖 순정만화에서 나온 스토리들을 다 짜깁어 놨냐"다. 출생의 비밀, 이복남매, 어린 시절의 추억, 삼각관계, 오해, 패싸움, 심장병, 안구 기증까지 아주 고루고루다-_-;;;.그 모든 요소의 제대로 된 인과관계? 당연히 절대 없으며 등장인물 대다수, 특히 여주인공은 솔직히 좀 모자라보이기까지 한다. 포스터만 보면 여주인공이 무지 비중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거의 중심인물이고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고 대사도 무지 많은데, 요새 드라마나 영화에서 저 정도로 심하게 맹한 애도 참 보기 드물다 싶었다.

그렇긴 해도 보는 내내 양손에 떡을 쥔(-_-) 여주인공이 어찌나 부럽던지. 뭐 이복동생이라는 설정도 아주 도덕적으로 두 남자 다 곁에 둘 수 있으니 나름대로 이상적인 해결책인데 말야....(너무 속보이나;;;;;).

이 영화는 결국은 남자 둘, 강동원과 조한선의 영화인 셈이다. 하도 강동원 이야기만 많이 나와서 조한선은 영 아닌가 했는데 나름대로 조한선도 꽤 멋지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강동원, 조한선 정도 되는 애 둘이 같이 나와주면 나와서 무슨 짓을 해도 눈은 즐겁다는 걸 새삼 알았다. 뭐 나만이 아니라 관객 대다수가 그런 듯. 9시라는 시간대에도 극장은 거의 만석이었는데(200만 넘었다더니 진짜인가보다), 영화에 감정이입하는 사람은 그닥 안보이고 다들 진지심각한 장면에서 키득키득 웃으면서 본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강동원의 "누나, 사랑해"라는 눈물 고백 씬도 왜 그리 웃긴 것인지.개인적으로 제일 즐거웠던 장면은 그 맹한 여자애 빼고 남자애 둘이서 한 편 되어서 싸운 후에 강변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는;;;;.

* 아, 송승헌, 권상우도 교복입고 나오는 판에 뭐라 할 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조한선, 강동원도 고딩으로 나오는 건 좀 버겁다. 특히 여주인공이 어찌나 어려보이던지, 남자들이 둘 다 여주인공보다 연하로 설정되어 있는 게 참 어색하더라. 사실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거 외엔(강동원 교복입은게 좀 멋지긴 했지만)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어야 할 이유를 전혀 모르겠긴 하다. 영화 내내 공부라곤 정말 한 자도 안하는데다 조한선이 차 몰고 나오는 장면까지 있으니 차라리 대학생으로 나오는게 훨씬 낫겠드만...(중간중간 황당한 장면을 볼 때마다 우리가 요새 고딩들은 저러고 노냐?라고 궁금해하긴 했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남자의 로맨스 - How to Keep My Lov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0. 유행대로 한줄 영화평을 써보자면 "나는 돈내고 봤지만 남한테 돈내고 보라고는 말 못할 영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뭐 상대가 김정은의 광팬이라면 모를까.

1. 요 10년간 한국영화가 놀랍게 발전한 건 사실인데, 올해 들어서 본 한국 영화, 특히 소품들은 다들 설정만 재밌고 시나리오의 짜임새나 뒷심이 없다. '어린 신부'는 문근영 보는 재미라도 있었고 '홍반장'은 김주혁 보는 재미라도 있었지...전혀 김정은 팬이 아닌 나에게는 이 영화가 올해 본 한국영화 중 제일 별로였다. 세 영화 다 뒤로 갈수록 짜임새가 떨어지긴 했지만 순위를 매기자면 시나리오도 이 영화가 제일 별로다. "노팅힐의 휴 그란트에게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었다면?"이 이 영화의 테마라고 들었는데, 똑같이 엉성한 구도라면 난 차라리 헐리우드산 영화를 볼 거 같다. 왜? 풍경이라도 볼거리가 있잖아.

2. 제일 화가 나는 건 역시 주인공인 김현주(김정은). 내가 소훈(김상경)이었다면 은다영이 미인이고 잘나가는 여배우여서가 아니라 그 성격의 쿨함에 반해서 은다영한테 갔을 것 같다-_-. 남자친구가 별 거 하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먹고 온갖 오버로 은다영한테 경고하려는 현주의 모습은 제 3자가 보기에도 심하게 지겹다(원래 내가 푼수주책 여주인공을 좀 싫어하긴 하지만....) 거기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극중 현주의 모습은 남자친구를 정말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스물아홉에 유일하게 결혼할 가능성이 있는 남자를 놓치기 싫은 몸부림으로 보인다.

물론 영화는 7년간 둘이서 어떤 사랑을 가꾸어왔는지 단편적으로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7년간 둘의 관계를 유지시켜 온 것이 소훈이 한번 기다리라고 하면 비가 오건 눈이 오건 가게가 닫건 올 때까지 기다리는 현주의 순정이었다면 "나만 바라보는 네가 부담스럽다. 난 네가 너 자신이었으면 해"는 소훈의 말도 백번 이해가 간다. 기다리라고 해놓고 까맣게 잊어먹고 집에 들어가버리는 소훈도 단순히 건망증이라고 봐 주기엔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뭏든 결국 그 여배우를 스토킹하는데 전력을 바치다 직장마저 짤리는 현주,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스물 아홉의 여자에겐 남자 말고는 중요한 게 그렇게 없단 말인가? 물론 영화는 현주가 소훈의 말을 듣고 스스로를 가꾸기 위해서 어학공부를 하고 번지점프를 하고 새 직장을 찾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건 소훈이 그렇게 기다리는 프로포즈를 할 때까지, 그래서 그림같은 집에서 애를 넷이나 낳고(!!) 오손도손 살 때까지의 막간극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 비하면 은다영 쪽은, 뭐 가진 자의 여유일 수도 있지만 성격적으로 그야말로 쿨한 매력을 보여주는데, 그래서 마지막에 "현주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흔들린 적 없다는 소훈의 고백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더라. 내가 너무 시니컬한가?

3. 김정은이 연기 잘 한다는 건 알겠는데, 이전에도 나쁘지 않은 얼굴이었는데 왜 그리 고쳐댄 건지 눈 부분은 너무 어색해서 보기 민구할 정도다. 오승현 역시 만만치 않은지라, 두 여배우가 잡히는 투샷은 참...누가 누가 더 고쳤나를 대결하는 듯한 구도였다는. 거기다 둘 다 마르긴 얼마나 말랐는지, 특히 오승현은 정말 팔이나 다리를 건드리면 톡 부러질 듯이 말랐다. 김상경은 좀 살이 붙은 것 같았는데, 그 약간 부담스런 듬직함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좋아보일 정도였으니...

영화 보면서 비쥬얼상으로 제일 보기 좋았던 건 친구로 나왔던 이유진의 멋진 몸매였다.그 적당히 글래머러스하고 탄력있는 곡선은, 정말 토종 한국인에게선 나올 수 없는 걸까?

4. 요새가 PPL의 시대라고는 해도, 이 영화는 좀 심하다. 소훈이 세스코맨으로 설정되어 있는 건 그렇다 치고, 제일 깨는 건 마지막의 TGIF 광고. 그 빗속에서 기껏 만난 소훈에게 TGIF 박스를 내미는 현주의 모습은, 빨강머리 앤 중에서 앤이 공들여 쓴 소설을 베이킹파우더 회사 공모전에 공모하기 위해 다이애너가 고치면서 결정적인 남녀주인공의 청혼 장면에 "앞으로 우리집에서는 ** 베이킹파우더 말고는 쓰지 말도록 합시다"란 것을 넣었다는 걸 듣고 앤이 소스라쳤던 그 에피소드가 생각날 정도였다. 마지막 다 만든 필름을 보고 TGIF에서 자기네가 협찬한 비용에 비해 너무 노출도가 낮다고 딴지라도 건건가?-_-;;.

5. 아..정말, 국산이건 외국산이건 제대로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 없나? 올해 들어 다른 영화들은 괜찮은데. 로맨틱 코미디는 보는 족족 다 아쉬우니...원래 로맨틱 코미디 무지 좋아하는데, 나이들면서 내가 바뀌어서 그런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로이 - Tro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전반적인 감상은 스펙터클이 제대로 살아 있고 세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지나가니 영화 그 자체로는 괜찮은 편인데, 원작인 일리아드는 제대로 말아먹었다-_-;;;라는 것. 이 영화가 미국 고고학계에서 평이 안좋다고 해서 어차피 영화인데 학계가 오버로군.했는데 이 정도로 맘대로 해놨으니 펄펄 뛸 만도 하다. 일단 일리아드 원작에서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다 빼버렸고, 그 때문에 아킬레스의 죽음이 좀 이상해진 건 그렇다치고(그럴바엔 복숭아뼈에 굳이 화살이 꽂힐 이유도 없잖아-_-;;), 메넬라오스랑 아가멤논을 원작과는 판이하게 그렇게 죽여버린 건 좀 너무한다. 뭐 아가멤논이 죽는 순간 상당히 신나기는 했지만;;.

2. 제목이 트로이라 그런가, 보는 내내 트로이 쪽에 감정 이입. 주인공은 아킬레스인데도 등장인물 중에 제일 마음이 갔던 건 헥토르 쪽. 에릭 바나가 연기를 잘 한데다 헥토르란 캐릭터가 워낙 딱 싫지 않을 만큼 반듯하고 인간적인 영웅이라..에릭 바나의 영화를 찾아서 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는데 필모그라피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게 "헐크"라니..이건 좀-_-;;;.

3. 뭐 이건 굳이 영화만이 아니라 트로이 전쟁 이야기 나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파리스와 헬레네는 그야말로 민폐 커플이 아닌가-_-;;

헬레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남편이랑 사는데 파리스 같은 남자가 유혹하면 당연히 넘어가고 싶겠지만, 몰래 바람피우는 걸로 끝낼 것이지 같이 가잔다고 따라온 게 결정적 실수다. 차라리 원작에서는 아프로디테가 그렇게 만들었으니 변명거리라도 있지만. 가뜩이나 세상 최고의 미녀라 해도 전쟁의 원인이 될 만큼 가치있는 여자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영화 속의 헬레네는 미모마저 떨어진다-_-;;;.

파리스에 대해서는, 올랜도 블룸이 그 역으로 나온게 슬플 지경이었다 ㅠ_ㅠ. 반지에서 내가 제일 이뻐하던 요정왕자님이었는데, 어찌 그리 비겁하고 생각없고 우유부단하고 자존심 없는 인간으로 나온단 말인가!! 헥토르의 치명적인 약점은 그런 인간을 동생으로 둔 거였다. 메넬라오스와의 결투에서 지고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죽어!! 죽으라니까!!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고, "이런 놈 때문에 날 떠난 거냐?"고 지켜보던 헬레네에게 절규하던 메넬라오스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갔다. 아킬레스가 파리스같은 놈의 화살에 죽는다는 게 억울할 지경이었으니...(아니 뭐 여전히 이쁘긴 했지만, 올랜도군, 다음에는 부디 좀 더 멋진 역할로 나타나주길;;;).

4. 아킬레스 역의 브래드 피트는 조금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생각되었지만, 회색인양 말대로 "나이 40에 그만큼 뛰어줬는데" 더 바라는 게 양심없는 거겠지. 몸매도 멋졌다 *_*.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 보다도 아킬레스라는 캐릭터가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세속적인 영웅이 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삶에도 큰 애착이 없으면서 "후세의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니, 뭔가 앞뒤가 안맞지 않은가-_-;;;. 좀 더 쿨하거나 좀 더 진지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했다구. 기본적으로 영화 전체를 지배한 "후세에도 영광스런 이름을 남기고 싶다"라는 명제에 내가 별로 동의를 안 해서 그런건가..

브리세이스로 나온 배우는 소피마르소랑 컬리수를 섞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거기에 소이현을 양념으로 친 거 같았다;;). 뭐 간만에 본 속 터지게 하지 않는 여주인공이긴 했다. 러브씬을 보면서는 저때 옷들은 벗기기가 지나치게 쉽구나;;;;싶었다는.

5. 원래 바보에겐 별로 동정을 안하는 편이라..도대체 트로이인들은 그 목마를 뭐하러 가지고 들어간 걸까. 파리스가 영화 전체에 걸쳐 그거 태워버리자고 딱 한마디 옳은 말 했건만 그 말 안 듣고 말야-_-;;;그러니까 망한 거라구!!

6. 영화 설정에 따르면 아킬레스, 헥토르,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다 죽고 살아남은 건 오디세우스 하나인데, 사실 이 영화에서의 오디세우스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야말로 건전하고 상식적이면서 쿨한 타입인데, 아가멤논에게 "그럼 돌아갑시다" 할 때는 그 쿨함이 무지 웃겼다는... 후편으로 오디세이아도 만들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만들면 보러 가줄 생각 있음.

7. 나름대로 서양고대사 전공자;;이긴 한데, 글쎄, 글래디에이터보단 이쪽이 마음에 들었다. 공부 손 놓은지 오래되다 보니 인제는 이런 영화를 봐도 예전에 알았던 내용들을 많이 잊었구나 싶어서 슬프기는 하다. 앞으로 알렉산더나 한니발를 다룬 영화도 나올 거라는데...영화는 많고 공부도 좀 더 해야 겠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영화
평점 :
상영종료


0. 연휴 마지막 날, 월요일에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을 봤다. 그럭저럭 재미있었고 홍반장에 대해 "한국영화사상 가장 사랑스런 캐릭터"라 평한 어느 평론가를 이해할 수도 있었는데...강추!라 하기 어려운 건 마지막 10분 때문(이건 오늘 본 "어린 신부"도 마찬가지다. 니들 짰냐?-_-;;;).

1. "홍반장" 김주혁, 일당 5만원짜리 잡부라는 설정은 좀 그렇지만(-_-) 성격과 능력은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이다. 학벌과 직업이 빵빵한 남자보다 오히려 저런 식으로 능력있는 남자가 실생활에서 얼마나 여자한테 어필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경험도 있는지라, 엄정화에게 충분히 동감(그런데 엄정화, 좀 심하게 나이든 티가 나서 슬프더라).

2. 친구건 뭐건 아뭏든 홍반장 같은 남자가 옆에 있어주면 인생 살기 무지하게 편해질 거 같다(게다가 일당 5만원이면 뭐건 해결이라니;;;). 거기에 비해서 엄정화는 너무 사고뭉치에 푼수다. 물론 그래야 홍반장 캐릭터가 살아나겠지만서도. 하긴, 여자건 남자건 뭔가 일을 만들어야 자꾸 얼굴 볼 일이 생기고 사연이 생기는 거긴 하다. 일 만드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남한테 신세지는데 알레르기 있는 나는 그래서 연애를 못하는지도.

3. 엄정화가 중간에 "결혼은 미친 짓이래"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혼자 쿡쿡거리고 웃었다. 나만 웃겼나...

4. 조역으로 나온 김가연이 오히려 튀었다. 공주병 연기도 연기였고, 난 간호사 옷에 그렇게 다양하고 이쁜 가디건을 매치시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5. 김주혁이 윗통벗고 나오는 장면이 딱 한장면 있는데, 김주혁이 30대라는 게 실감났다(-_-;;) 함께 본 모양은 김주혁에게 김래원 같은 20대 얼짱들의 몸매를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운동 좀 하지.........(옷 입은 게 훨씬 보기 좋더라).

6. 다 좋은데 시나리오가 뒤로 갈수록 수습이 안된다. 홍반장의 공백기 3년이나, 엄정화가 엄청난 재벌 조폭(이겠지?)의 집 뛰쳐나온 딸래미라는 설정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 바람에 없느니 못한 설정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에 가서 초치기로 영화를 찍었나?-_-;;;

그리고 엄정화를 쌀쌀맞게 거부하던 홍반장의 진심을 홍반장의 창고 숙소에 만들어놓은 와인 창고와 홍반장의 대사 한두마디로 해결해버리는 것 역시 너무 약하다. 로맨스의 관건은 두 주인공이 왜 끌리는지보다 도대체 뭐가 두 사람 간의 장애물이 되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정이란 말이다. 해피엔딩을 무조건 좋아하는 내가 봐도 좀 심했다.

7. 그래도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그 배경이다. 모든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내는 아주 시골마을이고 산부인과도 없어서 동네 아줌마가 애 받는 마을이긴 한데, 그래도 편의점과 치과가 들어올 정도 규모는 되는 바닷가 마을(쓰고 나니 좀 황당하다). 홍반장이라는 기묘한 캐릭터와 어울려서 이 마을은 세상과 동떨어진 이상향 같은 기묘한 매력을 풍긴다(홍반장의 말에 따르면 "지중해풍"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주혁과 바닷가 마을의 매력만으로도 꽤 볼만하다고 생각되긴 한다.

8. 결국 이 영화 역시 여자들을 위한 환타지인지도 모르겠다. 단, 홍반장같은 남자의 진가를 아는 20대 후반 이후의 여자들을 위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미도 - Silmid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대강의 소재만 알고 보러간 영화라서,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계속 픽션이 많이 섞인 내용이기를 빌었다. 보고 나서 찾아봤더니 95%는 실화인 모양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부분이다.

2. 권력에는 항상 문제가 뒤따르지만 가장 곤란한 문제는 무책임이다. 그들이 아무리 사형수라고는 해도, 헛된 희망만을 주입했다가 결국은 저런 식의 수수방관이라니. 실제의 그들은 아마도 내가 접할 일도 이해해야 할 일도 없을 사람들이었겠지만, 그래도 영화속의 그들 때문에 지독하게 마음이 아팠다. 울었다.

3. 안성기를 이해한다. 스스로 머리에 총을 겨눌 수 밖에 없던 그 심정을. 나라도 아마도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4. 이 부분은 아마도 연출이었겠지만,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피로 쓰던 훈련병들. 허준호의 손에서 떨어지던 사탕 봉지와 함께 제일 가슴 찡한 부분이었는데, 아마도 한국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코드다 싶기도 하다.

5. 주인공들만이 아니라 훈련병과 기간병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름대로의 존재가치를 가진 개체인데 그들이 외부 권력에 의해 일괄적으로 말살당한다는 것이 영화보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인간이란 간사해서, 강간을 저지른 훈련병 둘의 죽음은 유일하게 슬프지 않은 죽음이었다. 강간당한 여선생의 삶은 그들이 망쳐놓은 것이니까. 사실 살펴보면 모두들 그 정도 범죄는 저지르고 들어왔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눈으로 본 것과 보지 않은 건 차이가 크다.

6.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배우들도 모두 빛났다. 한국영화를 한층 더 영화답게 만들어주는 그들에게도 감사를.

7. 실미도는 무의도 옆이란다. 모 축구 선수의 고향이라고 해서 처음 지명을 들었던 곳인데 요즘 천국의 계단 촬영지까지 들어와서 이래저래 유명세를 타고 있나보다(그 축구선수랑 비슷하군..). 기분내키면 한번쯤 가볼까 싶어졌다. 영화의 흔적은 거기 없다는 건 알지만서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