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10.27.
오랜만에 '좋다...'라는 느낌을 받은 소설이다. 소설가 심윤경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전작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두 사람 (한 명은 나를 모르는 이, 한 명은 나를 아는 이)의 추천 비슷한 것 때문에 읽었은데 그동안 내가 쿨하지 않은 소설을 은근히 기다렸나보다.
서자에게 서자 의식(컴플렉스?)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다. 막말로 첩의 자식인데 그리고 그 첩의 자식이라고 주위에서 끊임없이 각인을 시키는데 무감각해 질수는 없을 것이다.
<달의 제단>은 나쁜 피에 관한 소설이다. 순수 혈통에 맹종과 종가의식으로 철철 넘치는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이지만 나쁜 피를 갖고 태어난 화자와의 대결도 흥미로웠고, 그 집안의 식모의 딸이면서 '병신'으로 그려지는 '정실'에 대한 화자의 감정 변화도 잘 그려졌다.
뿌리도 없는 계집 정실이가 손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았을 때 '더러운 씨앗'이라는 말을 내뱉고야 마는 할아버지. 충분히 그런 반응이 짐작은 되었지만 당사자인 젊은 커플의 절절한 절망은 제삼자인 나까지도 흥분하게 했다.
'짧게 머물다 가는 인생, 쿨하게 아니라 뜨겁게'라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그 다짐이 다음 소설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