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톰 크루즈의 무조건적인 팬이라는 이유로 새벽에 일어나서 조조로 영화를 봤다. 물론 탁월한 선택에 후회 없는 감동~

절대 진부하지 않은 하나라도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미래사회의 신기한 모습들은 긴 상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난 보통 소설을 각색한 영화라면 원작이나 영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보는 편이다. 어차피 같은 줄거리인 것도 있고 한 쪽으로 얻은 감동을 다른 한 편에서 잃을까 두려워하는 소심함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뜻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원작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속 엔더턴은 톰 크루즈의 놀랄만한 매력으로 영화를 가득 채우지만 원작에선 배불뚝이에 나이든 아저씨라는 말에 고민 없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마이너리티 이외의 여러 단편들을 묶은 것이다. 그나마도 모르고 덥석 책을 샀지만 절대 후회 되진 않았다.

다른 사람과 이념이 달라질 염려를 인위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없애는 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리는 ‘스위블’. 불길한 자기 운명을 자신도 모르게 예감하며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고소공포증에 걸린 사나이’와 복제인간과 인간의 구별이 과연 옳은지 자기 정체성에 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우리라구요’

그리고 전쟁 전의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향수와 미련을 인형놀이로 달래는 정체된 사회상을 이야기하는 ‘퍼키 팻의 전성시대’.

특히 ‘물거미’에서 미래의 사람들은 SF작가들을 예지자로 인식하며 당시의 과학적 미해결 문제를 과거의 예지자를 불러옴으로써 해결하려 한다는 설정은 가장 인상깊었다. 작가의 말대로 어쩌면 SF작가들은 어느정도 예지자의 몫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완벽한 과학적, 실험적 이론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미래 사회를 예상할 수 있는 흐릿한 청사진정도는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필립 K.딕은 동경과 희망적인 미래 대신에 암울하고 불안한 세상을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로 하여금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게 하는 기발한 착상과 기술로 가득찬 세계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이 비현실적이고 때론 말도 안 된다고 치부할 수 있는 황당무계한 세상일 지라도 그가 내내 말하는 것은 현재의 인간의 문제이다. 인간 존재의 문제와 정체성의 혼란으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단지 배경만 바꾼 채 계속 같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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