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유치하고 내용도 유치할수 있는 책, 선생님과 열애중♡

 그런데 정작 나는 이 책에 너무도 흠뻑 빠져서 나이도 잊고 주제도 잊고 내가 고1짜리 여학생인냥 사랑에 빠져 지냈다.

 새로운 동네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토모는 입학식날 담임선생님 발표에 경악을 한다. 담임선생님은 어려서 친형제처럼 자라온 아키라 오빠. 아키라 오빠의 진학이나 토모네의 이사등등으로 헤어지게 되어 몇 년만에 만난 아키라나 토모는 많이도 변해 있었다.

 몇년만에 만난 토모가 이제 여성의 냄새(?)가 폴폴나서 남에게 주기 아까워진 아키라는 토모랑 비밀 연애를 시작하기로 합의를 보고 어른스럽게;; 선생님과 제자의 연애를 시작한다.

 둘만의 연애가 잘 진행되면 물론 이야기는 재미가 없어지니까 제 3자가 등장해야지.. 그래서 등장한 제 3자가 바로 <- 요 초록머리선배 유지.

 꽤 반항아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식물에 대한 사랑만큼은 누구도 따라올수 없을 정도의 애정을 보여준다. 회원이라곤 토모와 자신 밖에 없는 원예부에 쏟는 정성이 연애하는 심정 + 모습이랄까..

 가랑비에 옷 젖듯 자기도 모르게 토모가 좋아진 유지는 아키라 선생님과 토모의 관계를 알고 나름 힘들어도 하고 고민도 하지만 둘의 관계를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자.. 이렇게 뻔하고도 유치하고도 별것 없는 이야기가 왜 난 그렇게 좋을까..? 얼마나 좋았으면 책까지 사서 소장하고 있을까..? 어쩌면 이 책은 영원히 보상받을길 없는 내 이쁜 고교시절의 대리만족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3년동안 좋아했던 선생님이 계셨다. 나보다 무려 13살이나 많은 선생님이셨는데 키도 그렇게 크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고 다정하다거나 특별히 나를 아껴주시지도 않았던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그렇게 선생님을 좋아하는 시기의 여학생들은 대부분 누구에게 들킬까 조심조심하는것에 비해 난 전교가 다 알도록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소문을 내고 다녔고 또 그만큼 티를 내고 다녔다.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포장할때나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분필 포장을 똑같은 포장지를 이용해서 선생님이 보시면 한 눈에 같은 학생의 소행이라는것을 알아챌수 있도록 용의주도(?)하게 움직였고 수업이 없던 고 3 시절에는 1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는 엽기적인, 요즘으로 따지면 스토커적인 행동도 서슴없이 해냈다. 어쩌면 선생님.. 날 무서워 하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_-;;;

그렇지만 여기까지.. 졸업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게 흐지부지가 되어버렸고 그렇게 시간은 잘도 흘러만 갔다. 그런데 졸업하고 1년정도후에 학교엘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마주친 선생님.. 먼저 손내밀어 악수를 청하시더라. 있을때 잘 해줄 것이지.. 내가 어디 취업이 되어 다니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계신걸 보니(담임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동안 내 편지를 잘도 받아보고 계셨단 말씀이신데 한 번도 내색을 안하고 여린 가슴에 그렇게 상처를 주시다니.. ㅠ.ㅠ

하여간 내 첫사랑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나도 연애를 해서 결혼을 하고 지성정성도 낳고 어느날.. 인터넷을 접하게 되면서 모교 찾는 사이트에서 (친구 찾는 사이트던가..?) 울 학교를 찾아보니 동문회를 하는데 다른학교로 가신 그 선생님이 나오실거란다.

신랑한테 이야기 하니 나가보란다. 아.. 나가보고 싶었던 맘이 아주 없었던건 아닌데 환상이 깨질까봐 못나갔다. 학교에 다닐때도 선생님은 슬쩍 대머리 초기증세를 보이셨는데 지금쯤 훌러덩이 되어 버리셨음 어쩌나.. 그땐 그래도 젊다는 이유로 팽팽하고 이쁘셨는데 나이 40이 훌쩍 넘어서 삯기;; 시작하셨으면 어쩌나..

그냥 옛 기억을 그대로 갖고 살기로 했다. 추억을 너무 현실로 끌어내려 해도 때론 괴로울수 있는 법..

그래서일까 하여간 난 이 책이 참 이쁘고 소중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8-03-2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선생님을 좋아했었어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국어선생님이셨지요. 원래 관심도 없었는데(못생기고 말랐거든요), 제 이름을 알고 계시더라구요.

그때부터 맹렬히 좋아했었어요. 언젠가 볼펜을 선물로 드렸는데, 그걸 다른반에 가서 자랑하셔가지고, 다른반 아이들이 도대체 누구냐, 며 우리반에 찾아오기도 했더랬지요. 맞아 죽을까봐 저라고는 못했구요.

그래서인지 저는 졸업하고 나서도 그 선생님을 계속 영원히 좋아할거라고 생각했어요. 누가 뭐래도 이 사랑은 변하지 않아, 라고 말예요.

그런데 웬걸, 잊혀지는 것도 순식간이고 나중엔 아이고, 그 선생님을 대체 왜 좋아했담, 했달까요. 하하하하.


무스탕님의 이 글을 읽으니 제 학창시절도 떠오르는 군요. :)

무스탕 2008-03-25 18:25   좋아요 0 | URL
전 사회선생님이셨어요. 하여간 모르는 애들이 없을정도로 소문이 났었어요.. ;;;
오죽하면 다른 학교에서도 알더라구요. 시상에나.. @_@

재미있었던 기억 하나는..
축제때 가훈 전시회를 하려고 가훈을 적어내라고 했지요.
우리집에 특별한 가훈이 없었는데 적어내라니 하는수 없이 이 선생님의 좌우명인 '언행일치'를 적어냈지요 ^///^
그랬더니 제가 뽑힌거에요 (이 선생님이 담당자셨어요. 푸하핫-)
전교에 '언행일치'가 가훈인 집이 우리집 하나뿐이겠어요? 선생님께서 제 이름이랑 반이랑 모두 아니까 뽑아주신게 아닐까 싶었지요. ㅎㅎㅎ

순오기 2008-03-2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저도 고등학교때 좋아했던 선생님이 있었죠. 케네디를 닮았고 장교출신이라 여고생들의 로망이었죠. 선생님 윗집에 사는 제일 친했던 친구 덕분에 배구선수 출신이었던 사모님과도 알고 지낼만큼 3년간 줄창... 몇년 전, 모교의 교장이 되어 골든벨에 나온 걸 보고 언니가 전화했더군요. 내가 좋아했다는 거 다 아니까.^^ 그래서 다음날 선생님과 통화했죠. 선생님도 내가 좋아했던 걸 아시니까, 이름만 듣고도 "너, 눈 쪼그만 순오기" ^^그후에도 전화는 몇번 했는데, "인천오면 전화해라, 맛있는 거 사줄게" 이러셔도 뻔질나게 다니면서도 만나지는 못한다죠.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ㅠㅠ

무스탕 2008-03-26 08:53   좋아요 0 | URL
와~ 선생님 멋지세요!! 그런데 유부남이셨군요 ^^;;
이젠 같이 늙어가는거 맞아요.. 이제 만나면 환상이 깨질것 같아 다신 못만날것 같아요. 우연히 만나더라도 제가 좀 더 늙은 다음에 만나졌으면 좋겠어요 ^^

순오기 2008-03-27 00:17   좋아요 0 | URL
ㅋㅋ 같이 늙어가니 환상이 깨지더라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선생님은 늙은 것도 멋질 것 같은데... 내가 나서기가 자신 없는거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