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있는 한국문학의 세계를 감각적인 구성으로 소개해온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장르소설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이영도, 듀나, 조현, 백민석, 김희선, 최제훈 작가의 장르소설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독자를 찾습니다. 알라딘에서 소개하는 핀 시리즈 특별관에서 작가들의 다채로운 답변을 함께 소개합니다. 첫 만남은 이영도 작가입니다.


독자의 질문에 이영도 작가가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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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김*조 님 :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을 때 다음 작품을 쓰겠다는 말씀을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하와 칸타의 장이라는 이야기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하하. 이 질문을 다시 보시면 질문 안에 답이 들어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앞쪽의 전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제가 시하와 칸타의 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시하와 칸타의 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겠지요. 이 작자가 지금 장난 치나 싶은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가수는 노래로 이야기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 노래나 그 그림 자체가 그들의 표현입니다. 창작자가 말하고 싶었던 바가 먼저 정제된 언어로 존재한 다음 창작자가 그걸 창작물로 통역하거나 번역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자께서도 (물론 성장한 후에 한국어를 배운 영어 사용자이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먼저 영어로 할 말을 떠올린 다음 한국어로 번역하여 말하시지는 않겠지요. 글쟁이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Q. 꼬맹**풀기 님 : 최근 유행하는 웹소설의 방향성이 기성 작가들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전 웹소설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조예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성 작가의 방식과 다르다라... 그렇다면 기성 작가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쓰셨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과연 그럴까요. 이외수와 폴 오스터와 시마다 소지는 비슷한 연배이십니다. (1946년, 1947년, 1948년생이십니다.) 전부 글을 쓰셨고요. ‘기성 작가’라는 말에 부족함이 없겠군요. 그런데 저는 이 분들의 글쓰기 방식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겨울나기와 뉴욕3부작과 점성술 살인사건이라니. 이게 무슨 조합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명백하게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기성 작가의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그것과 웹소설의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 제 대답입니다.




  Q. 백상*리님 : 작가가 되고 싶은 일반인을 위한 조언이 있으시다면?


  A. 저는 무엇이 좋은 작가를 만드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식에 비춰 말할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좋은 제작자는 자기 연장을 소중히 다룰 겁니다. 녹슬지 않게 잘 닦고 기름 치고 소중히 관리하겠죠. 글쟁이의 연장은 어휘입니다. 일단 어휘를 소중히 다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Q. 꽃*바람님 : 요즘 판타지 장르는 현실에서 굴절된 원초적 욕망을 대리충족하는 수단으로(이성, 권력, 힘) 변질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타자님이 감나무를 가꾸시는 동안 밖에선 판타지가 신화를 잃어버린 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타자님이 두드렸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유독 신화에서 다룰 법한 담론들-인간의 불완전성과 인간의 구원에 대한 대화들을 많이 했죠. 타자님은 판타지와 신화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판타지 장르에게 신화란, 비인간이란 무엇일까요?


  A. 저 감나무 안 가꾸는데요. 음. 신화를 잃었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군요. 물론 요즘 세상엔 아무도 올림푸스의 신들을 위해 진지하게 제사를 올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헤파이스토스입니다.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육체적/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간단히 말했을 뿐 토니 스타크의 모습에서는 당연하게도 더 많은 신화적 영웅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서 ‘신화’는 ‘원형’과 비슷한 의미로 쓰여진 것 같은데, 만일 그렇다면 원형은 잃거나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판타지는 현실주의와는 다르지만 신화와는 비슷한 화법으로 말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Q. 박*이님 : 독자의 감상이 작가님의 의도와 달라서 당혹했던, 혹은 즐거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사람이 다들 다르니 감상도 전부 다 달라야 한다고 믿는 터라 당혹할 일은 없고... 재미있는 해석이나 감상은 다 즐겁게 보는 편입니다.




  Q. ysu****31님 : 타자님 안녕하세요! 살다살다 타자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이영도 작가님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달려 있으니 진짜 무엇이든 질문합니다! 어렸을 때 어떤 책을 읽으며 자라셨나요? 대학생활은 어떻게 하셨나요?? 졸업논문은 무슨 주제로 쓰셨나요? 5번 이상 읽으신 책이 있나요? <시하와 칸타의 장>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에 살게 된다면 타자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실 건가요? 혹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으신가요? 온라인으로 개강을 하니 학교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여러 모로 달라진 환경에서 적응하며 생존 중인 독자들을 위해 응원 한 마디 해주세요! 늘 타자님 글에 감사하고, 또 목말라 하며 기다립니다. 사실 이미 월간지로 읽었지만, 그래도 다시 타자님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또 다음 작품에서 만나요! 정말 사랑합니다!!!


  A. 안녕하세요. 책은 크게 가리지 않고 읽었습니다.님 : 대학 생활은 ‘대학생 : 주정배이의 유의어’ 같은 느낌으로 보냈던 것 같습니다.님 : 논문은 SF에 대해 썼습니다.님 : 있습니다. 아투안의 무덤 같은 작품은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읽으면 좋더군요.님 :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라면 상황을 일단 관찰한 후에 결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님 :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도 짐작할 수 없습니다만, 훗날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경험이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Q. 이*수님 : 안녕하세요! 제게 작가님은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휴머니스트 같아요! 작가님의 글은 늘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정말 좋아합니다. 다소 답답하고 불안한 요즘이지만, 작가님께서도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작가님께서 삶의 동력으로 삼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술 담배 제외!) 20대 때 가졌던 포부와 현재의 좌우명도 알려주세요! 항상 건강하세요! 신작 출간도 축하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힘든 시기를 잘 보내게끔 말없이 애써주시는 분들이 많은 시국인지라 휴머니스트라는 말이 턱없이 과분하게 느껴지는군요. (의료진, 자원봉사자, 공무원, 그리고 마스크 잘 쓰고 거리두기에 열심이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삶의 동력이오? 어... 당질, 단백질, 지방질이겠지요? 무엇에 주로 정신을 쏟는 거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전 글쓰기 때문에 울화통을 터뜨리거나 소리없이 낄낄거리는 것에 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굳이 포부라고 하면 재미있는 것을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였던 것 같고 좌우명이라고 부를 것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Q. 검은*님 : 작가님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시대와 세계를 초월해 모이는 콜라보 소설을 써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A. 시공입니까? 글쎄요. 현재로선 그런 것을 쓰는 것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드는군요.




  Q. 워*님 : 사랑하는 이영도 작가님! 일단 신작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T^T 절 받으세영.. 작가님 작품을 보면 인간에 대한 애증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현재 인류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이... 인류의 장단점이오? 하, 하하. 글쎄요.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굉장히 말하기 어려운 문제군요. 아니면 관념적인 것으로 흘러가거나. 인류라... 저 유명한 보이저 호의 사진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 칼 세이건이 하신 말씀이 인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요.




  Q. ash**ff님 : 이영도 타자님 글을 읽을 때면 여전히 처음 작품을 읽었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신간 소식에 정말 날아갈 것 같네요. 이렇게 또 한 권 타자님 책을 위해 책장을 비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신작이 줄줄이 출간되어 책장 하나가 전부 이영도 타자님 작품으로 채워지면 여한이 없겠네요. 그럼 여기서 질문! 타자님께서 쓰시는 글을 보면 정말 많은 책을 읽으시고, 또 그걸 체화해서 타자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시는 것 같아요. 타자님의 독서방법과 그 많은 책들을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곁다리 질문으로, 타자님의 가장 오래된 기억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항상 심장 뛰는 글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정말!!!


  A. 괜찮은 글로 계속 뵐 수 있으면 저도 행복할 거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독서법이나 기억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냥 관심이 가면 재미있게 읽는 것뿐이라서요. 가장 오래된 기억이오? 음... 지금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 집으로 가는 길, 성탄절에 받았던 선물, 길을 막고 있는 닭한테 고함 질렀던 기억 같은 것이 떠오르는군요. 마지막 것은 아마 어린 마음에 굉장한 대결 쯤으로 느꼈던 모양입니다. 별 것 아닌데 기억이 나는 걸 보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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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시양비 2020-05-1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첫 질문에 대한 답은 드래곤라자 시절부터 변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때, 우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를 묻자, 하고싶은 말이 정확하게 있으면 그걸 말하지, 왜 이야기를 했겠냐고 반문하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그 장면을 보고 저도 무릎을 탁 쳤었네요.
뭐랄까, 소설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이 20년전과 많이 달라지시진 않으신것 같아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