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준비를 끝낼무력 작은아이와 아내가 동시에 들어왔다.
"어 아빠! 아빠가 저녁준비한거에요!"
"응"
아내는 나를 보며 마치 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듯
"뭐야?"
"밥먹자, 아빠 점심도 걸렀더니 배가 무지고프다"
식사중에 아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 한달 쉰다더니 벌써 현장가는거야?"
식사를 하던 작은아이는 놀란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니야, 현장이 정해진건 아니고 월요일쯤 사람들 만나기로 했어"
"제주도 가족여행은?"
이번현장이 끝나는 대로 제주도 가족여행을 약속했었던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걱정마 갔다와서 주말에 꼭가자 내일은 우선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모처럼 커피한잔에 최근에 내가 좋아하는 어반쟈카파의 음반을 시디플레이어에 넣고 노래를 듣고 있었다.
"이번에 가면 얼마나 있을건데? 월급은 얼마나 준데?"
'여자들 아니 아내들의 관심사는 역시 돈이다.'
"월요일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어, 화요일날 부산내려와서 주말에 제주도 가자, 나머지는 월요일 미팅후에 와서 이야기하고"
프로젝트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당시 6개월은 거의 무보수로 일했다. 왕사장의 형편도 넉넉하지 못했고 지금은 그럴상황도 아니고 , 담배가 피고싶어 졌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담배피는것을 질색해서 아내가 들어와 있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
밖에 나갈 궁리를 해야했다.
" 면도기 사러갈건데 뭐 살거 없나?"
'당신, 또담배 필려고 나가는 거지?"
"아니야, 면도기 사러간다니까"
"그래, 쓰레기 봉투 좀사오던지"
"알았어"
아내는 알면서도 관대하게 속아주는척 미소를 짓는다.
내가 죄지은것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된다.
10년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내자신도 씁쓸하게 웃었다.
슈퍼에서 쓰레기 봉투를 사고 바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뇌속에 들어간 니코틴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
한대가 부족해 바로 한대더 불을 붙였다.
집앞에서 저녁에 담배피는 사람이 나하나뿐인것도 달라진 풍속도다.
현장이나 숙소에서는 전혀 관섭이 없다가 이렇게 집에오면 불편한게 담배다.
담배를 다피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큰아이가 학원수업을 마치고 학원차에서 내리는것이 보였다.
"어! 아빠 "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제 고등학생인데 아빠가뭐냐? 아버지라고 해야지"
내가 한마디 했더니 큰녀석 웃는다.
"공부는 힘들지 않냐?"
'아니요 그닥"
대화가 단답형이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집을나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과 살가운 정이 없어진거같다.
"내일 영화보러갈꺼야! 같이 갈거지?"
"응, 무슨영화볼거에요?"
"가서 보자"
오랜만에 어깨동무를 하며 집으로 들어가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