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닭 피라미드에서 롤러블레이드 타다 - 이우일의 303일 동안의 신혼여행 2
이우일 외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특히 보통 여행도 아닌 신혼여행이라면 그 꿈에는 온갖 옵션이 다 붙기 마련이고, 그 중에 한번쯤 생각은 해보지만 대부분은 절대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게 바로 유럽배낭여행으로 가는 신혼여행일거다. 물론 시간과 돈이 여의치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친구 사이로도 가서 엄청나게 싸우고 사이 벌어져 돌아오기 일쑤인 배낭여행을 갓 결혼한(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안 그래도 싸울 일 천지인) 배우자와 함께 떠난다는 건 엄청난 모험이 아닌가.

그 용감무쌍한 짓을 1,2주도 아니고 한두달도 아니고 303일, 근 열달이나 해낸 용감무쌍한 커플이 바로 도날드닭 이우일과 그의 아내 선현경이다. 스페인에서 아일랜드까지 유럽의 구석구석과 이집트, 캐나다까지 돌아다닌 그들 여행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선현경이 글을 썼고, 이우일이 만화식의 삽화를 그렸다. 덕분에 같은 사건에 대한 두 사람의 다른 시각(혹은 해석)도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그 덕분에 책의 형식도 신선하지만, 그들의 관심 역시 일반 여행객들과는 조금 틀리기에 이 책이 더 흥미롭다. 물론 남들 다 가는 유명한 유적지와 박물관도 가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젊은이 취향의 장소가 여행기 중에 많이 등장하고, 둘 다 미술계통을 전공하는 만큼 미술과 관련된 장소들도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읽는 건 즐겁지만, 이런 여행을 나에게 하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건 내가 나이든 탓일까(몇년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던가?) 인제 그들이 새로운 것을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보다는 숙소와 이동의 고생담이 더 뼛속깊이 느껴지고, 아아. 대단한 사람들이야~하면서도 내 집의 따뜻한 방바닥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하긴 선현경씨도 여행이란건 하는 동안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고 끝나고 나서야 그 여행이 행복했었는지 어떤지를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이 책을 끝맺고 있으니, 어차피 여행이라는 건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겪어보기 위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뭐,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최근에 했던 여행도 어차피 그랬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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