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열 명의 작가를 모셨습니다. 신작 시집 <겟패킹>을 출간하며 기획전의 시작을 열게 된 임솔아 작가의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이벤트 보러 가기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03733







Q. 지금 이 순간, 2020년을 임솔아 작가가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두 시간 정도 조용히 걸을 수 있는 비밀 장소들을 물색하고 있어요. 걷다가 개를 마주치면 멈춰 서서 한참을 쳐다봐요. 저 개는 어깨를 쫙 펴고 묵직한 걸음걸이로 걷는구나, 저 개는 다리가 저렇게 짧은데 어쩜 저렇게 빨리 뛸 수 있는 걸까. 돌아오는 길에는 편의점에 들러요. 비비빅 흑임자맛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는 날에는 반드시 사 먹습니다. 내일은 초당 순두부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시와 소설을 함께 쓰고 계신데요, 어떤 순간 시 혹은 소설로 이 감정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는지, 임솔아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궁금합니다.


저는 순발력이 너무 없어서 즉흥적으로 답하는 것에 무능한 편이라, 글을 쓰는 사람이 된 거 같아요. 어떤 상황을 직면했다거나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에, 말할 타이밍을 놓칠 때가 대부분이에요. 눈만 껌뻑이면서 말할 내용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이야기가 다른 주제로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하지 못한 말들이 이렇게 계속 쌓이다 보니……. 뒤늦게 문장으로 기록할 수밖에 없어요. 시든 소설이든, 누군가에게 전하는 제 답장일 거예요.



Q. 전작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의 "사라지고 있는데 / 살 것 같다." 라는 문장을 즐겨 읽은 독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작가가 특히 소개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어떤 시일까요.


「겟패킹」이에요. 감당하기 어려운 소식을 전해듣고서 평정심을 잃어버린 어떤 날이었어요. 같은 심정이었던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괜찮아?” “같이 있을까?” 같은 대화가 오가다가 “지금 만날까?” 하고 만나게 되었어요. 원주, 인천, 천안, 서울 등등에서 살던 친구들이 한 장소에 모였어요. 여주의 어떤 휴게소였어요. 한 친구가 ‘겟패킹’이라는 보드게임을 꺼내는 거예요. 지금 이걸 하고 놀자고요. 너무나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가 없어서 여행 가방을 싸는 보드게임이라도 구입을 했대요. 혼자서는 보드게임을 할 수가 없으니까 지금껏 포장도 뜯지 못했대요. 다 같이 둘러앉아 밤이 깊어갈 때까지, 손바닥만 한 여행 가방을 싸고 또 쌌어요. 가방에 넣고 싶은 물건도, 가방을 싸는 방식도 서로 달랐지만요. 헤어질 때에 “그래도 함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어요. 혼자 있었다면 “그래도”라는 말은 할 수 없게 됐을 거예요.



Q. 독자와 함께 읽고 싶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020년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윤이형 작가의 『붕대 감기』를 함께 읽고 싶어요. “마음을 끝까지 열어 보이는 일은 사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무참하고 누추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더 많지만, 실망 뒤에 더 단단해지는 신뢰를 지켜본 일도, 끝까지 헤아리려 애쓰는 마음을 받아본 일도 있는 나는 다름을 알면서도 이어지는 관계의 꿈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같다”라고 작가의 말에 적혀 있거든요. 같은 꿈을 버릴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Q. 알라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어떤 말씀일까요.


몇 년 전부터인가부터 1월 1일에 소원을 빌러 어딘가로 가요. 이전의 제가 지금 저를 본다면, 뒷짐을 진 채 혀를 찼을 거예요. 인생에 대한 오만함이 점점 줄어들어 걱정인 한편, 뒷짐을 지고 혀를 차는 그때의 저보다는 지금의 제가 저는 더 좋아요. 우리가 겪을 일들 속에서 다른 종류의 강함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