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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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런 류의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성공한 여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성공하기까지의 고난과 역경과 그 이겨냄의 과정에서 어떻게든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통 다를 것 없는 이들의 책을 그래도 끊임없이 찾는 이들이 있어 출판되는 것은 아닐까?

독자들은 나름대로 성공한 그들의 각기 다른 삶에서 자기에게 적용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자신도 성공의 대열에 끼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많은 독자들은 그 꺼리를 채 발견하기도 전에 실망으로 책을 덮기도 한다.

이 책은 내개 후자의 경우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일 중독에 걸린 한 여자의 치열한 성공담이다. 소설가를 지망하고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둔 저자의 첫 산문집을 역시 저자가 지극히 충성했던 전직장에서 출판해주었다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책이 어떨거라는 걸 예상했을 것이다. 기자로서 충분한 글쓰기 연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본인 이름으로 산문집을 내기엔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끼게 해준다. 대부분이 한겨레 재직당시의 에피소드들이고 그 내용 또한 직장에 충성을 다하는 여성의 당연한 성공의 이야기일 뿐이다. 특히 재직당시 여자라고 차별받은 기억은 별로 없다는 저자의 말에서는 개인적으로 화가 났다.

직장에 충성을 다 바치고 미친듯이 일하는 사람에게 여자나 남자라는 성차별은 이젠 무의미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성차별이라는 문제는 저자처럼 일중독에 걸려 성공한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그저 출근하고 퇴근해서 적당히 일과 취미를 즐기는 대다수의 직장인 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이라는 잣대가 우연히 저자와 같았던 독자들은 감명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틀린 잣대로는 아무런 감동도 없는 지극히 지루한 책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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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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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톰 크루즈의 무조건적인 팬이라는 이유로 새벽에 일어나서 조조로 영화를 봤다. 물론 탁월한 선택에 후회 없는 감동~

절대 진부하지 않은 하나라도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미래사회의 신기한 모습들은 긴 상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난 보통 소설을 각색한 영화라면 원작이나 영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보는 편이다. 어차피 같은 줄거리인 것도 있고 한 쪽으로 얻은 감동을 다른 한 편에서 잃을까 두려워하는 소심함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뜻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원작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속 엔더턴은 톰 크루즈의 놀랄만한 매력으로 영화를 가득 채우지만 원작에선 배불뚝이에 나이든 아저씨라는 말에 고민 없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마이너리티 이외의 여러 단편들을 묶은 것이다. 그나마도 모르고 덥석 책을 샀지만 절대 후회 되진 않았다.

다른 사람과 이념이 달라질 염려를 인위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없애는 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리는 ‘스위블’. 불길한 자기 운명을 자신도 모르게 예감하며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고소공포증에 걸린 사나이’와 복제인간과 인간의 구별이 과연 옳은지 자기 정체성에 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우리라구요’

그리고 전쟁 전의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향수와 미련을 인형놀이로 달래는 정체된 사회상을 이야기하는 ‘퍼키 팻의 전성시대’.

특히 ‘물거미’에서 미래의 사람들은 SF작가들을 예지자로 인식하며 당시의 과학적 미해결 문제를 과거의 예지자를 불러옴으로써 해결하려 한다는 설정은 가장 인상깊었다. 작가의 말대로 어쩌면 SF작가들은 어느정도 예지자의 몫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완벽한 과학적, 실험적 이론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미래 사회를 예상할 수 있는 흐릿한 청사진정도는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필립 K.딕은 동경과 희망적인 미래 대신에 암울하고 불안한 세상을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로 하여금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게 하는 기발한 착상과 기술로 가득찬 세계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이 비현실적이고 때론 말도 안 된다고 치부할 수 있는 황당무계한 세상일 지라도 그가 내내 말하는 것은 현재의 인간의 문제이다. 인간 존재의 문제와 정체성의 혼란으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단지 배경만 바꾼 채 계속 같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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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 전2권 세트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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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지에서보다 오히려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뇌>는 마치 잡탕찌개와 같다. 이 책은 뇌와 사랑 회화 과학등의 다양한 소스를 적당히 버무려서 탐구적이고 놀랍고 달콤하고 심오한 맛을 낸다. 자칫 잘못하면 너무 많은 소재들로 인해 난잡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우려를 베르나르는 비웃듯 특유의 필체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일단 전작 개미처럼 추리소설의 쟝르를 빌려 온 덕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신체중에서 가장 신비롭다는 뇌와 그와 경쟁하듯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프랑스의 성 마르그리트 정신병원 원장이자 유명 신경 정신 의학자인 사뮈엘 핀처 박사와 세기의 컴퓨터 딥 블루 IV의 체스대국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곧 핀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기괴하게 생존하고 있는 마르탱과의 의문스런 관계는 의문을 더하게 한다. 특히 핀처가 소속되어 있는 에피쿠로스학파를 잇는다고 주장하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씨엘의 사람들.. 이에 전직 경찰관 출신의 이지도르와 객원기자 뤼크레스의 어울리지 않는 합동수사는 진행되고, 사건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최후비밀’이라는 알 수 없는 비밀과 계속해서 맞닥뜨리게 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인 ‘최후비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는 끊임없이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하고 자문한다. 고통을 멎게 하는 것,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등의 여러 요인들 중 최후비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즉, 고대 그리스 인들이 말했고, 모든 전설에서 말하는 위대한 사랑, 수많은 예술가들이 설명을 시도했던 성기와 심장과 뇌가 하나로 결합된 사랑이었던 것이다.

3백만년 전 인류가 출현한 이래 불과 50년 전, 인간의 뇌가 최초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5년 전, 결국 컴퓨터가 저 혼자서 논리적 사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마르탱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인공 지능은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마치 차가운 기계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한 생명과 같이 대등한 방식으로 두 개체의 대화는 자못 철학적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결국 세상의 모든 컴퓨터의 지능을 다 합쳐도 인간을 따라 올 수 없다고 컴퓨터 스스로 대답한다. 그 이유는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는 컴퓨터는 가질 수 없는 웃음, 꿈, 어리석음 세가지 때문이다. 작가의 말대로 이 세가지 이유 때문에 컴퓨터가 인간을 절대 따라 올수 없을 지 아니면 모두가 두려워하듯 언젠가 컴퓨터와 인간이 대등한 관계를 너머 인간이 종속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이 소설의 부가적인 재미는 곳곳에서 등장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와 여러 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정신병 환자들의 광기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설정하에서 그 증세와 화가를 연결시켜 정신병동을 치장할 수 있게 한다. 살바도르 달리의 환각에 대한 연구와 재능은 강박신경증 환자에게 잘 맞고, 편집증 환자에겐 네덜란드 화가인 에르헤스, 조증 환자들에겐 그 자신도 조울증 환자였던 반 고흐, 정신분열증 환자에겐 플랑드르 화가인 치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조울병 환자의 뇌는 호르몬 작용에 의해 창조적 능력이 증가된다는 작가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권의 추리소설을 읽으며 현대 과학의 흐름과 더불어 유명 화가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 준 점에 대해서 이 책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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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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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65년부터 1995년까지 ‘포천500’에서 추려낸 1435개의 회사 중에서 짐 콜린스의 연구팀이 뽑아낸 기업들은 겨우 11개이다. 이들은 그 선별 기준으로 15년간의 지속적인 성장과 일정 기간 계속해서 평범한 실정을 보이다가 이어서 줄곧 큰 성과를 내는 특수한 패턴에 합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위대한 회사들은 찾기 쉽지만,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은 훨씬 드물다. 때문에 11개의 사례밖에 찾아내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그들의 까다로운 선별기준을 통과한 위대한 기업들을 토대로 한 분석결과가 이 책의 주 내용이다. 겸손하고 나서기를 싫어하며 말 수가 적은 지극히 내성적이지만 직업적 의지와 강한 야망은 단계5의 리더십으로 이 기업들의 성공의 한 요인이다. 또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경제적으로로 성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자신의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오로지 거기에만 매진하는 고슴도치 컨셉등 성공의 요인으로 5가지를 꼽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사람 먼저’의 원칙이다.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고 부적합한 사람은 배제한다. 적합한 사람은 능력이나 성과보다는 타고난 성품과 심성에 바탕을 둔다. 어렵고 애매한 기준이지만 그러한 사람들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과 실패의 가장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적합한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분야를 찾아서 배치한다. 그리고 나서 일을 추진하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만 한다. 애초에 그들의 성품은 이러한 일에 적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회사의 성공을 위해 강요하거나 거창한 프로젝트로 일일히 끌고 나갈 필요는 없다. 그들은 스스로 충분히 잘 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적합한 사람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한 기업들의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어쩌면 지금까지 숱하게 출판되어 온 처세술이나 성공하기 위한 방법들을 논한 책들의 비슷한 아류로 내용이 뻔할 수도 있다. 혹은 수 많은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기업들 중에서 11개 기업들만 꼽았으니 우리같은 소시민들에겐 그저 다른 세상의 오르지 못할 부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읽다보면 그러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주위의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기업의 경영자가 될 가능성은 아예 까마득하고 또 성공할 거라는 희망도 아득하지만….
이 책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무척 유용한 책이지만 조금 변형하거나 응용하면 개인의 삶에도 얼마든지 적용시킬 수 있다. 단계 5의 리더십과 고슴도치 컨셉, 규율의 문화등 5가지 요인 모두를 전부 따라갈 순 없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책 말미의 저자의 말대로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 한, 크고 위대한 삶을 살기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의미 있는 일 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깊은 애정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되고, 그 삶도 크게 향상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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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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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그보다 조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잘 해내고 있다고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그리고 훨씬 많은 이들이 그들 뒤를 쫓아가려고 바둥거리고 혹은 반은 자포자기로, 또는 지극히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손대는 분야마다 잘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가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사람이라면, 우린 그를 질투하고 부러워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저 천재려니 생각하는게 속 편하다. 어차피 나와는 시작부터 다른 사람이니 별 수 없는 일 아닌가? 파인만은 그의 나이 47세인 1965년에 양자 전기역학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 하나만으로도 그는 인생에서 충분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아주 객관적인 잣대로는…

인생에서 성공한 천재 물리학자의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라?… 그렇다면 그의 일상 자체도 전혀 평범하지 않을 것 같고, 그의 인격도 또한 그럴 것 같다. 물론 2권의 책을 읽다보면 이런 예상이 틀리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파인만은 그의 전공분야인 물리학 이외의 많은 분야에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다.

그림이나 봉고(이른바 북…) 연주나 금고 털이등의 엉뚱한 분야까지 그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고, 또 이 모든 분야를 다 잘 해냈다. 물론 그는 천재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니 잘 해내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부러워한 것은 그의 천재적인 두뇌가 아니였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낙천적일 수 있는 밝은 성격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가득한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아이같은 순수함이었다. 이 책은 성공한 한 천재 물리학자의 비범한 일상사가 아닐 수도 있다. 성공하지도 못했고, 잘 해내지도 못하고, 인정받지도 못해서 어깨 축 늘어진 수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지 말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표지의 마음씨 좋은 이웃 할아버지와 같이 환히 웃는 그의 얼굴은 우리의 남은 삶이 어쩌면 농담처럼 유쾌할 수도 있을거라는 희망을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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