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습 / 김승옥 지음 / 2014년 1월 15일 발행
김승옥은 1942년 태어났고, 1960년 대학에 입학했다. 1962년 <생명연습>이 당선되며 등단했고, 1965년 <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의 무진 같은 이미지의 창조자이기도 하다. 2014년을 맞아 다시 김승옥이라니, 새삼스럽다. 그러나 김승옥이 1962년에(무려 50년도 더 전에) 서술한 이 낯익은 풍경이라니.
형은 종일 다락방에만 박혀 있다가 오후 네시나 되면 인적이 드문 해변으로 나갔다가 두어 시간 후에 돌아와서 다시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밥은 마루방에서 나와 누나와 함께 셋이서 먹는 것이지만 밥만 먹으면 그냥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사닥다리를 삐걱거리며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아아 형은 하늘로 가는구나, 라는 말이 저절로 입에서 나왔다. 다락방은 이 세상에 있지 않았다. 그건 하늘에 있었다. (<생명연습> 中)
21세기 어느 '잉여'의 삶의 르포타주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서술이다. '형'이 골몰하는 것이 60년대의 풍경이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거나 게임, 혹은 우리 시대의 개성적인 취미생활이라고 상상해보아도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으음 앞으로 뭐든 열심히 안 해야지. 아 잠만 열심히 자야지 열심히 안 해 아무 것도. 지금까지 열심히 한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안 한다. 안 해 절대 안 해." (<안해>, 박솔뫼, <<그럼 무얼 부르지>> 中, 2014년 1월 발행) 1985년 태어나 2009년 등단한 젊은 소설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도 같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을 법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개인의 발견.
과거를 지금-여기로 호출하고, 현재에 대한 의미부여, 미래에 대한 상상을 꿈꾼다는 한 문학전집의 출간에 맞추어 김승옥의 이름이 첫 권을 장식했다. 김승옥의 소설 속 사람들. "그 뭔가가, 그러니까...." 그가 한숨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서울 1964년 겨울)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청년성'이 오늘, 우리가 마주쳤을 한국문학의 얼굴과 겹쳐 상상된다. 가로수길에, 경리단길에, 홍대 합정 상수 그 즈음에, 그 김승옥들은 여전히 서성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