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영감 오병수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5
이상교 지음, 조현숙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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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우유만 먹고 낳았다는 얼굴이 흰 형은 공부도 잘하고 부반장인데다가 테니스대회에서 상까지 받는데, 병수는 엄마가 임신 중에 커피와 자장면을 즐겨먹은 탓에 아프리카토인처럼 검고 키도 작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항상 형 편이 되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변명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엄마에게서 좁쌀영감이라는 별명만 얻게 된다.

  2학년 처음 들어왔을 때는 선생님께서 업어주기도 해서 귀여움을 차지하는 줄 알았는데, 박태현과 싸움을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선생님의 미움을 샀는지 학교에서도 변명할 것이 많아져버렸다. 그러다가 황소처럼 힘도 세고 무섭다는 박태현과 짝이 되어버린다.

  아무도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것만 같아서 할 말이 더 많아지고 눈물도 많아져버린 우리의 주인공 좁쌀영감 오병수.

  그러나 진실은 통하는 법. 박태현이 오른쪽 귀가 안들려서 친구들의 말도 선생님의 말도 잘 못알아듣는다는 것을 알게된 병수는 태현이의 행동들을 이해하고 수업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선생님이 이런 병수의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해서 학교에서의 오병수의 생활은 잘 풀린 셈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형과의 갈등이 어찌되는지 보자. 강아지 따름이의 줄을 잠깐 풀어준 사이에 집 밖으로 사라져 버려서 동네에 찾아나선 병수는 따름이를 못찾고 형에게 혼날까봐 집에도 못들어가고, 놀이터에 앉아서 울고 있다. 그런데 형이 병수를 찾으러 온다. 형에게 소중한 동생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해서 좁쌀영감 오병수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사랑과 관심을 받는데 성공한 것 같다. 아니다.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 것이다.

  가정을 떠나 학교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게 된 우리 아이들이 겪는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공부.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새로 개척하고 적응해야 할 큰 과업처럼 느껴질 것이다. 

  엄마에게 조금 더 사랑받고 싶어서, 선생님에게 관심을 많이 받고싶어서 끊임없이 질문도 하고 싶고, 변명도 하고 싶은 아직은 때묻지 않은 우리아이들의 모습 그대로가 이 책 속에 있다. 읽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초등2학년에게 큰 존재인 선생님과 엄마가 그림에는 크게 그려져 있다.  아이들의 심리에 맞추어 그림을 그린 듯 사람들의 모습이 과장되거나 축소된다. 그림 속에 실제사진을 교묘하게 조합해 놓은 부분을 찾는 재미도 있다. 종알종알 변명을 늘어놓는 병수의 모습을 삐약삐약 쉴 새 없이 삐약거리는 노란 병아리로 그려놓은 대목이 압권이다. 

  우리집에도 초등 2학년이 있다. 우리집 아이는 종알종알 변명하기보다는 차라리 입을 다물고 꽁하게 있어서 누나들이 꽁생원이라 부른다. 역시 그것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녀석만의 방법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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