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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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는 2020 제11회 젊은 작가 상 수상 작가 이현석의 첫 소설집이다.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 공모를 통해 소설 '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에는 제11회 젊은 작가 상 수상하였다. 이 책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소설이면서도 동시대적인 윤리와 사회문제를 소설로 풀어내며 정교하고 치밀하게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다채롭고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현실 사안과 인간 본연의 모순적인 지점을 지적한다.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가족을 바라보는 의사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다른 세계에서도]는 이 책의 제목이자, 낙태죄 헌법 불일치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한번 젊은 작가 상 수상작품집에 실렸던 이 이야기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둘러싸고 뜨겁게 요청 되어온 여성의 재생산권에 관한 고찰을 여러 여성들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풀어내며 복합적인 사안을 둘러싼 어떤 사소한 갈등도 놓치지 않고 건져올리며 현재 시대상을 비판한다.


[라이파이]는 조한흠이 숨겼던 김산호가 1959년부터 10년간 연재한 SF 물의 만화책의 제목이다. 하지만 조한흠은 치매에 걸렸고, 그의 아들 영우가 그를 찾아가며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외에 [부태복], [컨프론테이션],[눈빛이 없어]등 작은 소제목들로 이루어진 단편소설들로 이 책은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의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의사라는 직업과 저자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아니면 저자의 관심사인 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직업이 의사였다. 그래서 의사와 의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라는 두 직업 간의 괴리감을 재현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 사이에 동성 커플 사례도 넣었다. '다른 세계에서도'는 낙태죄를 둘러싼 싸움들이 사실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라이파이'는 실제 만화 캐릭터를 가지고 진정한 '어른'들은 누굴까라는 생각들을 이 소설로 이르게 했다고 한다. '부터 복'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만들어낸 소설이라고 한다. '컨프론테이션'은 사랑의 계급성, 가스라이팅 등의 사건들을 가지고 쓰게 된 소설이다.

 

다양한 인물들과 넓은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이 소설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우리들에게 시대적 문제점을 직설적이고, 현실적으로 직시시켜준다.

우리가 끔찍하게 겪었던 사건들과 현재의 우리들이 여성들이 사회와 싸우고 있는 사건들을 리얼리즘으로 다룬 이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고,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각각의 인물들이 다른 성격을 띠고, 다른 시각으로 소설 속 사건들을 지켜보는 모습들이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이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그건 내가 그의 투룸 짜리 전셋집을 워낙 좋아해서였는데 사당역에 있던 그 집은 다소 좁았으나 한서의 취향과 성향이 집약돼 있어 현관에 들어설 때마다 그의 따뜻한 몸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되곤 했다.

p. 167<컨프론테이션> 中

서로를 천천히, 나중에는 허겁지겁 읽어가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뒤표지를 덮어 각자의 서랍장 안에 넣어두었다.

p.171 <컨프론테이션> 中

원체 안정성에 집착했던 어머니가 전문직을 토템처럼 맹신하게 된 시점은 꽤 분명합니다.

p.43 <다른 세계에서도> 中

* 출판사'자음과 모음'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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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싶어질 때마다 보는 책 - 페미니스트 아내의 결혼탐구생활
박식빵 지음, 김예지 표지그림 / 푸른향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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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싶어질 때마다 보는 책>은 결혼 7년 차 페미니스트 아내의 결혼 탐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타인, 부부라는 인연은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장 많이 부딪치게 되는 사이이다.

저자는 고민 한번 없이 덜컥 결혼부터 해버렸는 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며, 30대 중반의 7년 차 주부로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은 좌충우돌 이야기의 여정을 담았다. 저자 박식 빵은 85년생 평범한 30대 여성으로 결혼과 함께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영문과 재학 시절 책 읽기와 글쓰기에 빠졌고, 언젠간 멋진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

결혼을 계기로 남편을 따라 영국에서 몇 년 지낸 뒤 아이 엄마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고, 너무 예쁜 딸을 보며 육아 시를 SNS에 연재 중이면서도 결혼생활 동안 지독한 고부 관계에 대한 괴로움을 계기로 결혼생활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더 확장되어 결국은 인간관계와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다루기도 한다.

Chapter 1 결혼에 입성하기 위한 전제조건 콩깍지의 함정

Chapter 2 결혼은 현실 혹은 미친 짓

Chapter 3 엄마는 페미니스트 그리고 오늘부터 아내도 페미니스트

Chapter 4 그럼에도 결혼하고 싶은 페미니스트를 위하여 하지 마 도망가


카테고리들을 살펴보자면 조금 자극적이고 확고한 가치관을 나타내는 소주제들은 잠시 이 책을 읽는 것이 고민되게 만들었다.

남편 입장에서 읽었더라면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문체들도 있어서, 조금 읽고 리뷰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끌리게 된 이유는 임신, 육아, 집안일 등 결혼이 주는 환상을 깨버리는 현실적인 모습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과감 없이 표현해 놓았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스킵 되는 건너뛰어지는 결혼과 부부생활의 현실이 어떤 것인지, 그 속에서의 문제점들은 무엇들이 있는지를 과감 없이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궁금해서 읽게 된 것 같다.

OECD 국가 중 최저 출생률이라는 오명을 가진 나라인 대한민국, 헬 조선이라고 불리는 이 나라에서 아이 하나 낳아 키우고 있는 30대 부부가 어떻게 결혼에 골인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저자 같은 70,80년 대생 세대들이 같이 공감하며 킥킥대고 웃을 수도 있고, 공감되어 눈물 한 방울 흘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그리고 90년 대생, 이후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아주 작은 나침판이 될 수도 있겠다.

[모성애의 발명]을 쓴 독일의 사회학자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에 따르면, 여자가 오랜 시간 동안 가정주부로만 살아온 것은 산업화의 결과라고 한다. 가족 경제 속에서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아이와 여성, 노약자는 익명의 시장 법칙 아래에서 변방으로 밀려났고, 산업사회의 등장과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인생행로가 필요해지게 된 것이다.

P.23

아직도 많은 사람이, 특히 나이 드신 어른들이 결혼하지 '못한' 사람을 무언가 '흠이 있는 사람' 취급을 한다.

P.24

사랑해서 결혼한 한 쌍의 남자와 여자가 그저 자식의 엄마, 아빠로만 산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자식이 큰 기쁨을 준다고 해도 그것은 반쪽짜리 행복이고, 그런 부부 사이에서 자란 아이 또한 부부라는 관계의 조합에서만큼은 어떻게 행복해지는 것인지 배우지 못할 수 있다.

P.57

옛날에는 여자가 일찍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주부로 사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시대였다.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과 남자와 여자의 역할분담이 정확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사실 남자 입장에서의 결혼에 대한 현실을 보여줬더라면 조금 더 완벽한 책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은 여자 남자라는 성을 가르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 아니라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는 저자의 생각이 담긴 책이다. 나는 사실 페미니스트라는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래서 페미니스트 아내이자 작가인 박식빵저자의 이 책을 어떠한 관점으로 받아들어야 할지 조금 난감하다. 그래서 그냥 나는 '아직도 과거 사상에 얽매인 결혼제도와 시집살이를 비판하는 마음'과 결혼을 하게 되면 '내 인생의 주인공은 가족도, 남편도, 아이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는 마음으로 읽었다. 실제로도 지금의 내 삶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사회는 가치관을 중요시하고 개개인의 삶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비혼 주의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도 점점 증가하고, 헬 조선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지금 시대에서 아이를 낳고 살면 경제적 어려움과 자연재해 등의 어려움으로 점점 출산율도 감소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20대 초반에는 30살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사실 잘 모르겠다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이제는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지며 외면하게 된다. 지금은 '결혼이 과연 이 사람만 좋아서 다른 것들을 다 제쳐두고 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을 지나오며 그 사이에 많은 가치관들이 형성되어 결혼을 하는 삶이 과연 나에게 좋은 영향과 행복한 삶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은 결혼을 하지 말라고 단정 짓는, 비혼을 장려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 적령기라는 것이 다가와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결혼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책이 될 것 같다. 결혼 후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기혼인 여성에게도 미혼인데 비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가볍고 재미있게 읽어보도록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푸른 향기'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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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질병을 찾아내는 책 - 1분 자가진단 테스트
시미즈 키미야 지음, 장은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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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비약처럼 집에 두고 주기적으로 검사해 볼 수 있는 책인 <눈의 질병을 찾아내는 책>은 여러 가지 진단 방법이 나와있어 집에서, 스스로, 손쉽게 자가 진단을 해볼 수 있다. 녹내장, 백내장, 망막 박리, 황반 변성까지 안과를 가지 않고도 눈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루 1분만 투자하면 대표적인 안질환들을 조기에 발견해 낼 수 있다. 의학박사이자 일본 내백내장 수술의 선구자인 시미즈 키미야 박사가 고안해낸 '1분' 자가 진단 테스트에는 눈의 증상을 통해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리스트와 직접 보면서 눈의 상태를 파악하는 시트들이 함께 수록되어 이 있다. 그리고 예를 들면 녹내장이 생기는 원리들을 이해하기 쉽고 보기 쉽게 그림과 글들로 알려준다.

 

총 7가지 파트로 눈 질환에 대해서 알려주고, 자가 진단과 시야검사, 위험도 자가 진단 등을 할 수 있는 페이지들이 나온다.  녹내장, 백내장, 노인 황반 변성, 망막 열공-망막 박리, 안구건조증, 눈꺼풀처짐, 노안에 대한 설명들이다. 안구건조증을 가진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 노안으로 원시가 오고 있는 부모님들께도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전자기기의 사용시간이 늘면서 노화의 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눈의 노화는 30대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미리 이 책을 보고 예방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나는 사실 시력이 안 좋았고 난시가 심해서 20대 초반에 라섹을 했는데, 라섹수술을 할 때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이 기술이 들어온 지 별로 안되어서 부작용이 많을 시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밤에 빛이 번져 보이는 게 심하고, 심한 안구건조증이 생겼다.

그리고 직업 특성상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많이 보는 일을 하고 있어서 몇 년 전과 다르게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안구 건조도 심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사실 지금 내 나이에는 백내장, 녹내장 등의 안질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나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30대부터 눈의 노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조금 두렵기도 하다. 이 책을 만났으니까 이제 눈 건강에 안 좋은 것을 줄이고, 노화의 시기도 늦추도록 해야겠다.

안구질환의 종류가 대충 이 정도 인건 알았는데, 각각의 안구질환에 대해 자세한 것들은 몰랐었다. 이러한 나에게 눈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게 도와주었던 책이었고, 눈은 2개이니 한쪽만 쓸 일도 없고 어느 한쪽이 나빠져도 쉽게 자각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눈은 노화가 급격하게 되지 않고 소리 없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눈을 검사하는 것을 생활화한다면 이러한 자가 진단으로 눈의 이상함을 느꼈다면 가까운 안과를 다녀오라고 이 책의 저자는 알려준다. 몸은 항상 어딘가가 안 좋으면 우리에게 전조증상, 초기 증상을 나타내는데 우리가 이러한 증상들을 안일하게 생각하고 지나치면 나중에 큰 질환으로 만나기 십상이다. 이제는 건강에 대해 신경 써야 할 나이도 되기도 했고, 신경 쓴다고 안 좋은 것은 아니니 앞으로는 이 책으로 눈 건강을 오래오래 지키면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 출판사'쌤앤파커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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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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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2번째 이야기인 <오프닝 건너뛰기>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방식의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삼십대로, 취직, 연애, 결혼, 출산과 양육으로 이어지는 삼십대의 업무를 완수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시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코시국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시대 상황이 같아서 소설이지만 좀 더 읽기에 몰입감이 좋았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2020년은 결혼식을 제일 적게 한 해라고 한다. 내 주변에도 결혼을 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코로나 시국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조항 때문에 결혼식을 두 번이나 미룬 친구도 있고, 신혼여행을 무한대로 연기한 친구도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모습들이 이 소설에 드러나는 것들이 나에게 호기심을 주었다.

 

 

두 사람은 '스드메' 같은 단어만 들어도 골치가 아팠다. 그럼에도 예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애초부터 고려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거 그냥 다 안 하고 넘어갈 수만 있으면 영혼이라도 팔겠어." 경호가 말하면 수미가 "그럼 나는 네 껍데기랑 살아야 되니까 다른 걸 팔아" 하고 대꾸하는 식으로 고작해야 농담이나 주고받을 뿐이었다.

 

p.013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부터, 결혼식을 미루고 두 사람이 살아가는 것, 누군가와 살고 있지만 그 누군가와 다른 생활방식으로 싸우게 되는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우리들의 삼십 대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려고 하지만 불가능적 한계에 다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만의 보통의 삶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 <오프닝 건너뛰기>는 코로나 시국 때문에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미와 경호의 이야기의 제목이다.

이외에 <쾌적한 한 잔>, <앙코르>,<에세이 공명을 위한 온도와 속도>라는 제목의 또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나는 <오프닝 건너뛰기>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의 부분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공통된 주제라고 생각되어 제일 인상 깊게 읽었다.

경호가 영상을 재생시켰다. 타이틀 시퀀스가 나왔으므로 수미는 어떤 내용이냐고 되물으며 화면 한구석에 있는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클릭했다.

 

p.043

결혼하고 살아가는 것 외에 위에 언급했듯이 취직, 연애, 결혼, 출산과 양육의 이야기들을 가진 삼십대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쩌면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주변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어디선가 들어볼 법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예전에는 30대가 넘으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었고 결혼식을 꼭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됐다고 하면 지금은 30대가 넘어서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고,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고 연애만 하는 30대들도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연애만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들, 결혼이 꼭 중요한 것일까?라고 생각을 하는 시대인 것 같다.

이 책은 삼십 대라는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삼십대에 이룬 것들이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살아도 좋아, 너대로 살아라고 말해주고 싶은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곧 삼십대를 앞둔 나에게, 삼십대를 지나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혹여나 인생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드는 모든 우리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무언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세 가지 이야기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은모든 소설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와 문장에 대한 해설도 담겨있으니 꼭 마지막 부분까지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자음과 모음'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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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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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레이첼 조이스는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99년 드라마 작가가 되었다. 브론테의 소설들을 비롯한 고전을 각색한 라디오 드라마 20편을 집필했고, BBC 라디오 2에서 드라마 시리즈 각색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7년 bbc 라디오 극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다가 <헤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라는 작품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 소설로 올해의 신인 작가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멘 부커 상 후보에도 올랐다.

목차는 A 면, B 면, C 면, D 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1998년 1월, 1998년 2월, 1988년 봄, 2009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주인공 프랭크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함께 하며 자라온 환경에서 살았다. 특히 집안이 온통 엘피판으로 쌓인 곳에서 자라와서 처음으로 음반가게를 열었을 때도 엘피판으로 가득한 음반가게였다. 프랭크가 손님들에게 음악을 추천해 주는 방식은 조금 특별했는데, 그 이유는 손님들과 몇 마디를 나눠보면 어떤 음악을 추천해 줄지 떠오른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려면 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알고 사랑해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랭크의 내면은 음악으로서 존재한다. 음악의 극히 일부분만 들어도 무슨 곡인지 알아내고, 허밍만 듣고도 무슨 노래인지 제목을 맞힐 만큼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랭크가 추천해 준 노래를 받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프랭크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여준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함께 자라온 프랭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뮤직 숍을 열게 된다. 생전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LP 판만을 취급하는 뮤직 숍으로 말이다. 그리고 프랭크는 손님들의 여러 가지 사연을 듣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위로가 되는 곡들을 소개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랭크가 운영하는 음반가게 앞에서 한 여성이 기절해 쓰러진다. 그리고 서로의 눈빛을 통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어느 연인들처럼 사랑을 하게 되지만 또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21년 다시 여자는 프랭크가 운영하는 음반가게를 다시 찾게 되지만 다들 떠나고 없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내가 여기서 줄거리를 다이야기해버리면 재미가 없을 테니까. 물론 주제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뻔한 사랑 이야기만 담은 소설과는 다르게 음악의 이야기도 담겨있으니 음악의 배경이나 내가 모르고 있던 곡들을 알게 되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마음은 돌보지 못한 프랭크가 불쌍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음악과 사랑을 비유하는 묘사가 인상 깊었고,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이야기의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는 곡들이 소제목으로 쓰여있어 좀 더 매력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책이었다.


나도 프랭크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 인생에서 음악이 없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허밍을 듣고 노래의 전주만 듣고 곡을 맞추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장르가 딱 정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듣고 싶은 장르를 찾아듣는다. 남들에게 인기가 많은 좋은 곡들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좋은 곡을 찾아내서 듣고 주변인들에게 추천하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곡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가사에 위로받고 용기를 자주 얻는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서로 좋은 곡을 추천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프랭크의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에 그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고집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1988년 때쯤은 이제 LP 판이 아닌 CD가 유행이 되어가는 시기였다. 그래서 금전적으로 어려운 LP 판만을 고집하는 프랭크가 바보 같았지만 또 이해가 되었다. 지금은 다시 복고나 빈티지의 유행으로 LP 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말이다.

프랭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가고 음악과 프랭크의 삶을 조화롭게 비유하여 표현하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음 따뜻해지는 이 <뮤직 숍>이라는 소설을 추천해 주고 싶다.

사랑은 번개 치듯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야. 사랑은 느닷없이 등장해 큰 울림을 주는 바이올린 연주가 아니야. 사랑은 오랜 마음의 습관이야.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신발을 신듯 사람들은 사랑을 입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야.

P.98

"자네가 음악을 들었을 때 받았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면 일사도 좋아할 거야. 오늘은 어떤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생각인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요."

p.183

* 출판사'밝은 세상'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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