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여섯번째 만남은 최제훈 작가입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페이지 보러 가기 :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10901










Q. 모든 것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은 2020년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이 시기의 일상 혹은 관심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대부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책과 영화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가 격리라면 누구보다 익숙한 직업임에도 답답한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집을 나설 때 마스크부터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코로나 사태 이후 어떤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코로나가 원격 수업이나 각종 비대면 서비스 등 근미래의 모습을 강제적으로 앞당겨놓기도 했고, 사람 사이에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은 우리의 생각과 정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거리 두기’라는 말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권장되는 상황이 아직까진 많이 어색하네요.




Q. (장르소설적인 글쓰기라고 칭해도 무리가 없다면)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는 장르적인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순간이나 계기가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장르적인 구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플롯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표현은 하나밖에 없다는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처럼 하나의 이야기에 적합한 플롯은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거듭하는 편입니다. 소설에서 플롯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만으론 전달할 수 없는 미학을 창조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내용과 형식이 우아하게 융합된 작품을 좋아하는 제 기호 때문이겠죠.




Q.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의 연쇄가 무척 흥미롭게 읽힙니다. 이번 소설의 키워드인 '모방 살인'도 일종의 연쇄라고 볼 수 있을 듯한데요,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질문해주신 대로 이야기의 연쇄는 제 소설들을 관통하는 모티프이고, 모방 범죄 역시 오래전부터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었던 소재입니다. 타인을 모방하는 행위에는 드러내놓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개인의 내밀한 욕망들이 얽혀 있다고 봅니다.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말이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모방 범죄는 자기 내부의 악의를 창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그 과정을 직시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추리소설, 혹은 추리소설 작가가 있다면 어떤 작품 혹은 작가일까요?


워낙 유명해서 추천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추리소설’ 하면 가장 먼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을 바탕으로 역사적 배경, 다양한 인간 군상, 범죄와 추리 과정의 상징성 등이 유기적으로 얽힌 웰메이드(이자 소화하기 까다로운)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코는 미래에 남을 소설 형식은 추리소설뿐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바로 이런 거 말이야’라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거드름이 느껴집니다.

또 한 편을 꼽자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보험 사기를 시도하는 범죄소설에 가까운데, 나보코프 특유의 언어유희를 만끽하며 꼭꼭 씹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Q. 최제훈 작가의 소설을 따라 읽는 알라딘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인내와 적응이 필요한 시간이 아무래도 좀 더 이어질 것 같습니다. 책 읽기가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즐거운 방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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