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고 질문하며 멈춰 애도하고 다시 전진하는 인물들"소름돋는 섬찟한 이야기도 있고 애달프고 슬픈 이야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계들도 등장하고 인간과 식물이 결합된 존재들도 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모두 삶과 죽음과 투쟁과 생존, 애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보라 작가의 서문은 그저 하루하루 정해진대로 살아가는 나의 잊고있던 수치심을 불러 일으킨다. 변명하자면, 하루하루 살아갈 뿐인 삶이라도 그것 자체가 투쟁의 연속이라고 말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부끄러움이 가시지는 않는다.
드라마를 조금 보다 때려치워서 원작소설도 읽을 맘이 없었다. 그래서 작가 정세랑에게도 관심이 없었는데, 알라딘에 들어가면 자꾸 눈에 띄는 설자은이 궁금해서 읽었다가 푹 빠져서 정세랑을 기억하게 됐고 결국 이 책도 읽게 됐네. 좋았다. 좋지않은 것들과 싸우는 소설이 이렇게 알록달록 폭신 몽글한걸 본 적이 있던가. 어둡고 무겁지않아 좋았고 가볍지만 너무 가볍지않아서, 마음에 남을만큼 무게가 있고 따뜻해서 좋았다. 설자은도 그랬지만, 정세랑은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곧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책은 몰입해서 재미있게 거의 다 읽어가는데, 아무래도 거슬리는게 있어 일단 짚고 넘어가고자.105쪽 ... 경사도 가파르기 때문에 그 쪽으로 내려오기는 여간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476쪽 역시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게 여간 쉽지 않은...두 문장 모두 문맥을 보면 매우 어렵다는 얘기임을 알 수 있다.그런데 여간 쉽지 않다, 는 말은 아주 쉽다는 말이다. 정반대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역자의 잘못인가, 혹여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는 교정에서 바로잡아야 하는게 아닌가. 큰 출판사의 책들이 교정이 엉망인걸 자주 봐서 참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