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1일의 문장


사실이란, 기억을 통해서 재구성하는 각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4월의 물고기](자음과 모음) - 권지예


ㅁ 그것은 왜곡도 심하고, 잠깐만 돌아서면 금방 지워버리기도 하며,


때론 디게 중요한 걸 마치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 반면에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을 걸


오랫동안 보관하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녀석이다.


누구나 잘 알고, 그래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녀석을 곰곰히 보고 있노라면,


얘는 내 것인데도 참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한 편으론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내가 손대지 않은 것들도 알아서 잘 처리하니까.


물론 그게 내가 원하던 방향과는 조금 다를지라도...


우리가 아는 '사실'이란 존재가 사실 그 녀석이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라면,


사실은 내 스스로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이겠다. 실제로 사실은 그렇다.


그래서 너의 사실과 나의 사실은 조금 다를 수 밖에.


이건 내가 가진 녀석의 결과물이니까. 같다고 믿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구나.


변덕이 심한 그 녀석이 사실을 빚는 동안,


나는 그 사실만으로 외부를 보고 있었다. 사실 그 사실은 내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외부와는 전혀 다를텐데도 말이다. 그 사실을, 오늘의 문장을 보고서야 씁쓸하게 새겨본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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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30일의 문장


특히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무지하다.


[여행자 도쿄](아트북스) - 김영하


ㅁ 정말... 이게 그냥 하는 말 같아도 너무나 팩트라서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 지역에 산다고 그 지역을 잘 아는 건 아니다.


가끔 어디 산다고 하면 그 곳에 뭐가 유명한지, 갈 곳이 있는지,


그런 걸 물어보곤 하지만, 하나같이 다들 '아... 잘 모르겠는데요?' 라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정말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도시를 잘 모른다.


내 고향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지금 사는 이곳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알아야 하는가? 그렇게 묻는다면 글쎄...


알면 좋고 아니어도 그렇게 문제가 될까?


ㅁ 위 문장 다음에 나오는 말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살은 서울의 아주 한정된 지역에만 머물고 


다른 곳에는 전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서, 가끔은 엄청 뜬금없이 새로운 길로 가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 문장은 다음과 같다.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앎에 갇혀 있다.'


그렇다. 가끔은 무지로의 여행을 떠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 곳도 아니라 바로 내 앞, 이 도시나 골목에서 말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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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8일의 문장


생각이 너무나 많아서 하지 못한 말들은 얼마나 많을까


- 오늘 들은 라디오에서 -


ㅁ 라디오를 귀에 꽂아두고 딴 일을 하다가, 문득 어떤 문장들이 귀에 박힐 때가 있다.


오늘은 바로 이 문장이었다. 더불어 우리가 하루에 하는 말은 약 7000단어라도 하는데,


그 중에 할 필요가 없는 말이나, 해선 안될 말, 그리고 해야할 말에 대한 이야기였다.


듣고 있자니, 난 7000단어나 말을 하고 있긴 할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요즘 생활에서, 난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사실 이젠 말보다 (톡을 통한) 글을 더 많이 쓰는 요즘엔, 정말 7000단어를 말하긴 하는 걸까.


예전엔 내 말을 기록해두고 한 번쯤을 슬슬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내가 자주 하는 말,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그리고 예민해져서 쏘아되는 말.


그런 말들을 다신 줍지 못해서, 그저 머릿속에서 되뇌이며 반성한다.


해야할 말을 하고, 해선 안될 말을 줄이는


그런 말을 할 날이 오긴 할까. 어렵다. 말은 참 어렵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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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6일의 문장


예전에는 소중하게 여겼으나 숫자로 나타나지 않아 점점 소홀해진 것들에 때때로 그리움이 남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21세기북스) - 최영기


ㅁ 숫자로 나타나야만 이야기가 되고, 객관적으로 무언가 제시할 수 있는 세상.


숫자로 표기해야만 상대를 파악할 수 있고, 그것으로 희비가 교차되는 세상.


그런 덕분에 편해진 세상이지만 다른 한 편에선,


숫자 뒤에 가려진 여러 가지 이야기들, 사람의 본모습, 발현되지 않는 능력


그리고 알 수 없는 심리.


그런 것들이 그리워진다. 매번 숫자와 수식에 뒤덮여서 우리는 뭘 보지 않고 있는 걸까.


숫자에 가려 그리움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된 지금의 세상에서


가끔은 소홀해진 것들'에 대해 돌아봐야하는 세상이다.


그것조차 잊어버린다면, 우린 이 세상을 너무 왜곡되게 보는게 아닌지...


생각해볼 따름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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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5일의 문장


돌이켜 보면 단순하고 소박했다.


[익숙해지지 마라 행복이 멀어진다](지식너머) - 김이율


ㅁ 과거는 그런데로 단순하게 해석되는 거라서


순간이 복잡하더라도 결국은 그저 단순한 과거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길었던 2년이 지금은 그저 들어갔다가 이것저것 하다가 나온 아주 단순한 시간이었다는 걸.


그리고 바쁜 15주의 나날들이 끝나고 돌아보면 뭐가 지나갔는지 알지도 못한 시간이었다는 걸.


문득 이 작은 머릿속에 담기려면


복잡해선 안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소박한 오늘이 끝나고 내일이 다가온다.


얼마나 복잡하고 바쁘고 예민한 하루가 될까.


하지만 내일의 지금엔 또 다시 단순하고 소박했던 3월 26일이었을테니,


그저 좋은 기억을 남기려고 소소한 재미를 찾는 하루로 만들어 본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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