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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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를 다 읽은 뒤 나는 친구와 싸웠다. '어린왕자는 죽었어'라는 친구의 말에 '그건 죽은게 아니야. 자기 별로 돌아간거야.'라고 내가 주장했기때문이다. '생각해봐. 뱀한테 물려서 죽은거야. 사실이 그렇다구.' 이 질문에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무작정 우겨댔던거 같다. 그래도 아니라니까라면서. 왜 그랬을까? 어렸을적부터 읽던 동화책에 얼마나 무수히 많은 왕자가 나오는데, 공주보다 장미를 더 사랑하고 마녀와 싸우지도 않고 여우를 친구삼는 왕자에게 집착하고 친구와 싸우기까지 했을까?

아마도 나는 어린왕자를 사랑했었나보다. 아름다운 그의 마음을 그저 지나치기에는 나는 아직은 사랑하는 여유가 남아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가 황금빛밀밭에서 그의 머리카락색을 발견해내고 기뻐했을때 나는 진심으로 그 밀밭을 내 눈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출렁거리는 밀밭의 풍요로움보다 어린왕자를 먼저 떠오르게 하는 그 빛깔에 취할 내 가슴이 뛰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말. 친구가 된다는 건 서로에게 길들여져야한다는것- 서로를 기다리며 친구의 발자국소리에 설레임을 느낀다는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이렇게 이 책은 눈물이 핑돌정도로 아름다운 진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세상은 날로 각박해진다는 많은 사람들의 시름섞인 한숨들 속에서도 우리가 아직은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숨겨진 '우물'들이 세상이란 사막속에 있기때문이다.

우리를 분노로 이끄는 신문기사들 틈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자신의 생을 마감한 어떤 유학생의 이야기는 우리의 우물이었다. 몇천억의 비자금을 만드는 정치인들 틈에서 평생모은 일억의 재산을 기부하는 늙은 할머니의 손이 우리의 마른 목을 축이는 우물인것이다. 어린왕자는 내 기억의 마르지 않는 우물로 남아 있을것을 믿는다.책임지는 사랑을 위해서 이제 그의 별로 돌아가버려 남은 그리움만으로도 나는 그를 추억할 수 있다.

내 주위에는 아직도 나와같이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착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때문이다. 그들 역시 나처럼 어린왕자를 그리워하는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내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직 이 믿음을 깰 수 없을만큼 어린왕자를 사랑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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