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에서 아줌마한테 때 밀어 본 사람은 알거야. 뚱뚱한 중년의 아줌마가 타월과 마찰력으로 가려진 채 실은 내 몸 구석구석을 만지는 건데. 꼭 어릴 때 할머니 입속에서 식은 음식 받아먹는 그런 기분. 다른 사람이 주는 거라면 절대 못 받아먹을 비위 약한 애였지만 할머니니까. 어찌어찌 살다가 목욕탕까지 흐르게 되었을까. 객적게 걸어오는 저 말들은 나름의 매뉴얼일까. 벌거벗고 누워있는 시간은 너무 무방비 상태야.

출장가거나, 야근했는데 너무 피곤하면 이른 아침에 가는 곳, 말이 사우나지 목욕탕. 싸구려 로션을 몸까지 잔뜩 바르고, 덜 마른 머리카락에서 증발하는 물방울 만큼이나 감각을 자극하는 값싼 샴푸 냄새. 하루종일 나른한 기분을 주는.

어떤 곳은 밤에 가면, 집에 안가는지 참 시끄럽게도 질펀한 수다를 늘어놓는 무서운 아줌마들이 있는. 살면서 저런 어휘를 구사하게 될 날이 올까. 남편이 뭘 사줬고, 자식이 뭘 해내서, 보석이 남들꺼보다 커서 막 자랑하고 다니게 될까. 그러려나. 벗은 여자들의 더 벗어제낀 얘기가 있는 공간.

저녁에 가면 출근을 준비하는 러시아 아가씨들도 가끔. 늦은 아침에 가면 에어로빅 하고 온 아줌마들의 넘치는 목소리. 난 그래서 새벽에 목욕탕 가는 게 좋아.

모두 잠든 새벽, 쌓인 눈 밟고 때목욕하고 온 이 개운함~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12-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밀리님 글의 특징은.... 님의 내면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마태우스 2005-12-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 목욕이나 해야 할텐데....

아밀리 2005-12-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욕, 생의 즐거움 중 하나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