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점을 나오자마자 택시를 탔다.
"아저씨 수원으로 가주세요"
"갑자기 웬 수원이에요?"
"가보면 다 아니까 조금만 참아줘요"
생긋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딱히 할말이 없었다.
지연은 말없이 내손을 꽉잡고  내어깨에 기대었다.
총알 택시를 탄것도 아닌데 굉장히 속력을 내고 있었다.
지연이 이야기 하면서 도착한곳은 조그만  양옥 2층집앞이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들어오면 알아요"
벨을 누르고 지연이 이야기 하는순간 난 기절할뻔 했다
"엄마 나에요 문열어"
"뭐에요?"
"왜요? 우리부모님한테 인사하러 가는길인데"
"그래도 그건 아닌데"
"걱정마요,이런모습 우리엄마아빠 더좋아해"
지연의 손에 끌려 들어가서 그녀의 부모님께 얼떨결에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 지훈이라고 합니다"
"어서와요,환영해요"
빙긋이 웃으시는 두분을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다.
내옷매무시도 그렇고  빈손으로 온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맘에 걸렸다.
하~~~~   이여자 앞으로 같이살면서 날얼마나 당황시킬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설회사에 다닌다죠?"
"네 말씀 편안하게 놓으십시요"
그녀의 어머니가 계속 질문을 했다.
"그럼 정기적으로 계속  옮겨다녀야 하겠네요?"
"네 본사근무가 아닐경우 보통 1년에서 2년단위로  현장을 따라 옮겨다닙니다."
"가족은 어떻게되요?"
"네 아버님은 대학때 돌아가셨고   어머님과 결혼한 여동생이 있는데 남미에 아르헨티나에 살고 계십니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하시는 그녀의 어머님은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걱정으로 번갈아 가는듯 하였다.
질문한번 없으시던 그녀의 아버님이 이윽고 말씀을 하셨다.
"여보 손님을 앞에두고 너무 하는군, 가서  술상이나 봐와요"
"아  네정신좀봐라 알겠어요"
지연의 어머니와 그녀가 나가고 단둘이 남았다.
"다른말 안하겠네, 네여식이 여기까지 왔다는것은 결혼의 의사가 있는것이 분명하고 난 지연이를 믿어, 잘부탁하네"
"네"
대답을 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술상이 나오고 주거니받거니 청주를 계속마시니 취기가 올라왔다.
그러나 정신은 흐려지지 않은것 같았다.
어느덧 해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내일 출근준비를 해야한다고 정중히 사양하고 집을 나왔다.
"어때요?"
"뭐가요?"
"우리부모님?"
"좋으신분 같아요, 그래도 지연씨 한테 약간 실망했어요"
"알아요,당황했을줄 그래도  격식같은거 우리부모님 싫어해요,자연스러운게 좋지"
"이건 자연스러운것을 지나쳐서  너무한경우에요"
저녁을 같이먹자고 그녀가 졸랐지만 난 너무피곤했다.
그녀의 집에서 긴장을 한탓인지 숙소에 오자마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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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분이 묘했다.
양옆에 지연이와 현주가 나를 포위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연은 그자리가 아니었지만 좌석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옆에 앉았다.
나즈막히 구름밑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왠 한숨이에요?"
"아니요  하늘밑을 보니 세상모든것이 그렇게 작고 초라하게 보일수가 없는데 아웅다웅 사는 내모습이 문득"
"그래요?  걱정마요 이제부터 그렇게 안살거에요 아마"
지연이 하는말이 무슨뜻인줄 몰랐는데 얼마후에 알게 되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현주와 간단히 인사를 하고 둘은 공항동 근처의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회사에 전화보고를 하고나니 오늘하루가 마치 휴가를 얻은것 같았다.
차를 주문하고 앉자있는데 지연이 물었다.
"지훈씨?"
"예!"
"지훈씨가 한 프로포즈 승락할게요"
 
이럴때 굉장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맥이 탁풀려버리는 건 무엇때문인지 모르겠다.
"몇가지 질문할게요,기분나쁘게 생각하지는 말고, 결혼은 실제생활이니까요!"
"그래요,얼마든지"
"우선 연봉이 얼마죠?"
"약6천만원정도 되요"
"현재 자산은?"
"부동산은 하나도 없고   직장생활하면서 저축한돈이 약3억이 조금넘어요, 주식이런거 안하고 그냥 정기예금에 꼬박부었어요, 연금보험하나있고 그게 다에요"
"가족에 관한사항?"
"결혼한 여동생이 아르헨티나에 살아요,거기에 어머님이계시고 아버지는 대학때 돌아가셨고"
"그럼 앞으로 결혼하고 뭐 다른계획같은거는?"
"음   직장생활은 앞으로 딱5년만 더할생각이에요, 그리고 여행을 좀다니고 싶어요"
"딱5년만 하는이유는?"
"5년후면 예금액이 한10억정도 될꺼니까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요,특히 아프리카사파리랑"
"꽤낭만적이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좀 그러네요, 내가 반대한다면?"
"반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같이갈거니까"
"하~  사람 할말없게 만드네"
"우선 난 당장 아이를 같는건 좀 생각해봐야 할거 같아요,일을 좀더하고 싶거든요,괜찮아요?"
"솔직히 지연씨 나이가 있어서 늦게낳는것이 좋지않지만 일을 좀더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근데 왜지훈씨는 가족이 있는곳으로 가지않고 혼자 한국에 남았어요?"
"그냥 가기가 좀그랬어요,스페인말 배울자신도 없고 여러가지로"
"그래요? 갔음 남미의 미인이랑 결혼할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기분좋은말 하나 해줘요?"
"뭔데요?"
"남미미인100명줘도 안바꿔요 지연씨랑"
"하~  이렇게 말하는데 안넘어가는 내가 이상하지 이리와봐요"
"왜요?"
"왜긴 이뻐보여서 뽀뽀좀하게"
"여긴 사람들다봐요"
"뭐어때요? 우리가 죄지었어요, 곧 부부가 될사람인데"
그녀의 기습적인 키스에 얼굴이 벌개졌다.
사람들 다보는데 굉장히 민망했다.
그런데 주위에 사람들은 박수치고 난리다.
"나가요?"
"어딜요?"
"따라오면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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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는순간 깜짝 놀랐다.

문앞에 지연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된거에요?"

"안반가워요?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그래요 어서와요,근데 여기까지는?"
"그냥 머리도 복잡하고 지훈씨도 보고싶고 그래서 왔어요"

"아까 통화할때는?"

"그때는 비행기에서 내려서 오고있었어요, 깜짝놀래주려구요"
"저녁은 했어요?"

다시 벨소리가 들렸다, 필시 현주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올사람 있어요?"
"아마 현주일거에요,맥주먹자고 계속조르는데 "
"그래요?  내가 한번봐야겠네  첫사랑"
문을열고 놀란현주에게 지연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김지연이에요  말씀많이 들었어요"

"들어오세요 맥주한잔하게"

방안에 두여자와 있는데 왜내가 긴장이 되는지 모를 노릇이다.

"근데 지훈이가 이야기를 안하던데"
"제가 그냥 왔어요, 혹시 어리숙한 지훈씨 울산아가씨한테 넘어갈까봐서"

잔에 맥주를 따르고 있는데 현주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지연씨 혹시 '동인'이라는 말 무슨뜻인지 아세요?  순우리말로는 눈부처라는 말인데?"

"그럼요 ,동인의 뜻은 당신의 눈에 비치는 나의모습이라는 뜻아닌가요?"

"맞아요"

웬 뜬금없는 동인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건지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다마셔갈때  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즐거웠어요,서울가면 제가 식사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그럼요, 영광이죠"
현주가 가고나서야 긴장이 풀렸다.

"지훈씨  왜 현주씨가 동인에 대해 이야기 한줄알아요?"
"모르겠어요"
"당신을 매개체로 하는 말이에요, 현주씨는 감정정리가 된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럴리가요, 벌써 몇년이나 됬는데요, 그리고 지금은 일이상은 아무것도 아닌관계인데"
"아무튼 오늘 내려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애인  잘있나 검사좀하게"

와락  끌어 안으며 그녀가 내게 키스했다.

난 눈을 감고 그녀를 꽉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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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다'이럴때 쓰는 표현인거 같다.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현주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도 받지 않았다.

 

일단 차로 들어갔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 불쑥 그녀가 차에 올랐다.

"어떻게 된거에요?"
"아 PDA가 밧데리가 없어서 충전하느라 그랬어 미안해"

"그럼 사전에 이야기를 해야지?  전화도 안받고, 어디서 충전했는데? "

"주유소 사무실 안쪽에서"
공항으로 최선을 다해서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그러나 마지막 비행기를 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씨 어차피 오늘비행기는 못탈거 같으니까 , 무리하지말고 내일아침 비행기로 가자"

 정말 그녀의 뺨을 한대 갈겨 주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결국 마지막 비행기는 놓지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아침비행기를 예약했다.

울산 현대호텔로 향했다.

고속버스를 타도 새벽에 도착하니 별수없다 생각했다.

방을 두개 체크인 하고 "잘자'' 이야기하고 방으로 돌아와 샤워부터했다.

그리고 지연과 간단히 통화하고  불을 껏다

누워서도 참 화가났다.

어떻게든 당일로 올라가 그녀를 보고 싶었는데 참 맘대로 안된다는 생각이들고 담배를 한대 피워물었다.

룸전화기에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지훈씨 안자네 바에서 우리맥주한잔하자"

"아니야 피곤해 잘래 그만 끊어"
전화기를 끊고 담배를 끄고 다시누웠다.

그런데 이번에 벨이 울렸다, 필시 현주라고 생각하고 짜증난 얼굴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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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대학동기가 대우건설에 근무할때 월성원자력에 놀러간적이 있었는데  2호기 공사를 우리회사가 수주하여 다시 내가 이곳을 방문하게 될줄은 몰랐다.

울산에서 정자로 통하는 해변도로를 운전하는 동안 옛기억들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해안가에는 세련된 카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관리부에 성과장이 굉장히 반갑게 맞이했다.

"이과장님 오랜만입니다, 아니 선배님 크크"

"그래 오랜만이야  옆에 계신분은 우리회사 이미지광고회사 책임자인 강현주AE"

"안녕하세요"

 

차에올라 곧장 현장투어를 했다.

이미지 스케치가 끝나고 곧장 PDA로 현장스틸사진을 보내고 다시 내려받기를 몇차례 반복하며 대강 일을 마무리 할수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 마지막 비행기로 서울로 가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직원들이 한사코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겨우 본사에 마무리해야 할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차에 올랐다.

 

정신없이 차를 몰았다.

일부러 지연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서울에 가서 깜짝놀라게 해줄 생각이었다.

환하게 웃을 그녀를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기는 거 같았다.

"지훈씨  저기 저앞에 주유소에 좀서자 속이 좋지않아"
"응 알았어"

렌트회사에 텅빈차를 주기도 뭐해서 기름을 약간 넣었다.

20여분을 기다려도 현주가 오지 않았다.

무슨일이 있나 하고 화장실 앞에서 다시 10분을 기다렸다.

담배를 한대 피워물었다.

담배를 다 피울때까지도 현주가 나타나지 않았다.

"현주씨 괜찮아?"

대답이 없었다. 걱정이 되어 화장실로 들어가  다시 문을 노크했다.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문을 열어보니 화장실은 텅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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