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작가, 번역가, 평론가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아작의 책에 관해 물었습니다.

단 한 권의 아작, 답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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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마지막으로 할만한 멋진 일>

도저히 이 책의 이야기들은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책. 그런만큼 얼마나 훌륭한 솜씨로 짜놓은 이야기들이 강렬한 힘으로 불타올랐는지 되새기게 되는 이야기들.



김보영 <리틀브라더>

출판사 아작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책. 번역자로부터 “신생 SF 출판사가 생겼는데 책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또 새로운 불나방이 불에 뛰어드려니 했었는데….

김창규 <유령해마>

원숙함까지 겸비한 작가의 사고와 구상화 능력이 빈틈 없이 들어찬, 완성도 높은 SF의 표본.



김초엽 <어떤 물질의 사랑>

천선란 작가의 서늘함을 좋아한다. 천선란의 따뜻한 글도 좋지만 그의 특기는 서늘하고 슬픈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일, 이 단편집에는 그런 매력을 지닌 작품들이 모여 있다.



듀나 <사소한 정의>  시리즈

대명사를 뒤틀고 지우는 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연작. 그렇다고 이 신나는 시리즈의 스페이스 오페라로서의 재미가 그 아이디어 안에만 갇혀 있는 건 아니다.



문목하 <저 이승의 선지자>

타인을 사랑하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오랜 교훈의 가장 환상적인 변주. 작가가 독자를 울리기 위해 반드시 슬픔이 필요한 건 아니다.

심너울 <돌이킬 수 있는>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SF 장편 중 하나. 문목하 작가님의 새 장편과 영상화 모두 절실히 기대한다!



정세랑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새로운 감성의 SF를 만날 수 있어 기뻤고, 이 책의 장면장면이 오래 생각난다.



천선란 <체체파리의 비법>

새벽녘까지 소파에 앉아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읽던 순간, 나는 앞으로 내 세계가 달라질 것을 확신했다. 그런 소설이다.


정보라 <식스웨이크>

정말 신나게 읽었고 강력 추천한다. 정통 SF와 정통 추리소설이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의 모범을 보여주는 매혹적인 작품.



강다연 <사람의 아이들>

우리의 다음은 무엇인지, 무엇이 있기나 한지,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대체 왜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던 책.

강현 <얼마나 닮았는가>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이해해본 적 없는 인간의 피부 아래로 들어가는 경험을 할 이야기. 온정주의나 냉소주의 없이 한 인간을 이해하는 단편들이 담긴 소설.

고호관 <별의 계승자> 시리즈

괜찮은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둔 뒤 후속편에서 지리멸렬해지는 이야기는 많다. 그리고 야심차게 출간을 시작한 뒤 이런저런 이유로 후속편을 제대로 내지 않는 출판사도 많다. 별의 계승자 시리즈는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곽유진 <저주토끼>

작가는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라고 말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 같이 조금씩 불행하거나 불행해진다. 그렇지만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기에 그들의 쓸쓸함은 온전히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구한나리 <화재감시원>

코니윌리스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하는 계기로도, SF의 다양한 분위기를 맛보기에도 최고의 책

김다민 <유미의 연인>

책을 덮고서 사랑할 여력을 그러모아 주먹을 쥐어보았다. “손이 창백할 때 이 책을 펼치세요.”

김수륜 <사소한 정의>

사소한 정의를 처음 읽고 너무 흥분했다. 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스페이스 오페라 좋아하세요? 안 좋아한다고요? 사소한 정의를 읽으면 좋아하게 될 거예요!”


김아린 <나의 진짜 아이들>

때때로 우리의 삶은 “매우 혼란” 상태이며 기억은 무수히 많은 파도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결코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우리 시대의 수많은 트리샤와 팻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김영리 <리틀브라더> 첫사랑, 첫눈, 첫키스. 처음이란 단어가 붙은 말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아작의 첫책이어서도 그렇지만, 경쾌하게 술술 읽고 덮었는데, 자꾸, 계속, 한번씩 생각나는 작품. 그래서 찐이다.


김유경 <식스웨이크> 우주선 안에서 새로 깨어난 클론들이 자신들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이 작가가 얼마나 영리한지는 결말이 말해준다. 


김이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하인라인의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감동받았고, 여러 번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우주로 가보고 싶은 십 대 소년 소녀가 모험을 통해 영웅이 되고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구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영원히 재밌는 소재로 남으리라.


김인정 <구미베어 살인사건>

아작 책에 갑자기 손 대기 너무나 두렵다는 분들께 ‘부담없이 이거 어떠세요?’ 하고 입문용으로 고른다면 이 책!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수록작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버려진 곰인형들을 위한 만가>.


김주영 <식스웨이크>

스릴러와 SF, 두 장르의 결합이 맛깔스럽다. 미래의 범죄 현장과 해결 과정을 흥미롭게 따라가는 동안 인간이 불멸하는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범죄 유형을 선뜩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김현재 <완전사회>

작가의 이름과 제목만 들어봤던 작품을 직접 읽을 수 있어 뜻깊었고, 작품에 담긴 선구적인 시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시간의 흐름과 망각 속에 잠겨 있던 한국 SF 고전의 발굴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저작.


남세오 <증명된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이산화는 비주류에 대한 사랑을 가장 우아하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마땅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할 책.


남유하 <온 여름을 이 하루에>

7년 동안 내리던 비가 멈춘 순간, 나는 금성을 뒤덮은 거대한 숲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레이 브래드버리라는 작가를, 그의 작품을 사랑하게 되었다.


문이소 <붉은 칼>

표지에 칼이 하얀 칼인 건은 몹시 아쉬우나 그래도 <붉은 칼>은 최고! 광막한 우주에서 펼쳐지는 여성의 사랑과 전쟁, 연대와 생존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모래(손소남) <체체파리의 비법>

나는 바로 이런 걸 읽고 싶었어. 팁트리 주니어의 소설을 읽은 다음에야 이런 걸 읽고 싶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이의 소설집을 한글로 읽기 위해서 우리는 너무도 오래 기다려야 했다.



물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표제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내 인생에서 ‘단편’의 맛을 알려준 강렬하고도 날카로운 작품. 꼭 추천한다!



민규동 <돌이킬 수 있는>

아작이 스스로 빚어 내놓은 첫 작품이기에 그 자체로 기념비적이다. 뭣보다, 돌이킬 수 있다면, 이 작품을 읽기 전으로 돌아가서, 그 놀라운 설렘과 훙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박문영 <저주토끼>

동화와 민담과 설화를 오가는 소설. 스산한 단편들이 묘하게 포근하고 저릿하다. 매력적인 도입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와 나만 남곤 했던 유년기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박상준 <라마와의 랑데부>

우주를 향한 인류의 원초적인 동경'을 가장 잘 표현하는 거장 아서 클라크의 대표작. 시대를 뛰어넘은 SF의 영원한 정전. 미래, 우주, 외계인, 인문사회적 시야의 확장 등등 SF만이 선사하는 ‘경이감'의 핵심 고갱이들이 오롯이 담긴 걸작.



박송주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나의 현실에서 SF적 상상력을 드러내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을 깨닫게 됨을 알게 해주는 책. 우리가 변방에, 주변에서도, 존재하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넌지시 말해준다.

박해울 <여왕마저도>

이 책을 읽고 코니 윌리스라는 작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유쾌한 분위기를 가졌으면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이 매력적. 특히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는 크리스마스에 읽으시길 추천.


배지훈 <중력의 임무>

과학소설의 정의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약 이런 세계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그리는 장르’라고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중력의 임무>는 그 정의에 완전무결하게 부합하는 작품. 중력이 단순히 700배가 되는 행성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그 위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도 그려냈다는 점에서 탁월한 작품.

백승화 <지상 최대의 내기>

코미디에 애정을 가진 저에게 곽재식 작가는 지나칠 수 없는 존재다. 푸근하고 엉뚱한, 곰탕 안의 젤리 같은 한국 SF코미디를 찾으시는 분들께 <지상 최대의 내기>를 추천한다.



설재인 <여왕마저도>

이 책을 소개받았던 장면을 또렷이 기억한다. 생맥주를 흡입하던 야외 테이블. 안주는 먹태였고, 나는 입에서 생선조각이 튀어나가는지도 모른 채 소리를 질렀다. “미친! 그런 소설이 있다고요?” 그렇다, 있었다. 그런 소설이.

손지상 <제프티는 다섯 살>

저녁놀처럼 그리우면서도 기괴한 사변소설의 이미지와 가상의 노스탤지어.



송경아 <혁명하는 여자들>

시의적절한 기획과 출간으로 ‘페미니즘 SF’의 존재를 팬덤 밖으로 널리 알려준, 아작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



송은우 <완전사회>

60년대 한국문학 특유의 문체에서 느껴지는 고전적인 정중함이 더욱 매력인 놀라운 SF 소설. 주인공 우선구가 그랬던 것처럼 작가도 작품에 자기를 담아 헤매는 후손에게 메세지를 전하려 했던가? 내 고통을 죄다 남탓으로 투사하며 편을 갈라 싸우는게 정의인 줄 아는 요즘 시대에 필히 읽어야 할 진정한 미래소설.



송한별 <유미의 연인>

숨 쉬듯 혐오를 내뱉는 세상에서 매번 실망하면서도 계속해서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소설집. 이서영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로서의 사랑을 믿고 계속해서 사랑해 나가는 작가다.



시아란 <증명된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언어, 개념, 무대로부터 시작해, 우리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경이의 세계로 이어지는 단편들의 묶음. SF독자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무지개맛 과자상자이다.



심완선 <야자나무 도적>

좋아할 작가를 찾고 싶을 때 단편집을 손에 든다. 이 여행이 언제나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때로는 지루하기도, 불편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언제나 경험이 남는다. 페미니즘과 SF는 늘 추천하는 여행지. 이쪽으로 떠날 준비가 된 사람에게라면 이 책은 오랫동안 재미있을 것.


엄길윤 <지상최대의 내기>

곽재식 작가는 오직 한국에서만 일어날 것 같고, 꼭 한국에서만 일어나야 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SF와 로맨틱한 SF를 능숙하게 펼쳐놓는다. 이 얼마나 멋진 블랙코미디인가.


엄정진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SF를 처음 읽거나 잘 안 읽던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좋다. 재미있고 전개가 빠르며 마지막엔 살짝 뭉클하다. 과학과 공학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에 놓고 쓰인 ‘미스터 SF’ 하인라인의 대표작.


위래 <유리감옥>

특이점 이후의 미래, 실험이란 명목으로 21세기의 중산층 가정에 떨어진 주인공이 자신의 허물어진 정체성을 다시 쌓아나가는 싸움을 그린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검열, 신분 도용, 복제와 같은 근대의 낯익은 개념들이 러브크래프트의 괴물들보다도 무섭다고 느낄 것이다.



유목연 <화재 감시원>

농담과 서정과 비애를 완벽하게 저글링하는 솜씨를 보여주는 단편집. 같이 있으면 좋은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이다. 나 혼자만 웃겨 죽기는 아깝고, 또 사람이 살면서 가끔은 혼자 낄낄웃다가 속으로 ‘아, 이거 정말 웃긴데 어디 말할 데도 없고…’라며 좀 고독해지고 그래야 된다.



윤이안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 한참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쌓인, 응축된 서사를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 같은 한 문장이었다. 특별하거나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감정을 전달한다. 내가 소설을 읽는 건 바로 이런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윤주미 <중력의 임무>

과학자들의 상상력과 티키타카가 빛나는 소설. 과학적 이론을 이용하여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껴 보길 바란다. 그야말로 ‘Oldies, but goodies.’



이건혁 <양 목에 방울 달기>

혐오마저도 이렇게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놀라고, 꽤 까다로운 전개임에도 단숨에 읽힌다는 점에서 두 번 놀란다. 이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왜 코니 윌리스, 코니 윌리스 하는지 아시게 될 것. 



이경희 <유미의 연인>

누구보다 다정하고 사랑 가득한 이서영 작가의 신작 소설집. 특히 단편 <센서티브>는 한국 SF 단편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이규락 <삼사라>

유물론적 사고실험과  약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경탄이 나올 정도로 잘 결합된 소설집. 특히 단편 <유일비>는 좋지 않은 뉴스와 염세적인 풍경으로 가득한 현재에,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나경 <여름으로 가는 문>

다섯 번째 한국어판이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


이다혜 <돌이킬 수 있는>

작가에 대해서도 소설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해 혼자 신나 끝까지, 점점 가속하며 내달리는 기분으로 읽었다. 읽는 동안보다 다 읽은 다음이 더 좋아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아작에서 내는 한국 작가 소설들은 무조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



이도 <나는 바나나다>

한국 소설계에서 등한시되던 SF 장르, 이 장르가 새로운 꽃을 피우기 전 꼭 필요한 책. 편견의 틀 없이 만들어진 <나는 바나나다> 속 중편들은 매우 기발하고 날카롭다.


이동현 <야자나무 도적>

60년대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비영어권까지 아우르는 광대한 작품 선정을 통해 페미니즘 SF가 이룩한 성취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단편선. 특히 페미니즘을 매도하고 폄하하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지금 같은 반동의 시대에 더없이 귀한 결실.

이멍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어도 깊은 울림과 생각할 거리를 송곳처럼 가슴에 찔러넣는 SF. 사랑과 운명에 휘둘리며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고 나는 다시 첫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민섭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따라가려고 노력하다 정신을 잃다보면 어느새 동화되어 있는 책!



이산화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이 단편집의 표제작이 번역되어 나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 잔혹한 우주를 살아가는 생물들의 사랑과 운명과 죽음에 대한 아름다운 책이자, 아작을 주목하게 된 계기.



이수현 <돌이킬 수 있는>

아작에서 내줘서 고마운 책도 많았고, 좋아하는 책도 많지만 특히 이 소설이 나왔을 때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시도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의 소설은 대체가 어려운 특별한 경험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에 담긴 유머, 지적 유희, 서사적 쾌감. 그리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더 절실한 어떤 태도와 관점까지.


이재호 <여름으로 가는 문>

냉동 수면과 시간여행, 그리고 고양이, 이 세 가지 조합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  거기다 한국 최고 SF작가님의 훌륭한 번역까지. 이 답답한 시기에 여름으로 가는 문을 열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멋진 고양이와 함께.




이정인 <온 여름을 이 하루에>

충분히 환상을 섭취해야만 현실을 버틸 수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집은 책상 위에 올려두기만 해도 든든한 종합비타민제와 같다.




이주혜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천천히 사멸하는 세계가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건 생존을 향해 발버둥 치는 인간이 여전히 사랑하고 미워하며 마주보기 때문이다. 해체된 세계의 생태계에 SF라는 현미경을 들이댄 집요한 사랑 이야기.


이지용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SF라는 장르가 줄 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상상의 즐거움을 시종일관 놓치지 않는 이 수작을 더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다.




이지은 <저 이승의 선지자>

문체가 아름답고 문장이 적확하며 독자를 먼 곳으로 떠나게 해준다. 떠났다가 돌아오면, 다른 사람이 된다. 조금 덜 외로워진 인간이 된다. 


이채하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작중 배경은 인도이거나, 더 멀거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거나 개념임에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확실해서 좋았다.



임욱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이 책의 끝을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 단편 <다락방> 소녀의 말대로, 세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벽이 허물어졌고, 나는 아름답고 위험하게 뒤섞인 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 속에서 나는 자유로웠고, 또 끝도 없이 두려워 참으로 행복했다.



임태운 <라마와의 랑데부>

누군가 내게 단 한 권의 SF소설만 타임캡슐에 넣어 만년 뒤의 미래로 보낼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이 책을 꼽겠다. 우주 저편에서 날아온 원통형 물체 ‘라마’를 탐사하며 그 경이로움을 묘사하는 이 소설은 “하드 SF는 너무 근엄해서 재미의 쾌감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화끈하게 박살내는 어드벤처 액션물이기도 하다.


전삼혜 <크로스토크>

SF계의 최고의 수다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장 코니 윌리스의 <크로스토크>를 추천한다. 텔레파시와 유전자, 소통과 사생활 침해 사이의 무거운 문제를 빠르고 장황하게 풀어내는 새콤달콤한 책.


전혜진 <나는 바나나다>

신인작가들의 작품은 지금 이 장르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지표와 같다. 신인작가들의 손과 눈으로 빚어지고 중견작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다듬어진, ‘지금 여기’를 보여주는 이정표 같은 책.

정대영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이 세상에 천재는 의외로 많지만, 그 결과물을 풍성하게 내어 놓는 천재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할란 엘리슨이 바로 그런 드문 천재다. 작가가 직접 지은 작품 제목부터 당신의 관심을 확 끌었음이 틀림없을 텐데, 수록된 단편들의 내용도 제목만큼이나 훌륭하다.



정명섭 <별의 계승자>

우리는 SF라고 하면 항상 미래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별의 계승자는 시선을 과거로 돌렸다. 인류의 시작이 어디일까 라는 웅장한 물음에 대한 기가 막힌 답변을 들려준다



정이담 <혁명하는 여자들>

주어가 설명되지 않거나, 주인공이 특별히 묘사되지 않을 때 우린 캐릭터를 무의식적으로 남성으로 특정하곤 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모든 주인공을 여성으로 읽는 경험이 가능하다. 재미있고 다채로운 단편들은 SF에 입문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기 좋다.



조호근 <터키 갬빗>

괜찮은 추리물, 흥미로운 역사물, 훌륭한 전쟁 첩보물. 고전 장르소설을 향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거칠고 묵직한 필치와, 지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정교한 서술이 공존한다. 아쿠닌의 소설 중 가장 신선하게 놀라웠던 작품이다.



최세진 <기기인 도로>

단일한 주제로 국내 여러 작가가 이렇게 완성도 높은 앤솔러지를 출간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한국 SF의 양적, 질적 성장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다.



최지혜 <올클리어>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대단원을 내린 작품. 수십 년에 걸쳐 쓴 작가의 노력과, 여러 역사의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사람을 배우고 사람을 사랑하며 희생한 작중 인물들의 목소리가 인류애를 치솟게 하는 소설이다. 시리즈의 인물이 총 집합하는 완벽한 결말로서 길이 남을 본보기.



클레이븐 <중력의 임무>

극단적인 환경에서 펼쳐지는 스토리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치밀하고 정교한 설정은 실존하는 천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멋진 배경을 탐험하는 발리넌 선장의 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참으로 즐거울 것이다.



해도연 <제프티는 다섯 살>

할란 엘리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고 감정이고 세계다. 결핍과 과잉, 사랑과 미움, 상처와 치유가 세포막부터 분해되어 섞이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하는지를 이보다 잘 보여줄 수는 없다.



홍준영 <나는 입이 없다 그러나 비명을 질러야 한다>

알프리드 베스터의 영향을 받은, 구식 기술과 미래적 상상력이 음울하고 비통하게 이어지는 빼어난 글솜씨.



홍지운 <얼마나 닮았는가>

모두가 반드시 읽었으면 한다. 김보영은 언제나 옳으니까.



황모과 <우리가 추방된 세계>

SF라는 세계가 함의하는 가치를 보여준 걸작들. 작가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거짓말’이 펼쳐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명의 멋진 거짓말쟁이가 되길 꿈꾸기 시작했다.


황성식 <멜랑콜리의 묘약>

첫 단편 <어느 잔잔한 날에>에 감명받아 여자 친구에게 그 내용을 들려줬었다. 거칠게 요약된 줄거리만으로 감동의 눈물을 글썽이던 친구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둔한 말솜씨를 통해 전달되더라도 좋은 이야기는 끝내 사람을 감동시키는구나 싶어 또 한 번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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