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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소녀가 있다. 그 소녀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무감각하고 차갑다. 하지만, 그 소녀를 키우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다. 이 책은 이 소녀가 커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작가 자신이 소설에서 말하듯 이건 단지 '소설일뿐이다'라는 외침이 절실하게 들리는 건 그 소설이 단지 허상을 그려낸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삭막한 세상 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이유가 생겨나는 곳곳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이 만나는 일상의 여러사람들이 그렇다. 언제나 어려운 책 한권을 가지고 다니며 읽던 상고를 다니던 여학생의 모습과 노점상 할머니가 잘못거슬러준 돈을 재빨리 잡채를 사먹고 '할머니 장사 헛했다'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 책을 읽는 내내 연민을 느끼게 하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 글 속에 숨어있다. 너무나 평범하게 지나쳐서 알아 보기 힘들만큼 희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붙들었다.
이 책이 나에게 말하는 것은 '진실되게'쓰여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작가가 만들어낸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작가의 분신이더라도 공장을 다니면서도 상고를 다니면서도 끝내 자신이 되려는 무언가를 놓쳐버리지 않으려던 한 소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이렇게 쓰는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치장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는건 세상에 참 많이도 존재한다는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기를 바랄뿐이다.
'진실'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속이고 살아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마음속에 앙금처럼 남아 자신을 괴롭히는 진실한 내가 아직은 존재하기 때문일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써야했던 작가의 심정이 그렇지 않았을까하는 건방진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책장을 넘기기가 아쉬웠지만 끝이 너무나 궁금했던 이유는 주인공이 느끼던 슬픔의 이유를 알고 싶어서 였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읽게 될 또 다른 사람의 몫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