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동안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변두리의 인물을 데리고 우스꽝스럽고 위트 있는 서사로 슬픈 정경을 그려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에서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말과 말 사이의 간극을 표현하거나, 서사나 문장으로 감정 자체에 푹 빠지게 만들고, 그로 인해 이전보다 더 감성적인 부분이 풍부해지고 장난기가 많이 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런 변화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독자 @manic_dodo 님
Q. 초기의 유쾌하고 밝은 느낌의 소설과 달리 최근 소설들은 무겁고 진지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작가로서의 시선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독자 @zancid 님
A. 저는 무거운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대체로 러블리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때론 이상한 인물들이 저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인상을 박박 쓰고 있을 때도 있고, 실실 실성한 듯 허공을 바라보며 웃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되도록 그 사람들을 재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소설을 쓸 뿐입니다. 변화가 좀 있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쉽게 말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이건 뭐 한두 개여야죠. 다만 이전 소설을 쓸 때보다 더 구체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거, 뭐 그 정도로 답변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 그런데 이렇게 답변을 하다 보니, 제가 정말 김 박사가 된 듯합니다.
Q. 주인공들의 이름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지으시나요? 글이 막힐 때 돌파구는?
-독자 @soulvinstella
A. 주인공 이름은 옥편을 보면서, 뜻풀이까지 하면서 짓는 편인데, 결과적으론 튀지 않는, 캐릭터에 맞춤한 쪽으로 갑니다. 그래서 좀 촌스러울 때가 많아요. 글이 막힐 땐, 풀릴 때까지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버팁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면서... 그래서 쉽게 지칩니다.
Q. 지금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방 속 혹은 주머니 속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뭡니까?
-소설가 이은선
A. 잘 지내시나요? 우리 페친이지요? 저는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아서… 주로 책 같은 건 손에 들고 다닌답니다. 주머니엔 담배와 라이터가 전부고요… 이거 참 아무것도 없네요. 그래서 이런 소설밖에 못 쓰는가 봐요. 아마, 안될 거예요, 저는…
Q. 소설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윤리적인 팬티 한 장’을 입고 담배를 사러 나간 청년이 꼭 이기호 작가 본인처럼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질문. 만약에 글쓰기에 윤리가 있다면, 그건 어떤 것일까요?
-시인 오은
A. 최근 시집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축하드립니다. 글쓰기 윤리까지는 모르겠으나, 소설 쓰기의 윤리는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쓰지 않는 거지요. 저로부터 조금 멀어지는 글쓰기입니다. ‘윤리적인 팬티 한 장’의 주인공은 저와 가장 가깝지만, 사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이기도 하답니다.
Q. 죽을 때까지 익명이 보장된다는 가정하에 소설을 한 편 쓴다면 어떤 내용의 소설을 쓰고 싶으신가요?
-소설가 정용준
A. 뭘 이렇게 어려운 걸 묻고 그러냐? 그냥 전화해라. 우리에게 익명이 보장된다면... 그 대상은 아마도 아내님들 아닐까?
Q. ‘김 박사’가 누구인지 답해야 하는, 혹은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더불어 앞으로의 작품 계획까지.
-문학과지성사 편집부
A. 글쎄요, 꼭 답을 하라는 뜻은 아니고요, 작은 의도가 있었다면 독자들도 함께 소설을 쓰자는 뜻, 그 이상도 이하도 없습니다. 소설 쓰는 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작가란 사람들도 그렇게 대단한 별종은 아니고요… 하지만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그 누가 되었든 조금 다른 인간으로 변하는 건 맞는 거 같습니다. 조금 구제되는 느낌도 들고요. 그 느낌을 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미리 약속드리지 않고, 부지런히 쓰겠다는 말, 그게 전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