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그러나 다시...
황선홍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 그는 고맙다고 말한다. 자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행복한 축구선수라고. 옆에서 지켜봐준 당신들에게 감사한다고.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 지독한 가난, 선수가 된 뒤에는 노상 따라붙었던 부상, 큰 대회마다 맞았던 불운, 얼마전까지 무적선수였던 상황....한번쯤은 세상에 대해 원망해도 될 터인데, 나는 그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늘 사람좋은 얼굴로 허허 웃으며, 터키까지 가서 허탕을 차고 와서도 공항에서부터 주선해준 에이전트도 잘 하려고 한 거니까 그 사람 나무라지 말라 한다. 이번에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오라했지만 가지 못했던 대전구단에 대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의 황새.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No 18. 황선홍.

그의 자서전을 읽는 동안 인간 황선홍을 한번 더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참 즐거웠다. 이제까지 황선홍을 보면서 느꼈던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은 확인시켜 주었다.

'몇 달간 황선홍이 되어 살았다던' 고스트라이터는 군데군데 읽는 이의 가슴을 두드리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깔끔한 편집과 꽤 공들인 사진도 읽는 사람을 만족스럽게 한다. 꽤 이전부터 말이 있던 책이니만큼 최근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운동선수의 자서전치고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시간을 들여서 마무리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그가 푸른 그라운드에 뛰는 것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축구선수 황선홍은 아니라 해도, 그가 축구인 황선홍으로 남아줄 것임을 믿는다. 황새에게 그라운드는 언제나 푸른 하늘이기에. 그리고 한번 더, You will never fly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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