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영화
평점 :
상영종료


0. 연휴 마지막 날, 월요일에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을 봤다. 그럭저럭 재미있었고 홍반장에 대해 "한국영화사상 가장 사랑스런 캐릭터"라 평한 어느 평론가를 이해할 수도 있었는데...강추!라 하기 어려운 건 마지막 10분 때문(이건 오늘 본 "어린 신부"도 마찬가지다. 니들 짰냐?-_-;;;).

1. "홍반장" 김주혁, 일당 5만원짜리 잡부라는 설정은 좀 그렇지만(-_-) 성격과 능력은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이다. 학벌과 직업이 빵빵한 남자보다 오히려 저런 식으로 능력있는 남자가 실생활에서 얼마나 여자한테 어필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경험도 있는지라, 엄정화에게 충분히 동감(그런데 엄정화, 좀 심하게 나이든 티가 나서 슬프더라).

2. 친구건 뭐건 아뭏든 홍반장 같은 남자가 옆에 있어주면 인생 살기 무지하게 편해질 거 같다(게다가 일당 5만원이면 뭐건 해결이라니;;;). 거기에 비해서 엄정화는 너무 사고뭉치에 푼수다. 물론 그래야 홍반장 캐릭터가 살아나겠지만서도. 하긴, 여자건 남자건 뭔가 일을 만들어야 자꾸 얼굴 볼 일이 생기고 사연이 생기는 거긴 하다. 일 만드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남한테 신세지는데 알레르기 있는 나는 그래서 연애를 못하는지도.

3. 엄정화가 중간에 "결혼은 미친 짓이래"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혼자 쿡쿡거리고 웃었다. 나만 웃겼나...

4. 조역으로 나온 김가연이 오히려 튀었다. 공주병 연기도 연기였고, 난 간호사 옷에 그렇게 다양하고 이쁜 가디건을 매치시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5. 김주혁이 윗통벗고 나오는 장면이 딱 한장면 있는데, 김주혁이 30대라는 게 실감났다(-_-;;) 함께 본 모양은 김주혁에게 김래원 같은 20대 얼짱들의 몸매를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운동 좀 하지.........(옷 입은 게 훨씬 보기 좋더라).

6. 다 좋은데 시나리오가 뒤로 갈수록 수습이 안된다. 홍반장의 공백기 3년이나, 엄정화가 엄청난 재벌 조폭(이겠지?)의 집 뛰쳐나온 딸래미라는 설정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 바람에 없느니 못한 설정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에 가서 초치기로 영화를 찍었나?-_-;;;

그리고 엄정화를 쌀쌀맞게 거부하던 홍반장의 진심을 홍반장의 창고 숙소에 만들어놓은 와인 창고와 홍반장의 대사 한두마디로 해결해버리는 것 역시 너무 약하다. 로맨스의 관건은 두 주인공이 왜 끌리는지보다 도대체 뭐가 두 사람 간의 장애물이 되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정이란 말이다. 해피엔딩을 무조건 좋아하는 내가 봐도 좀 심했다.

7. 그래도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그 배경이다. 모든 사람이 서로 알고 지내는 아주 시골마을이고 산부인과도 없어서 동네 아줌마가 애 받는 마을이긴 한데, 그래도 편의점과 치과가 들어올 정도 규모는 되는 바닷가 마을(쓰고 나니 좀 황당하다). 홍반장이라는 기묘한 캐릭터와 어울려서 이 마을은 세상과 동떨어진 이상향 같은 기묘한 매력을 풍긴다(홍반장의 말에 따르면 "지중해풍"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주혁과 바닷가 마을의 매력만으로도 꽤 볼만하다고 생각되긴 한다.

8. 결국 이 영화 역시 여자들을 위한 환타지인지도 모르겠다. 단, 홍반장같은 남자의 진가를 아는 20대 후반 이후의 여자들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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