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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에 내리는 눈 - 펜/포크너상 수상작, 마르틴 베크상 수상작, 앤서니상 최종 후보작
데이비드 구터슨 지음, 노혜숙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5년 9월
평점 :
SNS에서 어느 분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생각난다고 하신 것을 보고 아 정말 그러네! 싶었다. 나도 참 좋아하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지만 강한 마음의 소유자, 사람들의 차별과 혐오, 편견, 그리고 살인사건과 재판 등의 얼개가 그랬다.
<삼나무에 내리는 눈>이란 제목은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지 뭔가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데이비드 구터슨이라는 이름은 처음 알게 되었다. 나름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넓고 내가 아는 작가는 너무 적구나.... 피니스아프리카에 덕분에 처음 알게 된 작가들이 참 많다. 어느 책을 읽고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두루 파는 경향이 있어 넓게 읽지를 못하는데 덕분에 새로운 작가들을 알게 되어 감사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욕망, 분노, 망설임, 갈등,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 묘사가 섬세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과 재판과정 등이 촘촘히 엮여 읽는 재미나 글의 아름다움 등 무엇 하나 놓치지 않은 좋은 작품이다. 느리게 전개되지만 오히려 몰입하게 되고 지루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차별과 혐오에 대한 것이다. 일본인 이주민들을 인구조사원이 기록하는데 이름을 무시하고 일본놈 1, 일본놈2, 늙은 일본놈, 웃는 일본놈, 뭐 이런 식으로 기록했다는 것부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수용소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옳지않아... 공정하지 않아.. 란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비록 우리에게도 일본이란 뿌리깊은 한의 대상이지만, 비록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라는 충격으로 인한 것이라고는 해도, 함께 밭을 일군 동료였고 이웃이었고 친구였던 이들이 적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해서, 비록 나도 그러지 않을 자신은 없지만, 그럼에도 옳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큰 책임은 전쟁에 있는 것이겠으나 전쟁 이전부터 차별과 혐오는 있어왔고 그것은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루 필딩 판사나 끝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배심원 한 사람(어 이름이 뭐였더라 ㅠ), 이스마엘의 부모의 태도는 그런 점에서 참 놀랍다.
이스마엘이 중요한 단서가 될 문서를 가지고 완강히 침묵하고 있다가 결국 이마타 가족을 찾아갈 결심을 하게 되는 과정은 좀 설득력이 약하지 않나 싶은데 나만 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