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9일의 문장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보고싶은 친구에게](문학과지성사) - 신해욱
ㅁ 사람들의 관계에서 '친구'만큼 아늑한 단어도 없을 것이다.
가족의 편안함과는 다른, 그리고 동료간의 의리와는 다른, '아늑한' 단어.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빌려준다'는 말로서 나타낸 오늘의 문장.
친구만 그럴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나를 빌려준다.
그 시간을 어떻게 빌려주는걸까. 다양한 느낌으로 빌려주고 빌림을 당하는 것인데,
음... 난 과연 어떤 느낌을 타인들에게 빌려주었을까.
그리고 그 모든 빌려줌에 의해 내가 여기 있는 걸텐데...
날 빌려간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걸까.
문득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난 여러 '친구'라고 불렸던,
그리고 이젠 부를 수 없거나 아직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되짚어본다.
관계는 짓는 게 아니라 빌리고 빌려주는 일시적인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날 빌려간 그들은 언젠가 빌려주는 걸 끝내는 순간이 또 찾아오겠지.
급 씁쓸해진 오늘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