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 전2권 세트
열린책들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프랑스 현지에서보다 오히려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뇌>는 마치 잡탕찌개와 같다. 이 책은 뇌와 사랑 회화 과학등의 다양한 소스를 적당히 버무려서 탐구적이고 놀랍고 달콤하고 심오한 맛을 낸다. 자칫 잘못하면 너무 많은 소재들로 인해 난잡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우려를 베르나르는 비웃듯 특유의 필체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일단 전작 개미처럼 추리소설의 쟝르를 빌려 온 덕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신체중에서 가장 신비롭다는 뇌와 그와 경쟁하듯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프랑스의 성 마르그리트 정신병원 원장이자 유명 신경 정신 의학자인 사뮈엘 핀처 박사와 세기의 컴퓨터 딥 블루 IV의 체스대국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곧 핀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기괴하게 생존하고 있는 마르탱과의 의문스런 관계는 의문을 더하게 한다. 특히 핀처가 소속되어 있는 에피쿠로스학파를 잇는다고 주장하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씨엘의 사람들.. 이에 전직 경찰관 출신의 이지도르와 객원기자 뤼크레스의 어울리지 않는 합동수사는 진행되고, 사건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최후비밀’이라는 알 수 없는 비밀과 계속해서 맞닥뜨리게 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인 ‘최후비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는 끊임없이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하고 자문한다. 고통을 멎게 하는 것,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등의 여러 요인들 중 최후비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즉, 고대 그리스 인들이 말했고, 모든 전설에서 말하는 위대한 사랑, 수많은 예술가들이 설명을 시도했던 성기와 심장과 뇌가 하나로 결합된 사랑이었던 것이다.

3백만년 전 인류가 출현한 이래 불과 50년 전, 인간의 뇌가 최초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5년 전, 결국 컴퓨터가 저 혼자서 논리적 사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마르탱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인공 지능은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마치 차가운 기계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한 생명과 같이 대등한 방식으로 두 개체의 대화는 자못 철학적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결국 세상의 모든 컴퓨터의 지능을 다 합쳐도 인간을 따라 올 수 없다고 컴퓨터 스스로 대답한다. 그 이유는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는 컴퓨터는 가질 수 없는 웃음, 꿈, 어리석음 세가지 때문이다. 작가의 말대로 이 세가지 이유 때문에 컴퓨터가 인간을 절대 따라 올수 없을 지 아니면 모두가 두려워하듯 언젠가 컴퓨터와 인간이 대등한 관계를 너머 인간이 종속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이 소설의 부가적인 재미는 곳곳에서 등장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와 여러 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정신병 환자들의 광기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설정하에서 그 증세와 화가를 연결시켜 정신병동을 치장할 수 있게 한다. 살바도르 달리의 환각에 대한 연구와 재능은 강박신경증 환자에게 잘 맞고, 편집증 환자에겐 네덜란드 화가인 에르헤스, 조증 환자들에겐 그 자신도 조울증 환자였던 반 고흐, 정신분열증 환자에겐 플랑드르 화가인 치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조울병 환자의 뇌는 호르몬 작용에 의해 창조적 능력이 증가된다는 작가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권의 추리소설을 읽으며 현대 과학의 흐름과 더불어 유명 화가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 준 점에 대해서 이 책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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