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용이 존재하고 마법사가 살아있고 요정들과 괴물들이 어울려있을 수 있는 공간. 현실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몇가지 신기한 경험들. 이것이 환타지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라고 생각된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그 이상으로 나에게 남겨준 것이 많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그랬다. 인간밖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하나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정신을 보여주는 작가의 독특한 해법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의 여행이 펼쳐지는 가운데 많은 일들이 펼쳐지지만, 이 책을 고르는 누군가에게 권유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것은 '대화'라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대화 , 그리고 인간과 용의 대화. 책 전반에 펼쳐지는 이런 대화들을 읽으면서 난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신기하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책장을 빨리 넘기게 하였지만 모든 것중에서 가장 날 빨아들인 것은 평소에는 해보지 못했던 진지한 생각의 틈이 열리는 이런 대목들이었다.

철학적이라는게 어떤 주제로 어떻게 기술되어야 하는 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철학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으리라. 인간은 용에 비해 너무나 작고 무기력하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 인간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들이 그들을 묶어주는 서로의 관계의 강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을것이다. 이 책을 읽어본다면 말이다.

이 책의 책장이 줄어들수록 내가 얼마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다른 사람도 느껴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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