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제의 중심이 된 소설가 정지돈이 첫 소설집을 엮었습니다. <내가 싸우듯이>와 함께, 독자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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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coffee님 질문

글을 쓰려면 풍부한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될 텐데요. 경험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책을 본다든가 기타 등등... 작가님은 어떤 방식으로 노력하시는지 알고 싶군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일을 겪어야 해, 그게 아니면 책으로 그 경험을 보충해야 해, 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책으로 하는 경험과 실제로 겪는 것은 같은 층위의 경험이지만 동시에 다른 종류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한쪽이 한쪽을 보충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습적으로 쓰는 경험이라는 단어가 뭔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한데요, 흔히 이야기하는 삶의 실질적인 체험이라고 하는 경험 역시 신체와 매체(언어)를 통한 인지 과정이며, 독서 역시 마찬가지로 그러한 인지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차적 경험, 2차적 경험 등으로 나누는 것은 경험의 경중을 나누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중요한 것은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분석하고 생각하며 배열하고 발화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생활 속에서 느끼고 감각하는 대부분의 것들, 그게 책이나 영화 아니면 여행지에서의 경험, 직장 생활 등 모든 것이 동일한 경험의 층위에 있다고 보고요, 그것들에 대해 조금 더 다층적으로 접근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까뮈님 질문

정지돈 작가님, 요즘 가장 흥미를 갖고 있는 게 무엇인지요? 이 단순한 게 정말 궁금합니다. 


무언가에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지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60년대에서 80년대 사이 남한에서 활동한 예술분야의 평론가들, 이를테면 이일, 정영일, 박용구 등에게 관심이 있고 더불어 그레고리 베이트슨이나 하인츠 폰 푀르스터, 프란시스코 바렐라와 움베르토 마뚜라나 등 메이시 회의와 사이버네틱스에서 출발한 일련의 학자들과 그들의 학문, 마셜 맥루한에서 빌렘 플루서, 제이 데이비드 볼터 등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이론가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와이드팬츠나 배기팬츠에 관심이 가는데, 잘 어울리지 않아서 걱정이네요. 




위래 

특별히 단편을 고집합니까? 언젠가의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구상중인 장편 계획이 없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네요. 


특별히 단편을 고집하진 않습니다. 어쩌다 보니 쓰고 있는 작품 대부분이 단편이 되었는데요, 이는 제가 문단이라고 하는 한국문학 체계에 속해 있고 그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단을 생각했고 등단 이후의 작품 발표를 생각했다는 뜻으로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해진 분량과 형식 안에서 글쓰기를 해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어느 순간 들기 시작했고 그런 생각이 든 이후로는 가능하면 제가 행하는 모든 글쓰기에서 그런 틀의 제한을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매 분량의 에세이 청탁이 오고 100매 분량의 단편 청탁이 오면 그 둘의 글쓰기가 때에 따라 제 안에서 연결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120매의 소설-에세이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장편에 대한 구상은 늘 하고 있고 얼마 전에도 쓰다가 엎은 적이 있습니다. 장편 역시 어떤 식으로든 한권의 단행본으로서 장편 소설이라는 구획 안에서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곳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주제, 하나의 모티프나 설정, 세계관이 이어지는 조금 긴 분량의 글을 쓰고 싶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떤 형태든 곧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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