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 - 나의 읽기, 당신의 읽기
황석영.성석제.김연수.천명관.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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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작품, 시대 그리고 나. 문학에 대한 이미지를 깨다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문학동네) - 황석영 외 51명


ㅁ 리뷰를 쓰기 앞서서, 난 문장이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페이지, 그리고 기억해둬야 겠다고 생각한 페이지가 있다면 그 윗 모퉁이를 접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내가 읽은 책들은 모두 귀퉁이가 접혀있는 걸 알 수 있는데, 그 양에 따라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얼핏 살펴볼 수 있다. 나에게 영향이 많은 책인 걸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인 셈이다. 이 책,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은 그런 지표 top 5안에 들어갈 정도로 많은 부분을 접었다. 역시 글을 쓰는 분들이라 많은 문장이 좋았고, 무엇보다 책 자체가 재밌어 보이는 부분도 많았고, 그래서 많은 곳을 체크했다. 


ㅁ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은 제목 그대로다. 우리나라의 작가들이 하나의 세계문학작품을 읽고 쓴 리뷰모음집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작품들이 유명한 고전인 부분이 많다. 문득 든 생각은 왜 하필 한국작가들이 읽어야 했으며, 두 번째는 왜 세계문학만을 읽은 걸까? 이 두 가지가 책의 첫 장을 펼치기 전에 든 의문이었다. 읽고 나서야 약간 감이 잡혔다. 한국작가인 건 우리 정서를 글로서 표현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가진 분들이어야 했기 때문이었고, 세계문학인 건, 보편적인 사람들의 정서에 관한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 라고 한 번 추측해본다. 어쨌던, 세계문학이지만 고전들도 많고 정말 들어보지 못한 책들도 많다. 하지만 나름 유명한 책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모든 저자들이 말하고 있었다.


ㅁ 리뷰모음집이라고 말하고 결국은 서평집인 셈인데, 서평을 쓰는 나로선, 많은 감흥을 받았다.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그런 생각도 해보았고, 단순한 생각의 나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책에 대한 뭐랄까... 어떤 지점? 중요한 포인트를 좀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깊게 생각해야 하나보다. 지금도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정말 어떻게 하면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의 서평들처럼 글을 쓸 수 있을지... 내 서평이 몹시 가냘프고 하찮아보인다.

동시에 서평을 읽으면서, '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좋은 글들이 많았다. 곳곳에 모퉁이를 접어두었는데, 고전을 읽어야겠는데 뭘 먼저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 더할나위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책을 통해 한 10권은 챙겼고 읽을 예정이다.


ㅁ 첫 서문을 작성한 도정일 문학평론가은 첫 문장을 이렇게 선언한다.


문학은 이상하다.                                                                     p.5

그렇다. 정말 이상하다. 도통 거짓들로 이뤄진 이야기를 왜 읽는가? 우린 소설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비문학 같이 정보가 담긴 글도 아닌데, 왜 거짓말로 꾸며낸 이야기를 우린 읽어오고, 출판하고, 명작이라 불리면서 오랫동안 남기고 있는가.

이 책을 손에 처음 잡았을 때가 생각났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난 고전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현대문학, 특히 한국문학을 주로 읽는 사람이었는데, 고전은 무엇보다 내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이름부터가 일단... 그리고 문화자체도 이해하지 못했고,(특히 그 나라만의 용어가 막 튀어나오면 정말 읽기 싫어진다.) 이상한 번역투의 대화체도 영 좋지 않았다.(이건 번역의 문제일까...) 어쨌든 그러던 와중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을 보았고, '들어가는 말'을 읽었다. 들어가는 말의 제목이 '문학전집 왜 읽는가?' 였다. 이만큼 나에게 딱 맞는 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난 지금 이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확실한 건 덕분에 몇몇 고전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정도면 이 책은 자기의 가치를 충분히 뽐낸게 아닐까. 내가 발견한 답은 결국 도정일 평론가님이 첫 글에 하신 말로 대체할 수 있다. 처음엔 몰랐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걸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었을 뿐이다.


문학의 나라에는 최소한 네 종류의 구성원들이 참여한다. 작가, 작품, 독자, 그리고 시대가 그 구성원이다. 이 구성원들이 문학의 공동체를 이룬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이들 네 구성원들 사이의 대화, 협상, 경청의 과정이다. ...(중략)... 나의 읽기에 변화를 일으키고 나의 문학경험을 풍요하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의 읽기, 그 여자의 읽기, 그 남자의 읽기다. 나와 당신과 그가 같은 작품을 놓고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문학공동체는 대화의 공동체, 마음의 공동체, 소통과 이해와 공감의 공동체가 된다.

p.10 ~ 11

난 문학의 공동체에서 시대라는 구성원을 바라보지 않고 소통하고 대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시대라는 구성원을 현대만 바라본 걸지도... 전자든 후자든, 내가 시대라는 구성원을 소홀히 한 건 확실하다. 그 뒤로 고전을 조금씩 읽으려고 한다. 문학의 공동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ㅁ 유명한 작가들도 계시고, 처음 들어본 작가분들도 계신다. 그들이 쓴 하나하나의 리뷰를 읽으며, 그 분들의 이미지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내가 아는 고전이라면 그와 어떤 점을 다르게 느꼈는지 읽는 재미도 쏠쏠한 토론의 장이 되었다. 처음 보는 책이라면 언젠가 읽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51개의 글들이 세계문학에 대한, 그리고 한국작가들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주었다. 문학에 대한 큰 틀이 깨진 순간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즐거움과 영광을 위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이런저런 작품들을 읽어낸 이런저런 독자들의 작은, 그러나 값진 기여다.


p. 11 도정일 문학평론가 '들어가는 말'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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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장석주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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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래된 감정, 사랑에서 찾은 우리네 이야기
[사랑에 대하여](책읽는수요일) - 장석주



   ㅁ 단순하게 말하면 단정적인 어구로 돌려말하는 문장이 많았던 책. 어쩌면 흔해빠진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사랑’의 표면부터 이면까지, 엄청 섬세하게 표현했다. 제목부터 [사랑에 대하여]라고 쓴 걸 보면서 엄청 단정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꾸밈 없이 딱 할 말하는 느낌이다. 그 단단한 말투로 문장을 엄청 강하게 묘사한다. 섬세하단 말은 결국 그걸 표현하기 위해선 디테일한 묘사가 필요하단 걸 깨닫는다. 전반적인 느낌은 그렇다. 어쨌건, 다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흔해빠진 사랑이란 주제를 어떻게 묘사했을까. 제목도 [사랑에 대하여]라고 단정짓을 정도라면 있는 그대로 표현했을텐데 그 자신감이 궁금했다.

   ㅁ 그렇게 [사랑에 대하여]를 읽기 시작했다. 책도 생각보다 얇은 편인데, 내용은 그 이상으로 빡빡하다. 아니 꼼꼼하달까. 사랑에 대해 쓰기 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본질적으로 사랑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첫 챕터가 아마 ‘혼자’였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저자의 고찰에서 여러 참고자료(정말 많다. 사랑에 대한 글을 이렇게나 많이 쓴걸까 싶다.)를 읽고 발췌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어진다. 그리고 그 결과를 여러 주제로 나눴다. 참고된 저서들은 사랑에 대한 나름 유명한 책이다. 물론 난 다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과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개념들을 구체적 경험의 영역에서 재검토하고, 모호하고 추상적인 착상들이 윤곽과 형태를 드러내기를 기다린다. 책들은 무한을 향해 열린 기다림을 먹고 자란다. ... 기다림 속에서 생각들이 흩어지고 모이기를 되풀이할 때 생각의 지체와 유예로 애태우지만 기다림 안에 머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 “시간 속에서 기다림은 끝나지 않은 채 그 끝에 이른다.” 그러헥 아주 더디게, 기다림 안에서 기다림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들 즈음 응고되고 맺혔던 사유들이 풀려나온다. 
p.32~33
(밑줄 : 모리스 블랑쇼, [기다림 망각], 박준상 옮김, 그린비, 2009, 86쪽)

   ㅁ 그냥 슥- 읽으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꼼꼼히 살피면 어떤 느낌을 표현하는지 알 수 있다. 첫 문단에서 말한 게 바로 위 문장 같은 느낌이다. 책에 나온 대부분의 문장이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라 약간 돌려말하는 방식의 시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문장의 단단함은 비문학만큼이나 단정적이다. ‘~ 할 것 같다.’라던지 ‘~일지도 모른다.’와 같은 애매한 문장이 하나도 없다. 딱딱 끊기지만 정확히 제시하는, 그러나 내용 자체는 시적인 그런 문장들이다. 뒷표지에 있던 섬세하단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ㅁ 구조적인 부분을 지나 내용을 돌아보면, 무엇보다 특이했던 부분이 있었다. '낭만적 사랑'과 요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게 정말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인데,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비교해둔 부분이다. 책 초반부에 나왔는데, 확실히 비교가 쉽다. 과거의 사랑이라고 하면, (물론 과거를 살지 않았지만) 사랑이 정말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랑때문에 나라가 멸망하는 건 기본이며, 사람도 죽고 가문도 날라가고... 사랑 하나로 잃는 것들이 무지하게 많다. 하지만 현대는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사랑은 한낱 사치이고, 결혼도 적어졌으며,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사랑은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책이나 영화에서 볼 법한 어떤 자본주의적 재료로서 작용한다. 시대에 따라 변한 사랑을 통해 우리네 이야기를 돌아보는 점에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섰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한 성찰과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고착되어 있었다는 점에 나는 놀랐다. 사랑은 고정되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녹아 흘러가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랑은 생각보다 복잡한 현상이고, 깊이 캐들어 갈수록 불가해한 것이다. 
p.34

   ㅁ 저자의 말처럼 사랑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부질 없는 짓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사랑을 통한 우리네 이야기를 이해하는 걸 은밀하게 제시한다. 그렇게 '혼자'라는 챕터부터 시작되어, 타인, 광기, 기다림, 결혼 등 우리가 사랑 뿐만 아니라 관계에서 생기는 부분까지 포괄할 수 있는 주제다.(물론 결혼은 좀 다르지만...) 그리고 마지막은 바로, 이야기.

사랑은 이야기를 낳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 사랑은 저마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 
p.210

   ㅁ 결국 사랑은 이야기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나 보다. 무수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나 앞에서 말한 챕터들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은 이야기로 수렴해가는 [사랑에 대하여]란 책은 사랑에 대한 사유를 통한 우리네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쏘는 듯한 말투로 전개해 나갔다.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고 그냥 사랑 그 자체로서 무수한 이야기가 전부인 셈이다. 우리는 그렇게 매번 이야기를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할 자신만 아는 그런 이야기. 그게 사랑임은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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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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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뜻풀이란 틀에 가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마음사전](마음산책) - 김소연



ㅁ 마음사전. 책 제목처럼 마음에 담긴 감정? 느낌? 생각? 


어쨌든, 우리가 표현하는 것들에 대한 뜻을 저자 나름의 글로 해석한 책이다.


사전에 보면 사실 어떤 단어든, 그 뜻이 잘 설명해둔다. 


다만 그게 어떤 객관적인 느낌이라면, [마음사전]의 책은 좀 더 감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뜻을 풀이한다. 


고로 저자의 생각이 100퍼센트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 


그렇기에 조금 공감되지 않는 설명도 있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기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편이다. 


책에선 약간 위험한 느낌으로 읽히지만, (과하지 않다면) 기대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개개인마다 마음을 설명하는 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


... 기대는 채워지면 더 커지고 도착하면 더 멀어지는 목표점이다. 기대하는 무엇은, 애초부터 먼 곳에 있다면야 손쉬운 포기도 가능할 터인데, 팔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곳에서 깃발처럼 펄럭인다. 그렇지만 도착하면 늘 거기에 없다.

p. 173 '기대' 中

ㅁ 이런 특징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이유다. 

하지만 동시에 바로 [마음사전]을 읽을 만한 책인 이유인 셈이다. 

하나는 [마음사전] 자체를 읽음으로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을 

조금 알게 되는 하나의 길잡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더 나가서 감정이나 그 표현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전자는 애초에 [마음사전]을 읽고 싶은 이유중 하나였다. 가끔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어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생각보다 우린 오묘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데, 100퍼센트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언어는 타인에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프레임을 결정하기 때문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좀 더 디테일한 표현을 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절반은 성공? 실패한 절반은 사실 읽는 것만으로 

표현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써봐야 가능한 것이니까.

눈 뜬 아침. 간밤에 내가 어땠나.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간밤 꿈을 떠올리거나, 오늘의 할 일을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하는 아침은 때로 어제까지의 모든 삶을 전생의 일들처럼 저 멀리 아득하게 떨어뜨려놓곤 한다.

p. 255

후자는 [마음사전]을 읽는 도중에 깨닫게 된 이유다. 

생각보다 같은 감정 단어인데도 다른 느낌으로 설명한 부분이 많았다. 

앞서 말한 ‘기대’나 ‘정든다.’, ‘위로’ 같은 경우도 그렇다. 내가 느낀 것과 좀 다르다. 

아니 어쩌면 같은데도 사람마다 받아드리는 방식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용과 다른 부분이 생기면,  거기서 시작된다. 

나는 어떻게 뜻풀이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시작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정리되는 표현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든다.’라는 건 ([마음사전]에 따르면 하나의 질병이겠지만) 서로 주고받는 한 가지 비밀 같은 것. 

그 비밀이 구속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 조용히 공유하는 것이 있는 것만으로 의지할 수 있는 마음.


ㅁ 지금까진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아쉬웠던 건 편집과 구조에 대한 이야기다. 

편집보단 책의 흐름 자체가 조금 난해하달까... 약간 뒤죽박죽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챕터를 나누는 기준이 딱히 있어보이지 않았고, 

챕터의 내용도 사실 딱 구분을 나눌 어떠한 내용도 없없다. 

마치 사전을 일렬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흐름대로 적어둔 느낌이랄까? 

어쩌면 구조면에서 난해한 것도 마음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그냥 의미부여를 해본다. 

사실 정말 사전처럼 찾을 께 아니기에 오히려 이런 점이 더 [마음사전] 같을 수 있겠다.

... 추억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든다. 그리고, 가장 그럴듯한 간증을 한다. 추억 속에 반성과 참회라는 덕목이 함께 있다면, 추억하는 자는 추억함으로써, 날마다 계몽된다.

p. 237 추억하다 中

ㅁ 책을 덮고나서 결국 마음은 사전처럼 정리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불가능한 걸 알면서 읽기 시작한 것인데도, 

나름 어떤 체계로 정리할 수 있을지 먼지 같은 기대를 했었나 보다. 

오히려 [마음사전]을 통해 마음을 틀에 갇둬버리는 형국일 수 있다. 

마음은 그냥 그대로 둬야하는 건데 말이다. 중간쯤에 말했듯이, 

단어가 어떤 표현을 설명하는데 정말 좋다.

덕분에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서로 관계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어떤 프레임을 형성해서 생각을 갇둬버릴 수 있다는 걸. 

알고도 우린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그리고 그건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그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필요하지 싶다. 

거기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일테니까.

정말 마음은 사전으로 편찬할 수 없는 것을 편찬된 [마음사전]을 통해 깨닫는다. 

어쨌던 간에 마음은 그대로 두는 게 옮은 듯하다. 

마음에 뜻풀이를 달 필요가 없던 것이다. [마음사전]이란 제목과 다른 결론이라니...

참 이상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은 가장 좋았던 책의 한 구절로 끝내자. 

경청에 대한 설명인데, (하루를 담는 문장에서 한 번 썼지만) 무척 좋아서 이렇게 남겨둔다.

... 경청은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다. 누군가의 속깊은 말 한마디에 빙그레 지어지는 미소, 이것은 경청에 대한 별미다. ... 그러나 요란한 교류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경청해준 그 사람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대꾸가 없다고 핀잔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경청에 대한 오해다. 경청은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건너고 나면, 그 어떤 유대의 표현들보다 훨씬 더 자애로운 힘을 지닌, 튼튼한 다리 하나가 너와 나의 뒤에 놓여 있다.

p. 159 경청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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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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я 쓰기 전 я


정말 오랜만에 쓰는 리뷰다.(9월 첫 리뷰!)


써야하는데 써야하는데 하면서 자꾸 조금씩 쓰는 걸 미뤘다. 하루에 한 3줄 썼나??


두꺼운 책 하나 읽기 시작하니 덕분에 한 주의 책 모두가 밀려버린 상황이었다.


이거 말고도, 이 책 이전의 책이었던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도 쓰고 있다.


진도가 안 나가는게 문제지만... 덕분에 [마음사전]도 밀린 이번 주;;


어쨌든, 한 주의 책을 읽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그곳에 적힌 책은 책임지고 다 읽고 쓸 예정이니까.


다만 조금 늦게 쓸 뿐. 차차 다 쓸 수 있길 바라면서,


지지난주 책인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에 대한 리뷰를 남긴다.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겹쳐, 현실을 돌아본다.

[뤼미에르 피플](한겨레출판) - 장강명



ㅁ 책의 큰 카테고리는 연작소설이다. 


서울 신촌에 있는 '뤼미에르 빌딩' 8층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각자의 단편소설의 묶음이다. 


같은 빌딩이라 이야기들 사이에 간간히 다른 방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향을 대단한 영향을 주진 않는다. 


마치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계처럼 각자의 이야기는 스치듯 흘러간다. 


그러나 각자의 이야기 속 하나의 알레고리가 담겨있다.



ㅁ 그 알레고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책을 펼치자.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읽는 게 훨씬 와닿는 게 많다. 이런건 말로 설명해선 안된다. 


굳이 설명하자면, 바로 리뷰의 제목.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겹쳐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 


모든 이야기가 한 구조속에서 여러 갈래로 튀어나온다. 현실을 다시 돌아본다는 걸 굳이 설명해야할까. 


단지 소설의 배경이 서울 신촌이라는 점에서, 이미 현실의 어떤 주제가 담길지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건 또 다른 문제다.



ㅁ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어떤 환상속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다. 


마치 현대에 만들어진 설화가 아닐까. (정말 먼 미래에 지금 시대의 설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설화는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를 일컫는데, 


구전되다보면 발생하는 필연적인 꾸며낸 부분, 말도 안되는데 그랬다고 말해지며 전해진 이야기.


딱 그런 느낌이다. 


호랑이가 담배를 필 수 없는 걸 잘 알면서도, 설화에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유다. 


[뤼미에르 피플] 역시 그런 환상이 반영된다. 


지하도를 다니는 쥐들의 왕국이 있다던지, 박쥐가 되는 사람이 있다던지, 


그런 게 없는 걸 잘 알면서 마치 정말 어딘가에 돌아다니고 있을 핍진성이 드러난다.


거기서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ㅁ 그렇다면 그 오버랩된 소설 속 신촌, 뤼미에르 피플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각자의 이야기가 말하는 바가 다 다르다. 


현실에 느끼는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여 그 탄생과 소멸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하며,


정반대의 인생관을 상상하며 무의미한 허무감을 슬며시 흘리기도 한다. 


환상과 섞여 있어서 슥슥 읽다보면 깨닫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조금 읽으면서 곱씹는 과정을 덧붙인다면, 


뒤늦게 '아아...'라고 툭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걸 느끼는 순간, 이 책은 그 가치를 다한 것이리라.


하지만 책에서 그러듯, 저자가 뭔가 의도를 반영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묘하게 깨닫는 걸 찾을래도 어려운 이유가 아닐까. 


다만 우리가 글을 읽고 나름의 해석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읽는 사람은 거기에서 의미를 건져낼 수도 있겠죠. 그건 제 알 바가 아닙니다. 사람은 벽지 무늬나 하늘의 구름, 얼룩을 보고도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벽지나 구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804호 마법메미 中 (p. 122)


다만,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소설들의 의도를 조금 알게 된다.


 물론 그게 내가 생각한 의도와는 아주 다르다. 


고로 나만의, 쓴 사람의 의도와 관계 없는 해석을 했다.


역시... 읽기 나름이고 읽는 사람 나름이고 읽는 시기 나름이라는 걸 또다시 깨닫는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좀 기괴하긴 해도 내가 르메이에르 3차 빌딩과 그 주변을 사랑한 흔적이다.


p. 355


ㅁ 개인적으로 이런 소설류를 좋아한다. 

내용적인 면이나, 서사적인 면이나, 진행력조차 참신하다. 너무 좋다. 


묘하게 겹치면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스토리간의 관계와 실제 신촌에 가면 있을 법한 이야기.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느낄만한 여러 시점이나 간간히 등장하는 교훈. 


'이런게 정말 소설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책. 뤼미에르 피플이었다. 


지금도 그곳에 뤼미에르 피플들이 어떤 환상과 현실의 중첩된 공간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며칠동안 신촌에 가면 항상 생각날 것 같다. 환상 속 그들의 이야기가.




я 밑줄 단어 뜻풀이


접힌 부분 펼치기 ▼

*알레고리 : 표면적인 이야기나 묘사 뒤에 어떤 정신적, 도덕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는 비유.

알레고리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만 그냥 은유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늘 단어 뜻 알게 되어서 한 번 사용해보았다.


*핍진성 :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불분명할 때, 외부 시점에서 '진실에 가깝다고 믿어질 만한 정도'를 이르는 형이상학적 성질. 한마디로 사실 같은 거짓인 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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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감각으로 느낀 세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



소설가 김연수 작가님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이다.


이 책이 유명해진 건 아마 유시민 작가의 추천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용이 별로였다면 추천은 커녕 추천을 받아도 인기를 끌지 않았을 테니까..


다만 입소문이란 게 참 대단하다 싶었다.


물론 나 역시 유시민 작가님의 말을 듣고 읽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추천으로 좋은 책이 많이 읽힌다면, 입소문도 나쁘진 않겠다.



책 내용은 제목 그대로, 소설가의 '일'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가인 저자 본인의 이야기와 문장이나 플롯, 캐릭터, 서사구조 등


소설이란 글에 사용되는 모든 걸, 옆집 아저씨가 말하듯 단조롭지만 편안한 느낌으로


글이 쓰여있다.


괜히 글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추천한 게 아니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배울 것도 많았고, 깨닫는 바가 많다.


하지만 그게 무작정 어떤 교훈을 주는 책도 아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스토리에서 어떤 교훈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면 역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임을 새삼 느낀다.


자전거 이야기에서 소설을 쓰는 과정으로 넘어가질 않나


스티브 잡스 이야기에서 감각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게 막 이상한 느낌이 들진 않는다. 엄청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간히 등장하는 저자님의 농담?과 재치있는 말투는 읽는 내내


흥미롭게 만든다. 지루하지 않도록 만드는 셈. 시간만 된다면 하루종일 읽고 싶었다.


읽고 나니까 결국 모든 파트가 각각 하나의 짧은 수필이었던 것. 그래서 잘 읽히는 것이리라.



책을 읽는 건 언제든, 시기와 관계 없이 좋지만,


인연이 될 사람을 만나려면 어떤 타이밍이 있듯이,


여러 책 중에 하필 그 책을 읽게 되는 시기가 자신에 맞는 타이밍이 있다.


가령, 지난 주의 책인 [웹 여행을 시작하는 퍼블리셔를 위한 가이드]는 


나와 타이밍이 좋진 않았다. 아직 그걸 읽은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이번 책 [소설가의 일]은 한 마디로 딱 맞는 타이밍이었다.


한창 글 쓰는 재미를 느낄 요즘, 소설을 쓰고 싶단 생각을 하던 차였다.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뭘 써야할지 모를 이 때 만난 게 


[소설가의 일]이었다. 엄청 좋은 타이밍 아닌가?


원할 때 딱 맞는 내용을 가진 책이 들어오다니... 이것도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읽으면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 일일까... 그런 생각을 자꾸 하도록 만든다.


어떤 일이든 그 본질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자신 안에 하나의 기둥을 세우는 것과 같다.


하나의 원칙을 세우는 과정이다.


쓰려는 소설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일을 해도 좋다. 잘 쓰려거나 많이 쓰려거나, 심지어는 뭘 쓰려고 하지 않아도 좋다. 그보다는 자신이 잘 몰랐던 일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게 더 흥미롭고, 미처 몰랐던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뜻밖의 기쁨이다. 날마다 이 재미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 그게 바로 소설가의 일이다.

p. 232


위 글로 모든 게 정리된다. 정확히는 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생각과 감각에 대한 이야기. 핍진성에 대한 이야기.


캐릭터와 플롯, 그리고 재능에 관한 이야기


소설가는 이야기가 아닌 문장을 쓰는 사람이라는 이야기


이 모든 걸 포함하는 하나의 기둥.


소설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자신이 잘 모르는 세상을 감각하고, 의미를 찾고 그 자체를 느끼는 삶.


소설가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 이런 걸 보면 잠깐 드는 생각은 "참 말은 쉽다."라는 것이지만


어쨌든, 그렇다. 저자님이 생각하는 소설가는 바로 저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문득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설가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본다.


물론 내가 소설가는 아니지만, 만약 그런 답변을 받는다면,


지금의 난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느낀 세상과 이해하지 못 할, 잘 모르는 타인의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여


문장을 가지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사람'


그런 작가가 되고 싶은 요즘이다.



좋은 말과 이야기가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첫 장이자 표지다.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新人),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있다.

p. 19 - 제1부 1장. 재능은 원자력 발전에 쓰는 건가요? 中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을 유려하게 쓴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냥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새 작가가 된다는 말인데, 위 문장이 별로라면 다음 글을 보자.


획기적으로 나아지지도, 그렇다고 갑자기 나빠지지도 않는 세계속에서, 어떤 희망이나 두려움도 없이, 마치 그 일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일하는 사람들의 세계 속에서.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시를 썼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나면 그건 도무지 내가 쓴 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나는 새로운 사람, 즉 신인新人이 됐다.

p. 18~19


단지 소설만 그럴까. 모든 일이 그렇다.


꾸준히 하는 모든 일에 저런 시기가 있지 않았나...


괜히 꾸준함이 어려운 게 아니다.


확실한 건 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 


글쓰기는 당연하고, 다른 일에서도 느끼지 못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지 못했단 말이겠지.


내가 하는 공부조차도 꾸준히 한 적이 있던가 싶다.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란 말이 있듯이,


흘러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점점 익어간다고,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자.



유시민 작가님이 아마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 3권 중 한 권으로 추천하셨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너무 많은 걸 얻었다.


그만큼 읽은 타이밍도 좋았고, 내용도 대단하다.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어떤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어떤 내용이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걸 얻어낼 수 있으리라.


쓰기 시작하는 사람이든, 쓰고 있는 사람이든,


아마 책을 읽는 순간 전후로 나뉠 수 있을 정도니까.


좋다. 정말 너무 좋다. 이런 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 분야엔 이런 책이 없는데, 언젠가 한 번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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