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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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이나 경구 따위에 취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점에서 다른 책을 고르다 신문 광고에 나왔던 표제시와, 작은 사이즈와 저렴한 가격(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손바닥만한 미니북이다) 덕에 집어들었던 책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참 좋았다. 왜 '류시화'라는 이름이 출판계에서 브랜드화되다시피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표제시도 물론 좋았지만,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좋은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전에 살았던 이들의 삶의 지혜와 연륜, 통찰력이 담긴,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한 구절들도 가득찬 책이라서 읽으면서 많이 즐거웠다. 뜻밖의 장소에서 샘물이 퐁퐁 솟아오르는 샘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작년 크리스마스에 참석했던 친구들 파티에서 5000원 미만으로 각자 선물을 준비해오기로 했었는데 고민하다 이 책이 떠올라서 고민이 해결되었다. 선물받은 친구도 굉장히 좋아해서(가지고 싶었던 책이라나) 두배로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부담없이 살짝 건네주기에 참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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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닭 피라미드에서 롤러블레이드 타다 - 이우일의 303일 동안의 신혼여행 2
이우일 외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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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특히 보통 여행도 아닌 신혼여행이라면 그 꿈에는 온갖 옵션이 다 붙기 마련이고, 그 중에 한번쯤 생각은 해보지만 대부분은 절대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게 바로 유럽배낭여행으로 가는 신혼여행일거다. 물론 시간과 돈이 여의치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친구 사이로도 가서 엄청나게 싸우고 사이 벌어져 돌아오기 일쑤인 배낭여행을 갓 결혼한(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안 그래도 싸울 일 천지인) 배우자와 함께 떠난다는 건 엄청난 모험이 아닌가.

그 용감무쌍한 짓을 1,2주도 아니고 한두달도 아니고 303일, 근 열달이나 해낸 용감무쌍한 커플이 바로 도날드닭 이우일과 그의 아내 선현경이다. 스페인에서 아일랜드까지 유럽의 구석구석과 이집트, 캐나다까지 돌아다닌 그들 여행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선현경이 글을 썼고, 이우일이 만화식의 삽화를 그렸다. 덕분에 같은 사건에 대한 두 사람의 다른 시각(혹은 해석)도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그 덕분에 책의 형식도 신선하지만, 그들의 관심 역시 일반 여행객들과는 조금 틀리기에 이 책이 더 흥미롭다. 물론 남들 다 가는 유명한 유적지와 박물관도 가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젊은이 취향의 장소가 여행기 중에 많이 등장하고, 둘 다 미술계통을 전공하는 만큼 미술과 관련된 장소들도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읽는 건 즐겁지만, 이런 여행을 나에게 하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건 내가 나이든 탓일까(몇년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던가?) 인제 그들이 새로운 것을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보다는 숙소와 이동의 고생담이 더 뼛속깊이 느껴지고, 아아. 대단한 사람들이야~하면서도 내 집의 따뜻한 방바닥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하긴 선현경씨도 여행이란건 하는 동안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고 끝나고 나서야 그 여행이 행복했었는지 어떤지를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이 책을 끝맺고 있으니, 어차피 여행이라는 건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겪어보기 위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뭐,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최근에 했던 여행도 어차피 그랬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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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네 - 반쪽이 부부의 작은 세상 반쪽이 시리즈 3
변재란 글 최정현 그림 / 한겨레출판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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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그런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반쪽이가 보기 드문 좋은 남편이고 페미니스트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매일 그의 입장에서(가끔은 하예린의 입장에서) 주로 그려지는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째란이는 어떤 느낌이 들지, 째란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없을지.

이 '반쪽이네'는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렇다고 해서 째란이가 그동안의 억울함을 이 책을 통해 맘껏 풀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도 얘기했듯 반쪽이는 이 시대 이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좋은 남편이고, 이 책에서도 째란이가 글을 쓰고 반쪽이가 삽화를 그리는 부부금슬을 과시했으니까.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남자, 아빠의 눈으로는 이렇게 보이던 가정 생활이 여자, 엄마의 눈으로는 이렇게 보이는 거로구나. 혹은 인간 최정현의 표현방법은 저런 거였는데 인간 변재란의 표현방법은 이런 거로구나. 같은 미묘한 차이. 아니면 감성적 예술가와 똑부러진 이론가가 함께 살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불일치와, 결국 파란 끝에 얻어지는 조화.

부부로서, 하예린의 엄마 아빠로서만이 아니라 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반쪽이와 째란이의 모습은 늘 즐겁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 변재란씨. 참 글 잘 쓰고 똘똘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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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신화의 비밀
이용수 외 지음 / 시공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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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나고 수많은 관련 도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월드컵 화보집, 히딩크 자서전을 비롯한 선수들의 자서전 혹은 에세이집, 히딩크의 리더쉽을 분석한 책들, 현장기록 혹은 리포트, 기사 축쇄본, 심지어는 월드컵 기간에 떠돈 유머를 모은 책(이런 책까지 관련도서에 넣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까지.

월드컵 기간의 신문기사부터 시작해서 그런 책들을 다 어지간히 섭렵한 나에게도, 이 책은 꽤 재미있었다. 지은이로 되어 있는 이용수 위원의 이름을 믿고 산 책이었지만 사실 글쓴이는 대부분 모 스포츠 신문사의 기자들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책 표지에는 분명히 이용수 '외'라고 되어 있으니 할 말은 없다. '외'라는 말은 항상 무섭다).

스포츠 신문에 대해 꽤 시니컬한 시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의 진실성은 그럭저럭 믿을만해 보인다. 쉽고 편하게 읽히지만 흥미 위주의 작문 흔적은 별로 없고, 다른 매체에서 접했던 얘기와 크게 어긋나는 부분도 없다.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뒷이야기들이 꽤 흥미롭고, 함께 월드컵을 가장 근처에서 지켜본 코칭스태프들, 이용수 위원장을 비롯한 박항서, 정해성, 김현태 코치, 최주영 재활 트레이너, 전한진 통역담당 과장, 김대업 주무 등의 육성을 군데군데 삽입시켜서 현장감과 진실성을 부여한 구성 역시 효과적이다.

일방적으로 한 사람의 시각으로만 서술되는 자서전에 드러났던 모습과는 달리 대표팀과 히딩크를 지나치게 영웅시하지 않고 그나마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아뭏든, 내가 읽은 월드컵 관련 도서 중에서는 가장 생생하고 객관적인 편. 아직도 지난 6월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그래서 한순간이라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축구팬에게라면 즐거운 시간여행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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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그러나 다시...
황선홍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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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그는 고맙다고 말한다. 자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행복한 축구선수라고. 옆에서 지켜봐준 당신들에게 감사한다고.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 지독한 가난, 선수가 된 뒤에는 노상 따라붙었던 부상, 큰 대회마다 맞았던 불운, 얼마전까지 무적선수였던 상황....한번쯤은 세상에 대해 원망해도 될 터인데, 나는 그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늘 사람좋은 얼굴로 허허 웃으며, 터키까지 가서 허탕을 차고 와서도 공항에서부터 주선해준 에이전트도 잘 하려고 한 거니까 그 사람 나무라지 말라 한다. 이번에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오라했지만 가지 못했던 대전구단에 대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의 황새.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No 18. 황선홍.

그의 자서전을 읽는 동안 인간 황선홍을 한번 더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참 즐거웠다. 이제까지 황선홍을 보면서 느꼈던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은 확인시켜 주었다.

'몇 달간 황선홍이 되어 살았다던' 고스트라이터는 군데군데 읽는 이의 가슴을 두드리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깔끔한 편집과 꽤 공들인 사진도 읽는 사람을 만족스럽게 한다. 꽤 이전부터 말이 있던 책이니만큼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운동선수의 자서전치고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시간을 들여서 마무리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그가 푸른 그라운드에 뛰는 것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축구선수 황선홍은 아니라 해도, 그가 축구인 황선홍으로 남아줄 것임을 믿는다. 황새에게 그라운드는 언제나 푸른 하늘이기에. 그리고 한번 더, You will never fly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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