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러브 레플리카>를 출간한 윤이형 작가에게 독자가 물었습니다.

윤이형 작가의 답을 소개합니다.


2016년 오늘의 젊은 작가들 : 윤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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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형 작가님께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순간은 언제, 어디서, 무엇 또는 누구에 의해서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결심은 여전히 처음 그때의 그것과 같은지도 궁금해요.


직장에 다니며 여러 가지 글 쓰는 일을 10년 정도 했습니다. 어떤 특별한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일을 하다보니 방향이 정해져 있고 기획에 맞춰야 하는 글 말고 제약이 없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에 다만 한두 시간이라도 회사원 말고 ‘나’로 살고 싶어서 어느 문화센터에서 하는 소설창작강의를 들으러 다녔어요. 거기서 숙제로 썼던 글들을 모아 보냈는데 당선이 되어버려서 사실 다짐이고 결심이고 할 겨를도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을 시작하고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뒤늦게 어떤 결심 같은 것을 하게 되는데, 제가 잘 알지도 못하고 발을 들여놓은 문학이라는 거대한 대륙에 대해 남은 평생 동안 열심히 배우고 싶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하는 글쓰기는 그 이전과 어떤 다른 경험을 가져왔는지 궁금합니다. 제게 육아는 내 시간보단 다른 이의 시간을 사는 일이었는데 그 가운데 작가님의 소설쓰기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요?


저 역시 시공간의 제약, 점점 좁아지는 시야, 어떤 의미에서는 세상으로부터 차단된 상태에서 세상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 어려움 같은 것이 크게 다가옵니다. 퀄리티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지만 제가 선택한 삶이라 불만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작고 연약한 생명체와 매일 구체적으로 애정 표현을 주고받는 일은 대단히 소중하고 큰 경험이어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에는, 말하자면 제 글이 부족하다는 생각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며칠씩 마음 놓고 죽고 싶어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엄마라는 신분에 따르는 책임이 있고, 아무리 자괴감이 들어도 삶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으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들다가도 차단되고 일을 계속할 동력도 생기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주로 언제 어디서 글을 쓰시나요? 특별히 글이 잘 써지는 장소나 분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동네 카페에서도 쓰지만 주로 마감이 코앞에 닥친 밤에 집 부엌 테이블에 앉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와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아서 혼자 있을 수만 있다면 무조건 감사한 상황이에요.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작가님을 이상으로 삼은 학생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젊은 작가로서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고 계시는데,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본인의 훗날은 어떨 것 같나요? 꿈이란 게 원래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잖아요. 작가님이 꿈꾸는 작가님의 미래와 꿈을 알고 싶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쓰기를 그만두지 않는 게 첫번째 꿈, 동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두번째 꿈입니다. 세번째 꿈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제가 좋아하는 글쟁이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다과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누구는 뜨개질을 하고, 누구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또 누구는 신작 발표를 그 자리에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그들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되어 있겠죠. 지금은 각자 바쁘고 힘겨워서 교류조차 할 수 없는 처지지만, 그때가 되면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정중히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어요. 그들의 글이 제 젊은 날에 어떤 방식으로 무한한 빛이 되어주었는지를 전하고, 계속 멋진 작품을 써달라고 부탁할 생각입니다. 물론 그러려면 저 역시 그때까지 쓰고 있는 사람으로 열심히 살아야겠죠. 




작가의 길이 무섭지 않나요?


무섭습니다. 하지만 감당할 가치가 있는 무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 한 해 동안 작가님의 글을 많이 찾아 읽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소재의 다양성’이었습니다. 물론 크게 본다면 과학, 기술, SF적 상상력을 많이 찾아볼 수 있긴 했지만 그것들 외에도 다양한 인물과 소재가 언제나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작가님께서는 평소에 소재에 대한 영감을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일상을 살면서 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저에게 의미 있는,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쓸데없어 보일 질문들을 쌓아놓곤 해요. ‘사람에게는 꼭 몸이 있어야 할까’ ‘병을 증오하는 마음을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뭐 이런 것들요. 현실이 저에게는 제약이나 불편함으로 느껴지는 일이 잦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여기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는데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설리스트에서 “4주의 표지갑은 윤이형 작가의 『러브 레플리카』입니다”라고 발표했는데 표지를 직접 결정하기도 하시는지, 표지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지요.


이번 소설집 표지에는 ‘하트 모양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만 의견을 냈습니다. 진짜 사랑이라면 그건 하트 모양으로 생기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반짝거리고 예쁘장한데 공허하고 인공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느낌의 표지가 나와서 몹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정해놓고 시작되는지 이야기를 쓰는 중에 바뀌기도 하는지 그리고 글을 처음 시작할 때와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는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하네요.


첫 문장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마지막 문장은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정해지는데, 쓰고 난 뒤에도, 책이 나온 뒤에도 계속 고치고 싶어서 괴롭습니다. 글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떻게든 가보지 뭐’ 정도의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는데, 끝을 내면서는 늘 처음 생각과 너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작가님은 글을 쓰기 전, 혹은 쓰실 때 하시는 특유의 습관이나 의식(?) 같은 것이 있나요?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 작가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알고 싶습니다.


진한 커피를 석 잔쯤 연달아 마시면서 안 쓰고 있다는 죄책감이 충분히 쌓일 때까지 온갖 잉여스러운 행동을 합니다(뭔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충분히 시간을 낭비했다는 마음이 들어야 쓰고 싶어집니다.  




다음 생으로 이 생의 기억을 한 가지만 가져가야 한다면, 어떤 기억을 선택하실 것인가요?


일주일 전부터 이 질문지에 대답하고 있는 이 순간까지의 기억요. 지금이 불안하지만 좋기도 하고, 특별하고 큰 사건들만 골라내서 의미를 더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그건 왠지 ‘제’ 기억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냥 시간순으로 뚝 잘라서, 특별할 것 없이 사소한 기쁨, 슬픔, 짜증, 후회 같은 것들이 골고루 들어 있는 보통의 일주일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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