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9일의 문장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놀


동요 [노을](1984년 MBC 창작동요제 최우수상) 가사 中


ㅁ 가을하면 정말 수도 없이 많은 노래가 떠오르겠지만,


노을을 표현하는 서정적인 가사는 바로 이 동요. 노을을 뽑을 수 있겠다.


ㅁ 가을을 맞이하면서 가을 관련 노래를 듣고 있다가, 강을 지나는 지하철에서


본 노을이 너무 예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 동요가 떠오르더라.


ㅁ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노래가 불쑥 떠오르는 것도 놀라웠고,


그 장면에 딱 어울리는 노을이라는 게 참 묘하게 들어맞았다.


ㅁ 가을이 확 다가왔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노을도 이쁘고 하늘도 맑고 높은 게 정말 가을인가 싶다.


아침엔 제법 쌀쌀하며, 낮엔 조금 더운... 전형적인 가을 날씨 앞에서


북적북적 시간을 보내다 보면 순식간에 겨울이 되겠지.


시간이 잘 흘러간다. 그렇게 9월도 벌써 내일, 하루만을 남기고 있었다.


노을을 보는 곳에서 느낀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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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8일의 문장


열차를 기다리는 사이

스크린 도어에 걸린 시를 읽는다.

 [열차를 기다리며] - 최재환


ㅁ 어찌 딱 내가 하는 일을 시로 쓰셨을까...


ㅁ 지하철이나 열차를 기다리면서 다들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면,


요즘은 모두 폰을 본다고 말할 것이다. 주변만 둘러봐도 폰을 보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하지만 간간히 보이는, 책을 보는 사람, 신문을 보는 사람, 바깥 풍경을 보는사람,


그리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까지


간간히 보이는 '열차를 기다리며' 하는 짓들.


시에선, 스크린도어에 있는 시를 읽는다고 한다. 사실 시를 찾아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시가 걸린 스크린도어가 있다면 읽어보겠지. 그마저도 안 읽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시가 지하철 역마다 걸려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 시들을 모두 모아보면 그냥 하나의 시집 이상이 될텐데...


시간이 되면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지하철공사 같은데 모여있지 않을까.


ㅁ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그 모든 게 '열차를 기다린다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우린 그렇게 열차를 기다린다.


삶의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하루를 시작한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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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7일의 문장


사진기는 펑! 펑! 시간에 초크질을 하며 현재를 오려갔다.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 김애란


ㅁ 크... 또 한 번 문장에 취해서 뽑아본 오늘의 문장.


ㅁ 사진을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긴 하지만, 그때만큼은 아니다. 


사진을 찍을 때 오르내리는 셔터의 미세한 떨림. 


디지털카메라는 손에 잡히는 묵직함과 자동으로 맞추는 초점링의 돌아가는 진동.


필름카메라는 필름을 감는 저항감, 그리고 셔터의 떨림과 함께 들리는 '찰칵!'이란 음파


이 모든 게 좋았고, 좋아하고 좋아할 것이다. 사진의 매력은 정말 끝도 없을 것이다.


ㅁ 사진은 항상 순간을 기록하는 장치라고 여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현재를 기록하는 장치다. 영상과 다르게 딱 그 순간만을


빛나게, 그리고 돋보이도록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이렇게 '현재를 오려갔다.'라고 표현한 저자는 도대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시길래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문득 내 시선의 무심함에 반성을 하게 만든다.


ㅁ 사실 시선은 시선나름이고 사람나름이다. 그래서 이런 문장을 보면서 난 왜 못 그럴까?


라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나만의 어떤 떠오르는 시선이 있다는 걸 잘 아니까.


다만, 세상을 다양하고 신선하게 보려는 시도, 그 자체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바빠서 못할 께 아니라 바쁘다면 그 상태의 시선으로서 세상을 봐야할텐데...


이것저것의 핑계로 자꾸 시선을 넓히지 않는 게 요즘이다.


조금 반성하는 하루였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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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6일의 문장


내 몸은 아버지보다 늙었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보다 늙었다.](천년의시작) - 박진성


ㅁ 물론 내 몸은 아버지보다 아직 덜 늙었다.


그러나 어릴 때 보았던 아버지의 거대함이 점점 낮아져


아버지에게 왜소함이란 걸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때 마다 조금 가슴이 아려온다. 이건 나만 느끼는 감정을 아닐 것이다.


아버지가 계신 모든 분들이 한 번 쯤 느끼는 감정일테다.


내가 아버지보다 늙은 순간이 도대체 오긴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의 속절없음, 매정함을 잘 알기에 분명 언젠가 그 순간이 올 것을 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집에 있으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근래에 가장 자세히 보았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욱...


아버지의 왜소함이 보였다. 이렇게나 와닿았던 적이 별로 없었는데...


조금 시간이 섭섭해졌다.


언젠가 아버지의 나이가 될때면, 난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먼 미래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훝어보려 노력해보는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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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5일의 문장


사는 동안 무엇을 성취했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슬픔이라고


시 [내 운명](문학의숲) - 두르가 랄 쉬레스타(유정이 옮김)


ㅁ 오늘 문장에 보면서, 괜히 슬퍼졌다. 내가 이룬게 슬픔밖에 없었나?


문득 문장을 보고 생각해본다. 뭘 성취했던가. 이것 저것 많은 걸 했지만 뚜렷하게


성취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게 과연 얼마나 있는가...


슬픔을 가지고 있긴 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공허함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소한 재미들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진 것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결국 살면서 깨달은 건 그런 감정들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닌가


ㅁ 슬픔을 얻었다. 그 사실에 너무 슬펐다. 슬픔을 가지고 결국 우린 뭘 위해서 살고 있는걸까.


.......


위해서 산다는 것도 사실 우리네 기준이겠구나. 그냥 슬픔 자체를 들고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보다. 사는동안 슬픔만을 성취한 우린


결국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되는 게 아닐까. 


슬픈 하루다.


참으로 슬픈 하루였다.


슬슬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으니 마저 끝내야겠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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