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매우 놀라거나 겁이 나서 가슴이 자꾸 뛰노는 모양.

<아밀리> 매우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쿨한 표정을 가진, 속 꽉 차 보이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아밀리의 심장이 마음에 그려지며 가슴이 사정없이 펌프질 하는 모양.

하지만! 그가 확 깨는 목소리를 지녔다든지 하는 치명적 진실 앞에서 씻은 듯 낫는 증세이기도 하다. 두근두근. 이 얼마나 찰라의 역동이란 말인가. 두근두근은 결코 Lifetime Value가 아닌 것이다!

영어학원의 두근두근씨는 감기가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원래 그렇다. 세상은 공평하기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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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기 전의 삶과 산을 오른 후의 삶은 다릅니다. 일주일에 두 세번 집 뒷산을 올라보니 알게 되더라구요.

제가 오르는 광덕산은 북한산이나 지리산에 비할 게 못되는 낮은 산이지만, 그 품만은 한결같이 넉넉합니다. 늘 묵묵히 홀로 자리하고 앉아 오가는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요

매번 올라가서 마음속 번민과 고뇌를 다 털어놓고 온갖 불평불만을 지껄여도. '그래그래', 하며 너그럽고 진지한 선배처럼, 연인처럼 귀를 열고 맘을 열어줍니다. 한참을 그럽니다...

그리고 내 몸이 힘들고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올라올 때 가득했던 마음 속 짐들을 풀어 옮긴 나는 툭툭 먼지를 털고 일어섭니다.

이젠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휘파람까지 불며 경쾌하게 내려오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가 거기에 있네요... 잘가라고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줍니다.

순간 코끝이 찡해옵니다. 그는 왜 무슨 이유로 나의 온갖 짐을 가져가며 웃는 얼굴로 배웅을 해주는 걸까요? 입장료 한 푼 안낸 내게 가벼워진 몸과 영혼을 다독여주며 다음에도 또 오라고 합니다.

미안해 죽겠어요. 고마워 죽겠어요... 그러면서도 매번 그를 찾아가는 내 무심한 뻔뻔함과 외로움이 싫습니다.그는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하나봐요. 무엇보다 그게 제일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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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2-0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미안해하실 건 없습니다^^

아밀리 2005-12-0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 !

마태우스 2005-12-09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이 정도에 9.0을 주시다니....넘 후하신 거 아니어요?^^

아밀리 2005-12-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이자나요. ^^
 

 십년감수.

목숨이 10년을 줄었음을 뜻하는 말이란다. 많이 놀라거나 위험을 넘기고 나서 사람들이 으레 하는 말. 그런 식의 스트레스에 정말 물리적으로 육제가 그런 반응을 한다고 하니 그걸 어찌 알고 그런 말을 만들었는지 옛 사람들의 지혜는 참 놀라워.

'언의 한계' 가  '세계의 한계' 라던가. 어떤 말을 체험해서 그 언어가 내 삶의 일부가 될 때 세계의 한 켠이 넓어지는 것일 터.

어제 새벽에 사고가 있었다. 요즘 동시에 마음에 불편한 것들이 잔뜩 있었던 친구와 내가 하루를 마무리하던 늦은 밤.. 좁고 비탈진 청담동 어느 골목. 앞,뒤,옆 밀려오는 차들 속에서 차를 피하려고 앞, 뒤 조금씩 차를 움직이다가 친구가 그만 고단하고 당황한 상황에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엑셀레이터를 밟은 것. 주차돼있던 차도, 친구의 차도 무척 많이 손상됐을 만큼 충격이 제법이엇고 무엇보다 차 밖에 나왔있던 주인이 조금 다쳤다. 다행히 그가 잘 피했고 좋은 사람이어서 정말 십년감수.

새벽에 여자 둘이 경찰서까지 가서 얼마나 무서웠던지. 몇 시간 사이 벌어진 일. 많은 생각들이 쏟아졌지만.. 어이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 운동신경 조차도 아무 것도 아닌 숨쉬는 순간들 조차도 참 겸허하게 하늘의 존재와 인간의 나약함을 생각하는 것이 옳구나..하는 생각. 가난한 심령, 온유한 마음의 힘이 그러한 것이구나..그냥 어떤 많은 말이 필요없는 그런 시간. 병원비, 수리비, 시간과 에너지, 놀란 마음.. 그 대가들이 과하다 싶지 않을 만큼.

친구와 나에게 새해를 맞이하기에 아주 적절하고 약이되는 몇 가지 언어들을 주는 그런 겨울밤이었다.. 하늘 아래 작은 존재감. 삶과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마음. 그리고도 몇 가지..

잠깐 눈을 붙히긴 했지만, 아.. 너무 고단하네.  오늘은 깊은 잠이 예상되는 그런 밤이겠다. 문제는 밤이 되기전까지 해야할 허덕허덕한 스케줄들. 흐흑.

그래도 새롭게 옷깃을 여며야지. 

 2006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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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2-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많이 놀라셨겠어요.... 저라도 옆에 있었으면 도움이 될텐데....그시각에 제가 뭘 하고 있었더라??

깍두기 2005-12-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십년감수하셨네요. 님의 원래 수명이 150살이길 빕니다^^
(푹 쉬세요^^)

아밀리 2005-12-08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푹 잘 쉬어줬더니 컨디션이 더 좋아져서 오늘은 새벽산에도 다녀왔어요. : )
 

 

"간결함은 위트의 영혼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슬랩스틱 플러스 만담 늘어놓는 것 보다 적절한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슬쩍 치고 빠지는 유머가 죽음이고, 소리 버럭버럭 질러대느니 그냥 조용히 외투 멋고 "덤벼." 하는 게 젤로 가오 서며, 백가지 말로 생색내는 것보다 상대의 고맙다는 말에 어깨 한 번 툭- 혹은  "별~",  "뭘..",  "자-식". 깔끔하잖아.

군더더기가 지나치게 붙는 말들은 대개 진심이 아니거나, 자신도 이해 못할 말이거나, 자신 없음을 가리기 위한 포장이거나 할 때가 많을 듯.

마음이 산뜻하게 인생을 통찰하면 압축도 불친절이 대체로 안되니까.

wit. "발상의 예리함" 이라는 이말의 의미가 "익살"이 아니라 "지혜"가 되어서 훨훨~ 날아 다니려면,간결함으로 날개 달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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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에서 아줌마한테 때 밀어 본 사람은 알거야. 뚱뚱한 중년의 아줌마가 타월과 마찰력으로 가려진 채 실은 내 몸 구석구석을 만지는 건데. 꼭 어릴 때 할머니 입속에서 식은 음식 받아먹는 그런 기분. 다른 사람이 주는 거라면 절대 못 받아먹을 비위 약한 애였지만 할머니니까. 어찌어찌 살다가 목욕탕까지 흐르게 되었을까. 객적게 걸어오는 저 말들은 나름의 매뉴얼일까. 벌거벗고 누워있는 시간은 너무 무방비 상태야.

출장가거나, 야근했는데 너무 피곤하면 이른 아침에 가는 곳, 말이 사우나지 목욕탕. 싸구려 로션을 몸까지 잔뜩 바르고, 덜 마른 머리카락에서 증발하는 물방울 만큼이나 감각을 자극하는 값싼 샴푸 냄새. 하루종일 나른한 기분을 주는.

어떤 곳은 밤에 가면, 집에 안가는지 참 시끄럽게도 질펀한 수다를 늘어놓는 무서운 아줌마들이 있는. 살면서 저런 어휘를 구사하게 될 날이 올까. 남편이 뭘 사줬고, 자식이 뭘 해내서, 보석이 남들꺼보다 커서 막 자랑하고 다니게 될까. 그러려나. 벗은 여자들의 더 벗어제낀 얘기가 있는 공간.

저녁에 가면 출근을 준비하는 러시아 아가씨들도 가끔. 늦은 아침에 가면 에어로빅 하고 온 아줌마들의 넘치는 목소리. 난 그래서 새벽에 목욕탕 가는 게 좋아.

모두 잠든 새벽, 쌓인 눈 밟고 때목욕하고 온 이 개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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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2-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밀리님 글의 특징은.... 님의 내면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마태우스 2005-12-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 목욕이나 해야 할텐데....

아밀리 2005-12-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욕, 생의 즐거움 중 하나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