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4일의 문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세시풍속 속담


ㅁ 난 이 말이 그냥 유행어? TV에서 사용하는 문장으로 알고 있었다. 


가끔 추석때만 되면 튀어나오길래, 아 그게 아닌가? 의문만 가지고 있었다.


ㅁ 이번에도 역시나 또 같은 말을 하길래, 찾아본 게 처음이다. 알고보니 세시풍속 속담이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로서 모든 가정에 풍족하고, 


그와 더불어 여러 놀이와 각종 과일도 많아 부녀자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즐겁게 지낸다고 한다.


거기서 나온 속담이다. 한가위의 풍족함과 재미처럼 한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ㅁ 과거에는 그런 즐겁고 신나는 명절이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 싶다.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농업사회니까 당연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들리는 추석은 각종 갈등과 잔소리에 대한 이야기. 


내려가기 싫은 사람들과 내려가도 좋은 소리를 못듣는 사람들,


그리고 사정으로 고향에 들리지도 못 한채 홀로 일하는 사람들까지.


이쯤되면 추석이 과연 명절일까 아니면 그냥 과거의 풍습이 답습되는 걸까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자고로 명절은 매년 일정하게 지켜 즐기거나 기념하는 날을 의미하는데 추석은


즐기거나 기념하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 것 같다.


설날이라면 해가 바뀐다는 의미라도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추석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ㅁ 추석이란 명절 자체를 폄하하고 싶진 않다. 


좋은 풍습이고 가족을 만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도 좋다. 


다만, 추석연휴를 통해 차례를 하지 않고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뉴스나 기사에선 매년 똑같은 레퍼토리의 갈등과(특히 차례준비) 


뻔하디 뻔한 '듣기 싫은 말 top3' 같은 것들을 


보고있자니, 추석이란 명절의 의미가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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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9월 4주 : 여름은 끝났지만...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 김애란


ㅁ 작년인가 올해인가?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1위를 했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전 부터 김애란 작가님을 알고만 있었지 직접 글을 읽어본 적이 없던 와중에


아주 좋은 핑계꺼리로서 이번 주의 책으로 선정했다.


ㅁ 실제로 이 책을 읽다가 말았던 적이 있다. 기회가 닿아서 한 서점에서 책을 봤었다.


보다가 시간이 다되어 끊고 그 뒤로 까먹고 있다가, 이번 달에 책을 사면서


마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번 추석과 함께 시작하는 책이다.


ㅁ 제목처럼 사실 여름에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뭐 이미 지나간 시간이니 어쩔 수 없겠다.


사실 지난 번 읽다 말때도 느낀 거지만, 제목이 왜 '바깥은 여름'인지 잘 모르겠다.


이번기회에 좀 꼼꼼히 읽으면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9월도 끝나간다. 슬슬 서둘로 이번 달 책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달을 맞이해야겠다.


추석도 끝나간다. 좋은 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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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3일의 문장


잎이 떨어진다. 멀리서부터 떨어진다.

하늘의 먼 정원이 시들었는가

거부의 몸짓으로 잎이 떨어진다.


[가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ㅁ 가을을 나타내는 가장 큰 특징은 아마 잎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늘이 높은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로수의 잎들이 낙엽이 되는 것만큼


시각적으로 가을을 나타내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ㅁ 그런 순간이 오늘 있었다. 길을 가는데 낙엽이 사르르 떨어지고 있는 나무를 보았다.


지금도 낮에는 살짝 덥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지경이지만,


낙엽들이 떨어지는 길가의 가로수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가을이 온건가 싶었다.


ㅁ 추석이란 여유로운 연휴가 되서야 뒤늦게 가을임을 느낀 걸까. 그렇게 바쁜 시간이었나


새삼 나의 요즘도 돌아본다. 가을은 그렇게 사색을 하게 만드는 묘한 특징이 있다.


사르르 떨어지는 나뭇잎들도 길에 굴러다니다가 어느 순간 모르는 사이 바람에 날려 가겠지.


그리고 겨울이 올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느낀 오늘이 지나갔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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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장석주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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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래된 감정, 사랑에서 찾은 우리네 이야기
[사랑에 대하여](책읽는수요일) - 장석주



   ㅁ 단순하게 말하면 단정적인 어구로 돌려말하는 문장이 많았던 책. 어쩌면 흔해빠진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사랑’의 표면부터 이면까지, 엄청 섬세하게 표현했다. 제목부터 [사랑에 대하여]라고 쓴 걸 보면서 엄청 단정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꾸밈 없이 딱 할 말하는 느낌이다. 그 단단한 말투로 문장을 엄청 강하게 묘사한다. 섬세하단 말은 결국 그걸 표현하기 위해선 디테일한 묘사가 필요하단 걸 깨닫는다. 전반적인 느낌은 그렇다. 어쨌건, 다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흔해빠진 사랑이란 주제를 어떻게 묘사했을까. 제목도 [사랑에 대하여]라고 단정짓을 정도라면 있는 그대로 표현했을텐데 그 자신감이 궁금했다.

   ㅁ 그렇게 [사랑에 대하여]를 읽기 시작했다. 책도 생각보다 얇은 편인데, 내용은 그 이상으로 빡빡하다. 아니 꼼꼼하달까. 사랑에 대해 쓰기 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본질적으로 사랑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첫 챕터가 아마 ‘혼자’였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저자의 고찰에서 여러 참고자료(정말 많다. 사랑에 대한 글을 이렇게나 많이 쓴걸까 싶다.)를 읽고 발췌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어진다. 그리고 그 결과를 여러 주제로 나눴다. 참고된 저서들은 사랑에 대한 나름 유명한 책이다. 물론 난 다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개념들을 구체적 경험의 영역에서 재검토하고, 모호하고 추상적인 착상들이 윤곽과 형태를 드러내기를 기다린다. 책들은 무한을 향해 열린 기다림을 먹고 자란다. ... 기다림 속에서 생각들이 흩어지고 모이기를 되풀이할 때 생각의 지체와 유예로 애태우지만 기다림 안에 머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 “시간 속에서 기다림은 끝나지 않은 채 그 끝에 이른다.” 그러헥 아주 더디게, 기다림 안에서 기다림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들 즈음 응고되고 맺혔던 사유들이 풀려나온다. 
p.32~33
(밑줄 : 모리스 블랑쇼, [기다림 망각], 박준상 옮김, 그린비, 2009, 86쪽)

   ㅁ 그냥 슥- 읽으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꼼꼼히 살피면 어떤 느낌을 표현하는지 알 수 있다. 첫 문단에서 말한 게 바로 위 문장 같은 느낌이다. 책에 나온 대부분의 문장이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라 약간 돌려말하는 방식의 시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문장의 단단함은 비문학만큼이나 단정적이다. ‘~ 할 것 같다.’라던지 ‘~일지도 모른다.’와 같은 애매한 문장이 하나도 없다. 딱딱 끊기지만 정확히 제시하는, 그러나 내용 자체는 시적인 그런 문장들이다. 뒷표지에 있던 섬세하단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ㅁ 구조적인 부분을 지나 내용을 돌아보면, 무엇보다 특이했던 부분이 있었다. '낭만적 사랑'과 요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게 정말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인데,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비교해둔 부분이다. 책 초반부에 나왔는데, 확실히 비교가 쉽다. 과거의 사랑이라고 하면, (물론 과거를 살지 않았지만) 사랑이 정말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랑때문에 나라가 멸망하는 건 기본이며, 사람도 죽고 가문도 날라가고... 사랑 하나로 잃는 것들이 무지하게 많다. 하지만 현대는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사랑은 한낱 사치이고, 결혼도 적어졌으며,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사랑은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책이나 영화에서 볼 법한 어떤 자본주의적 재료로서 작용한다. 시대에 따라 변한 사랑을 통해 우리네 이야기를 돌아보는 점에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섰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한 성찰과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고착되어 있었다는 점에 나는 놀랐다. 사랑은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녹아 흘러가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랑은 생각보다 복잡한 현상이고, 깊이 캐들어 갈수록 불가해한 것이다. 
p.34

   ㅁ 저자의 말처럼 사랑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부질 없는 짓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사랑을 통한 우리네 이야기를 이해하는 걸 은밀하게 제시한다. 그렇게 '혼자'라는 챕터부터 시작되어, 타인, 광기, 기다림, 결혼 등 우리가 사랑 뿐만 아니라 관계에서 생기는 부분까지 포괄할 수 있는 주제다.(물론 결혼은 좀 다르지만...) 그리고 마지막은 바로, 이야기.

사랑은 이야기를 낳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 사랑은 저마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p.210

   ㅁ 결국 사랑은 이야기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나 보다. 무수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나 앞에서 말한 챕터들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은 이야기로 수렴해가는 [사랑에 대하여]란 책은 사랑에 대한 사유를 통한 우리네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쏘는 듯한 말투로 전개해 나갔다.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고 그냥 사랑 그 자체로서 무수한 이야기가 전부인 셈이다. 우리는 그렇게 매번 이야기를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할 자신만 아는 그런 이야기. 그게 사랑임은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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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2일의 문장


내가 간절히 원한다고 이루어지란 법은 없다.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으니.


[시의 문장들](유유) - 김이경


ㅁ 근래에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문장이 돌았던 적이 있다.


꿈을 꿔라. 그럼 이루어질 것이다. 좋은 교훈적이고 교육적으로 쓰일 법한 대사가 있었다.


마치 강연에서나 들을 말이지만, 요즘엔 조금 달라졌다.


과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유행을 타다가 


요즘은 기성세대의 한낱 잔소리로서 비춰질 뿐이다.


ㅁ 분명 그들이 그런 의도로서 했던 말은 아닐 것이다. 저 말들이 나쁜 말도 아니다.


다만, 지금의 청춘, 신세대들을 이해하지 못한 기성세대와


기성세대가 살아온 인생을 이해하질 못한 신세대간의 차이가 점점 벌어진 것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은 세대차이로 귀결하는 요즘. 


기술의 발전과 세상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세대의 간격은 도리어 벌어진다.


어떤 조치가 없다면, 어느 순간에 모든 게 뒤틀리는 특이점이 올 지도 모르겠다.


ㅁ 분명 좋은 의도였고 그 의미가 나쁜 건 아닌데, 어쩌다가 비꼬게 된 걸까


조심스럽지 않게 제언한 사람들과 나쁜 의도가 아닌 제언을 비꼬는 사람들의


거리는 좁혀질 수 있을까.


나도 어떤 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고, 모두가 각자의 세대를 살아가는 한 명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는 세대간의 간격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


하나하나 관찰해보면 아닌 것 같아도, 크게 보니 생기는 이런 이미지들을


바꾸기 위해선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 걸까.


ㅁ 문장에서처럼 원하는 게 이뤄지란 법이 없다. 그게 현실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꿈도 꾸지 말라곤 말하지 않아야 한다. 이뤄지지 않고 말고는 어떤 법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단순한 우연과 기회의 교차점일 뿐이니까.


ㅁ 여러 사회적 고민을 불러 일으켰던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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