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낮에 파마를 하셨다.
작년까지 아니 올 초까지만해도 엄마는 지하철을 타고 1시간은 족히 가야하는 동네로 가서 파마를 하셨었다. 그런데 이제는 멀리 가질 못하신다. 힘드신거다.
1시간이 떨어진 곳에 있는 미용실은 그 동네에 사시는 엄마 친구분들의 소개로 알게되어 몇 년을 다니셨는데 미용사 아주머니가 말 그대로 아주머니라서 노인네들 취향을 잘 알아서 해주고 엄마도 그 집에서 하는 파마를 마음에 들어 하셨었다.
동네에도 미용실이 차고 넘치는구만 뭐하러 그 멀리로 다니냐고 구박과 타박을 섞어서 투덜대던 나는 두달전 파마할때도 오늘도 동네 미용실에서 파마하는 엄마에게 암말도 못했다.
그렇게 멀리까지 다니실수 있었던 기운이 이젠 딸리시는거다. 마지막으로 올 봄에 멀리로 다녀오신날 오후엔 꼬박 누워서 주무시다 말다.. 눈 뜨고도 그저 누워계시기만 하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그렇게 허 해지고 계신거다. 작년 틀리고 올해 틀린게 아니고 봄 틀리고 여름 틀린거다.
뭐든 잘 알고 있는것 처럼 남에게 주절거리는건 잘하지만 막상 내게 닥치니 하나도 모르겠다. 엄마가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는게 아직은 기운이 좋으시다는 반증인데 그런 시절엔 몰랐다. 어딜 그리 돌아다니느냐 툴툴거리는 주둥이는 있어도 기력이 딸려 다니지 못하시는 엄마한테 동네 공원에 산보가자 말하는 이쁜 입은 왜 그리 낯선건지..
울 엄마가 날 늦둥이로 낳으셔서 울 엄마가 올해 76세시다. 나 76세 될때까지 울 엄마 건강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