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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 해냄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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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리랑이 화가 나는 분노의 슬픔 이었다면 태백산맥은 같은 민족으로서의 가슴 아픈 슬픔이었다. 김범우와 염상진.그들의 어쩔 수 없는 대립, 어느 한쪽 편도 들수 없는 상황. 그 한계상황에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보다도 마음을 아프게 한건... 아이들이었다.길남이가 쓴 미운 진달래는 우리 역사 속에서 아무것도 모른체 희생당한 아이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정말 태백산맥은 공산당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게 해준 의미있는 책이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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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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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를 다 읽은 뒤 나는 친구와 싸웠다. '어린왕자는 죽었어'라는 친구의 말에 '그건 죽은게 아니야. 자기 별로 돌아간거야.'라고 내가 주장했기때문이다. '생각해봐. 뱀한테 물려서 죽은거야. 사실이 그렇다구.' 이 질문에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무작정 우겨댔던거 같다. 그래도 아니라니까라면서. 왜 그랬을까? 어렸을적부터 읽던 동화책에 얼마나 무수히 많은 왕자가 나오는데, 공주보다 장미를 더 사랑하고 마녀와 싸우지도 않고 여우를 친구삼는 왕자에게 집착하고 친구와 싸우기까지 했을까?

아마도 나는 어린왕자를 사랑했었나보다. 아름다운 그의 마음을 그저 지나치기에는 나는 아직은 사랑하는 여유가 남아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가 황금빛밀밭에서 그의 머리카락색을 발견해내고 기뻐했을때 나는 진심으로 그 밀밭을 내 눈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출렁거리는 밀밭의 풍요로움보다 어린왕자를 먼저 떠오르게 하는 그 빛깔에 취할 내 가슴이 뛰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말. 친구가 된다는 건 서로에게 길들여져야한다는것- 서로를 기다리며 친구의 발자국소리에 설레임을 느낀다는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이렇게 이 책은 눈물이 핑돌정도로 아름다운 진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세상은 날로 각박해진다는 많은 사람들의 시름섞인 한숨들 속에서도 우리가 아직은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숨겨진 '우물'들이 세상이란 사막속에 있기때문이다.

우리를 분노로 이끄는 신문기사들 틈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자신의 생을 마감한 어떤 유학생의 이야기는 우리의 우물이었다. 몇천억의 비자금을 만드는 정치인들 틈에서 평생모은 일억의 재산을 기부하는 늙은 할머니의 손이 우리의 마른 목을 축이는 우물인것이다. 어린왕자는 내 기억의 마르지 않는 우물로 남아 있을것을 믿는다.책임지는 사랑을 위해서 이제 그의 별로 돌아가버려 남은 그리움만으로도 나는 그를 추억할 수 있다.

내 주위에는 아직도 나와같이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착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때문이다. 그들 역시 나처럼 어린왕자를 그리워하는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내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직 이 믿음을 깰 수 없을만큼 어린왕자를 사랑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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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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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있다. 그 소녀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무감각하고 차갑다. 하지만, 그 소녀를 키우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다. 이 책은 이 소녀가 커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작가 자신이 소설에서 말하듯 이건 단지 '소설일뿐이다'라는 외침이 절실하게 들리는 건 그 소설이 단지 허상을 그려낸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삭막한 세상 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이유가 생겨나는 곳곳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이 만나는 일상의 여러사람들이 그렇다. 언제나 어려운 책 한권을 가지고 다니며 읽던 상고를 다니던 여학생의 모습과 노점상 할머니가 잘못거슬러준 돈을 재빨리 잡채를 사먹고 '할머니 장사 헛했다'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 책을 읽는 내내 연민을 느끼게 하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 글 속에 숨어있다. 너무나 평범하게 지나쳐서 알아 보기 힘들만큼 희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붙들었다.

이 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은 '진실되게'쓰여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작가가 만들어낸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작가의 분신이더라도 공장을 다니면서도 상고를 다니면서도 끝내 자신이 되려는 무언가를 놓쳐버리지 않으려던 한 소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이렇게 쓰는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치장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는건 세상에 참 많이도 존재한다는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기를 바랄뿐이다.

'진실'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속이고 살아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마음속에 앙금처럼 남아 자신을 괴롭히는 진실한 내가 아직은 존재하기 때문일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써야했던 작가의 심정이 그렇지 않았을까하는 건방진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책장을 넘기기가 아쉬웠지만 끝이 너무나 궁금했던 이유는 주인공이 느끼던 슬픔의 이유를 알고 싶어서 였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읽게 될 또 다른 사람의 몫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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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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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존재하고 마법사가 살아있고 요정들과 괴물들이 어울려있을 수 있는 공간. 현실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몇가지 신기한 경험들. 이것이 환타지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라고 생각된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 이상으로 나에게 남겨준 것이 많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그랬다. 인간밖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하나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정신을 보여주는 작가의 독특한 해법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의 여행이 펼쳐지는 가운데 많은 일들이 펼쳐지지만, 이 책을 고르는 누군가에게 권유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것은 '대화'라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대화 , 그리고 인간과 용의 대화. 책 전반에 펼쳐지는 이런 대화들을 읽으면서 난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신기하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책장을 빨리 넘기게 하였지만 모든 것중에서 가장 날 빨아들인 것은 평소에는 해보지 못했던 진지한 생각의 틈이 열리는 이런 대목들이었다.

철학적이라는게 어떤 주제로 어떻게 기술되어야 하는 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철학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으리라. 인간은 용에 비해 너무나 작고 무기력하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 인간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들이 그들을 묶어주는 서로의 관계의 강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을것이다. 이 책을 읽어본다면 말이다.

이 책의 책장이 줄어들수록 내가 얼마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다른 사람도 느껴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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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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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앞에 지나가던 개미를 보면 무엇을 연상하는지...? 아니,그들에게 흥미라도 느끼고 있는지. 손톱보다도 작은 그들의 모습에서 '생존'이 아니라 '삶'의 모습이 궁금해진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상상력에 한계는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봅니다.과연 내 상상력은 한계가 없었는지. 어쩌면 나도 모르는 나의 생각의 틀은 내 상상력을 잠재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이 책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모르는 공간들과 내가 버려두었던 생각들과 나를 단단히 묶고있던 '일상'의 틀을 벗어버릴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꽤 자극적이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제 어휘선택에 문제가 있어서 자극적이라는 말을 오해하시지않길 바랍니다. 내가 얼마나 무지한 상태인지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단 얘기거든요.말하자면, 무지에대한 자극이라고해야하나요

저는 알고 싶은게 많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일거라는 데에 동의하지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많은 호기심들을 색다르게 제시하고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될거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흔히 말하는 '시각의 차이'가 어떤건지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었죠.

이 글이 너무 무겁게 쓰여진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사실 전 이 책이 지루하지 않았다는걸 강조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내용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건 유쾌하니까요. 제 이글을 일고 혹시라도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생긴다면 저는 그 사람이 저와는 다른 경험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같은 글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이거든요.

매일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가야한다면, 회사에 가야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군요. 그 수많은 사람들속에 묻혀서 따분해지는 머릿속에 이미 다른 무언가가 그려지기 시작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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