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죠 2011-01-11  

저는 12월 18일에 결혼했어요. 그리고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서 23일에 돌아왔지요. 신혼집을 치우고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보내다 어제서야 찬정집에 다니러 갔어요. 아직 친정집이란 말이 어색해요. 그래서 '우리 집', 이라고 하면 신랑이 혼내요. 여기가 우리 집이라구. 하지만 거긴 분명히 나의 집이죠. 엄마도 있고, 나의 이십대를 보내기도 했고, 그리고... 

크리스마스 카드가 오는 곳이니까요.  

오오, 나의 다정한 무스탕님. 저는 어제서야 엄마가 건네 준 밀린 우편물 속에서 무스탕님의 카드를 보았어요. 그건 제가 작년에 딱 하나 받은 '손으로 쓴 유일한 크리스마스 카드' 였어요. 저는 정말 깜짝 놀랐지 뭐예요. 상상도 못했던 일이거든요. 부랴부랴 뜯어서 몇 번이고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어요. 신랑에게도 자랑하고 엄마에게도 자랑하였어요. 핸드백에 곱게 넣어가지고 와 냉장고에 자석으로 눌러 두었어요. 아까도 설거지하다 읽었지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서로를 알지 못했던 옛날에 무스탕님과 저는 먼 사이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이토록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구요. 이런 기적같은 일이라니. 꿈도 못 꾼 놀라운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그 기쁨은 비록 크리스마스가 지났대도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어요.  

이 아이가 카드를 잘 받았나 어쨌나 가타부타 말이 없어 서운하시진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친정집 인터넷은 제가 이사를 오면서 끊었기 때문에 바로 연락을 할 수가 없었어요. 신혼집으로 돌아와 연하장이라도 쓰려고 뒤적거려 봤어요. 세상에 이번엔, 카드도 편지지도 이 집엔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받은 근사한 카드의 발바닥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런 글을 남겨요. 너무 죄송스러워요. 저는 직접 만든 케이크나 떡을 한 대접 받고는 빈 접시를 돌려보내는 심정이에요. 하지만 제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신다면, 무스탕님께서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해요.  

뭐라고 해야 할지... 정말, 고맙습니다... 무척 행복했어요. 올해 크리스마스엔 잊지 않고 저도 꼭 카드를 보내겠어요. 이런 멋진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 세상에 맙소사지 뭐예요. 혼자만 멋있고 무스탕님도 참 너무하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즈마의 근사한 무스탕님. 올해는 우리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다정해지고, 그래서 콩과 콩깍지 같은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새해 목표는 그거 하나예요.  

  

  

 

 

 
 
무스탕 2011-01-1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아니 이번 겨울 오즈마님의 크리스마스는 오랫동안 지속이 됐네요.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테고(장담!^^) 문득문득 생각이 나도 빙그레 웃으실수 있을테니 전 이번 생에 좋은 덕을 쌓은거네요. ㅎㅎ
이렇게 좋은 벗이 생겨 얼마나 감사한지 오즈마님은 토끼꼬랑지 만큼도 짐작 못하실거에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늘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