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1일의 문장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Auld Lang Syne(스코틀랜드 민요), 강소천 역사 


ㅁ 뭐든 끝이 있는 건데, 참 알지 못하는 끝과 갑작스런 끝은 항상 심란하게 만든다.


오늘은 내가 자주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이다.


프로그램이 그대로 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자주 듣던 DJ가 그만 하차한다.


군생활부터 들었던 DJ라 엄청 의지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전역했지만 매일 듣고 있을 정도로 애착이 갖고 있었다.


그것이 더 슬프게 만들고, 또한 하차 소식자체오 너무 갑작스러워서


좋지 않다. 아쉽다. 정말 너무 아쉽다.


이런 끝은 항상 심란하다.


ㅁ 항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듣는 프로그램이었고, 덕분에 재밌게 집으로 돌아가면서


얼마나 웃고 울었고 감동했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순간이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매일매일을 힘내도록 한 활력 같은 존재.


이런 정깊은 프로그램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안녕은 영원하진 않은 헤어짐이겠다. 그 분도 아마 다른 곳에서 볼 수 있겠지만


지금 순간은 지금 뿐이니까.


푸른 밤 동진DJ 덕분에 모든 날의 자정, 하루의 끝과 시작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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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0일의 문장


알고 있던 것도 체계적으로 정리하라.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데서 오는 게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서 온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ㅁ 음... 오늘 중요한 시험이 하나 있었다. 나름 준비를 꼼꼼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주변의 말을 너무 믿었고, 그 부분만 팠던 게 문제였다.


그렇게 멘탈이 부서진 채 오늘 하루를 보내다가, 잠깐 들른 화장실에 써있던 문구가 오늘의 문장이다.


문장의 의미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겠지만, 오늘만큼 저 문장이 확 와닿는 날은 없었을 것이다.


ㅁ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과 정말 내가 알던 것은 그 경계가 항상 모호하다.


그렇기 때문에 끈질기게 확인해줘야하고, 이해해야하는 것이다.


예전에 들은 공부하는 법이 있었다. 최대한 비효율적으로 해야한다고 한다.


엄청 무식하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 고통을 받아야한다는 말을 그렇게 하신 것이다.


여러가지 문제를 찾아 풀고, 그러기 전에 기본이 중요한 건가.


오늘 시험도 너무 문제만을 파고 들다가, 결국 본질적인 부분에서 틀렸다.


시험을 치루고 뒤돌아보니, 내가 얼마나 부족한데도 안다고 넘긴 부분이 보였다.


...


알고 있는 것과 정말 아는 것의 경계는


정말 물에 섞인 물감처럼


구별하는 게 너무 어려운 부분이다.


당연한 것 같지만 새삼 그걸 깨닫는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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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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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뜻풀이란 틀에 가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마음사전](마음산책) - 김소연



ㅁ 마음사전. 책 제목처럼 마음에 담긴 감정? 느낌? 생각? 


어쨌든, 우리가 표현하는 것들에 대한 뜻을 저자 나름의 글로 해석한 책이다.


사전에 보면 사실 어떤 단어든, 그 뜻이 잘 설명해둔다. 


다만 그게 어떤 객관적인 느낌이라면, [마음사전]의 책은 좀 더 감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뜻을 풀이한다. 


고로 저자의 생각이 100퍼센트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 


그렇기에 조금 공감되지 않는 설명도 있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기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편이다. 


책에선 약간 위험한 느낌으로 읽히지만, (과하지 않다면) 기대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개개인마다 마음을 설명하는 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


... 기대는 채워지면 더 커지고 도착하면 더 멀어지는 목표점이다. 기대하는 무엇은, 애초부터 먼 곳에 있다면야 손쉬운 포기도 가능할 터인데, 팔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곳에서 깃발처럼 펄럭인다. 그렇지만 도착하면 늘 거기에 없다.

p. 173 '기대' 中

ㅁ 이런 특징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이유다. 

하지만 동시에 바로 [마음사전]을 읽을 만한 책인 이유인 셈이다. 

하나는 [마음사전] 자체를 읽음으로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조금 알게 되는 하나의 길잡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더 나가서 감정이나 그 표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자는 애초에 [마음사전]을 읽고 싶은 이유중 하나였다. 가끔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어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생각보다 우린 오묘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데, 100퍼센트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언어는 타인에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프레임을 결정하기 때문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좀 더 디테일한 표현을 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절반은 성공? 실패한 절반은 사실 읽는 것만으로 

표현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써봐야 가능한 것이니까.

눈 뜬 아침. 간밤에 내가 어땠나.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간밤 꿈을 떠올리거나, 오늘의 할 일을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하는 아침은 때로 어제까지의 모든 삶을 전생의 일들처럼 저 멀리 아득하게 떨어뜨려놓곤 한다.

p. 255

후자는 [마음사전]을 읽는 도중에 깨닫게 된 이유다. 

생각보다 같은 감정 단어인데도 다른 느낌으로 설명한 부분이 많았다. 

앞서 말한 ‘기대’나 ‘정든다.’, ‘위로’ 같은 경우도 그렇다. 내가 느낀 것과 좀 다르다. 

아니 어쩌면 같은데도 사람마다 받아드리는 방식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용과 다른 부분이 생기면,  거기서 시작된다. 

나는 어떻게 뜻풀이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시작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정리되는 표현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든다.’라는 건 ([마음사전]에 따르면 하나의 질병이겠지만) 서로 주고받는 한 가지 비밀 같은 것. 

그 비밀이 구속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 조용히 공유하는 것이 있는 것만으로 의지할 수 있는 마음.


ㅁ 지금까진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아쉬웠던 건 편집과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편집보단 책의 흐름 자체가 조금 난해하달까... 약간 뒤죽박죽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챕터를 나누는 기준이 딱히 있어보이지 않았고, 

챕터의 내용도 사실 딱 구분을 나눌 어떠한 내용도 없없다. 

마치 사전을 일렬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흐름대로 적어둔 느낌이랄까? 

어쩌면 구조면에서 난해한 것도 마음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그냥 의미부여를 해본다. 

사실 정말 사전처럼 찾을 께 아니기에 오히려 이런 점이 더 [마음사전] 같을 수 있겠다.

... 추억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든다. 그리고, 가장 그럴듯한 간증을 한다. 추억 속에 반성과 참회라는 덕목이 함께 있다면, 추억하는 자는 추억함으로써, 날마다 계몽된다.

p. 237 추억하다 中

ㅁ 책을 덮고나서 결국 마음은 사전처럼 정리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불가능한 걸 알면서 읽기 시작한 것인데도, 

나름 어떤 체계로 정리할 수 있을지 먼지 같은 기대를 했었나 보다. 

오히려 [마음사전]을 통해 마음을 틀에 갇둬버리는 형국일 수 있다. 

마음은 그냥 그대로 둬야하는 건데 말이다. 중간쯤에 말했듯이, 

단어가 어떤 표현을 설명하는데 정말 좋다.

덕분에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서로 관계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어떤 프레임을 형성해서 생각을 갇둬버릴 수 있다는 걸. 

알고도 우린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그리고 그건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그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필요하지 싶다. 

거기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일테니까.

정말 마음은 사전으로 편찬할 수 없는 것을 편찬된 [마음사전]을 통해 깨닫는다. 

어쨌던 간에 마음은 그대로 두는 게 옮은 듯하다. 

마음에 뜻풀이를 달 필요가 없던 것이다. [마음사전]이란 제목과 다른 결론이라니...

참 이상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은 가장 좋았던 책의 한 구절로 끝내자. 

경청에 대한 설명인데, (하루를 담는 문장에서 한 번 썼지만) 무척 좋아서 이렇게 남겨둔다.

...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누군가의 속깊은 말 한마디에 빙그레 지어지는 미소, 이것은 경청에 대한 별미다. ... 그러나 요란한 교류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경청해준 그 사람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대꾸가 없다고 핀잔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경청에 대한 오해다. 경청은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건너고 나면, 그 어떤 유대의 표현들보다 훨씬 더 자애로운 힘을 지닌, 튼튼한 다리 하나가 너와 나의 뒤에 놓여 있다.

p. 159 경청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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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9일의 문장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보고싶은 친구에게](문학과지성사) - 신해욱


ㅁ 사람들의 관계에서 '친구'만큼 아늑한 단어도 없을 것이다.


가족의 편안함과는 다른, 그리고 동료간의 의리와는 다른, '아늑한' 단어.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빌려준다'는 말로서 나타낸 오늘의 문장.


친구만 그럴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나를 빌려준다.


그 시간을 어떻게 빌려주는걸까. 다양한 느낌으로 빌려주고 빌림을 당하는 것인데,


음... 난 과연 어떤 느낌을 타인들에게 빌려주었을까.


그리고 그 모든 빌려줌에 의해 내가 여기 있는 걸텐데...


날 빌려간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걸까.


문득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난 여러 '친구'라고 불렸던, 


그리고 이젠 부를 수 없거나 아직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되짚어본다.


관계는 짓는 게 아니라 빌리고 빌려주는 일시적인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날 빌려간 그들은 언젠가 빌려주는 걸 끝내는 순간이 또 찾아오겠지.


급 씁쓸해진 오늘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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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8일의 문장


서울 사람들의 삶, 그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서 건조물들 가운데 오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도 있다.


[홍순민의 한양읽기 : 도성](눌와) - 홍순민


ㅁ 오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들이 얼마나 있을까?


일단 내 주변만 보더라도 공사하는 곳이 3군데나 된다. 


물론 건물이 오래되면 안전문제도 있고, 여러 사정으로 없어질 때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작정 부수고 짓는 일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 잦은 공사와, 획일화된 건물들이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도 안 준다고 말할 수 있을까?


ㅁ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모든 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더욱 강조될 것들은 오래 제자리를 지키며, 꿋꿋하게 서있는 것들.


그것들이 남아 하나의 역사가 되고, 하나의 기록물이 되며, 그리고 사람들이 반기는 상징이 된다.


ㅁ 건물만 그럴까. 사람들간의 관계도 그렇고 각자의 인생도 그렇다.


예전에 언제 말했듯이 새로운 것만이 마냥 정답이고 좋은 게 아니다.


그렇다고 오래된 게 또 다 좋은 건 아니다. 좋지 못한 건 버릴 필요도 있다.


다만 거기서 가져가야할 오래된 무언가.


우린 그 점을 잊지 말아야 겠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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