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품절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방석을 나란히 깔고 누운 제게 찬 보리차를 따라 주며 등을 가만히 쓸어주었죠. 그러다 문득 낮게 중얼거렸습니다.
"우리 딸이 아니어서 다행이야."-31쪽

넌 여기서 뭐하는 거니? 이런 때일수록 제일 똑똑한 네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해야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되겠니? 한심하게.
한심해, 한심해......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제 머리와 등을 연신 철썩철썩 때렸습니다. 전 울면서 "잘못했어요."하고 몇 번이나 빌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향해, 누구를 향해 비는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88쪽

그걸로 충분해요. 곰 가족에게는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새언니 탓이 아니에요. 곰 가족이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잊고 분수에 넘치는 짓을 해서 벌을 받은 거라고요. 불행에 빠진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건 자기밖에 없다며 교만을 떨 것이 아니라, 곰한테 딱 맞는 건강하고 수더분한 상대를 만나 결혼했더라면 나름대로 귀여운 자식도 보고 좋았으련만. 그 아이도 모두 예뻐했을 텐데. 예쁘장한 아이가 곰의 집에 들어왔다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마냥 들떠서 좋아하다가 이런 중대한 사실을 다들 간과하고 만 거라고요.-166쪽

수사는 심야까지 이어졌다지만 난 9시쯤에 순경 아저씨와 함게 귀가했어요. 현관을 열고 순경 아저씨의 얼굴을 본 순간, 어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군요.
어머, 이거 미안해서 어떡해요. 그렇잖아도 지금 막 데리러 가려던 참인데. 초등학교에서 사고가 났다는 얘기는 시노하라씨한테 전화로 들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얘 언니가 몸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네, 천식이 아주 심하거든요. (...) 사람이 한 명 죽어 나갔다는데 생글생글 웃으며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어머니를 보자 눈물이 나더군요. 한심하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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