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 브레이커 1
강소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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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한 만화가가 좋아한다고 해서 무작정 읽은 책이다. 하루에도 몇 권씩 쏟아져나오는 판타지 소설이란 것을 나오는 족족 다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혹여 이렇게 누군가 권해주기라도 하면 나는 기뻐하며 읽는다. 권해주는 책은 '위험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가 신뢰하는 누군가라면 더욱더 그럴테고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쿠간'이란 도시와 경찰, 마피아, 연쇄 살인범등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적혀있어서 잠시 의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밀고 당기면서 서서히 좁혀들어가는 이야기들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어 냈다. 그렇지 않다 해도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풀어내는 솜씨가 여간하지 않다.

잘 나가는, 혹은 잘 팔리는 판타지 소설들의 경향을 보면 '농담과 깊이'다. 책을 읽는 내내 시시콜콜한 독설을 끊임없이, 그리고 그 안에서도 진지한 끌어당김과 성찰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의도했듯, 안 했듯 이 책의 농담은 비슷하게 이어지지만 지루하지 않고, 뻔한 듯 하지만 재미있다. 캐릭터들이 무척 귀엽다고 해야 할까? 어느 위치에 있듯 이 책에서 소개되어 지는 캐릭터들은 자기만의 확고한 색을 가지고 있다. 실수도 있고, 욕심도 있고, 때론 바보 같을 지라도 그 모든것이 용서될 만큼 독특함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여유'다. 당장 죽임에 쫓기더라도 어떤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여기 이 곳의 인물들은 여유롭게 대처한다. 이 여유야 말로, 판타지 다운 요소라고 나는 생각한다.

빡빡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실의 메마른 삶, 혹은 반복되는 지친 일상속에서 이런 여유로움이야 말로,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한 순간에 이 매력에 휘어잡혀 많은 사람들이 주류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그리고 그만큼 별 볼일 없는 작품들이 판을 치는 판타지 소설을 버리지 못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찌됐든, 근사한 경험이긴 하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쫓아 연쇄살인범을 추적해보는 것이나 마피아라는 공공의 적을 동경해보는 것도.

그런데, 나는 무언가 허전하다. 어쩌면 나와는 맞지 않은 성향(이건 안 읽은 분들을 위해 제한해야겠다^^)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고, 어쩐지 이젠 지루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처음 1권을 읽을 때 나오지 않던 완결까지 걱정하던 마음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져 버렸다.

그게 많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3권까지 읽는 동안 나는 꽤나 즐거웠다. 알지도 못하는 작가를 감싸려는 것도 아니고 팬들의 질책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재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읽는 시간의 몇 십배의 고민이 엿보이는 글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내 글에 구애받지 않고 읽어보는 것도 나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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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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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문장, 단순한 표현, 깔끔한 묘사. 손바닥보다 조금 큰 이 책은 야외에서 읽으면 딱 알맞을게다. 들고다니기에도 적당하고(크기나 무게나, 게다가 예쁜 표지는 나름대로의 비주얼 효과까지 준다) 내용도 단순하기 때문이다.

한 여자가 있다. 아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랐고, 어른이라 하기엔 너무 소녀스럽다. 굳이 선입견을 가지고 싶진 않지만, 역시 일본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듯해 귀엽지만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아이다. 갑자기 맞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앞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그녀와 또 다른 한 사람.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소소한 일상. 그리고 음식이 매개가 된 그들의 감정 교류들이 햇빛 잘 드는 찻집에서 맑은 차 한잔을 기분 좋게 마시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소설적인(소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서도) 설정들과 인물들의 성격과 아름답게 꾸며진 모습들을 제외한다면 기분좋은 이야기다.

죽음에의 상실감과 그 상실감앞에서도 따스함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 소나기에서와 같은 잔잔한 감정들의 여운을 그냥 느껴보는 것도 올 봄을 맞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파인애플 나무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있다. 파인애플을 열매로만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한 나는 그 부분을 보면서 문득, 파인애플 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애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그 장면에서 나도 문득 그 화자처럼 파인애플 나무를 끌어안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 하나씩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는 즐거움, 느끼는 기쁨, 호기심의 해소, 흥분과 갈등의 미학, 강한 끌림 등 다 말하기 힘들지만..이렇게 감성 한 부분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순간도 무척 설레다.

그 설렘을 그냥 반갑게 맞는다면 다른 어색함쯤은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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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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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와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어마어마한 이름덕분에 이 책을 토대로한 영화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오랫만에 보는 눈빛이 매력적이던 톰 크루즈의 연기와 스필버그다운 굉장한 볼거리,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였다. 처음과 끝의 연결, 장면과 장면의 연관성이 꽤나 인상깊었다.

그리고, 다시 읽게 된 이 책은 영화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 냈지만 사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을 포함해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 이 책을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거장이라는 이름, SF계의 확고한 획을 그은 필립 K. 딕이 1928년도에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난 또 다시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28년이라니~ 그 때 태어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현실로 접하는 가능성없이, 그저 '상상'만으로 '생각'만으로 그려낸 그의 세상은  SF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미래에서 과거로의 이동, 복제인간 혹은 우주여행 등 식상하기까지한 소재들이지만 이 책 안에서 이 주제들이 식상하게 느껴졌냐하면 그것은 아니라고 밝힐 수 있다. 소설이 가지는 허구성의 즐거움이 사회적인 문제의식과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만나서 허를 찌르는 재미까지 안겨준다고나 할까?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이지만, 이 책은 미래를 읽는 책으로서 전혀 어색함이 없다(이미 20년전에 죽어버린 사람이 썼던 책인데도 말이다). 오히려 내가 생각지 못한 미래를 그려 보여주곤 한다. 물론, 미래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서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가 있는데 그것을 굳이 이름짓자면..'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단편들 각각에 등장한 인물들이 겪는 일들 안에는 '모른다는 두려움'과 '앎의 두려움'이 동시에 겹쳐진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는 인간들. 아직 접하지 않은 문제까지도 그 가능성만으로 확대해석해서 해결하려는 인간들의 모습은 사실..복제인간을 만드는 행위로 미래를 보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된다. 그 두려움을 세련되게 다룸으로써 어둡지 않고 창의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게 해준다는 것이 이책이 가진 장점이다.

인류가 몇 번의 세기를 지난다 해도, 인간의 두려움은 여전할 것이라는 그의 독설은 그의 기지와 함께 재치있게 발휘된다.

잠시 별볼일 없는 '나'라는 개인을 '사회'와 연결시켜서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이런 저런 것들 다 내버려두고 이야기자체의 반전과 흥미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상의 즐거운 일탈자에게 붙이는 이름이 '괴짜'가 맞다면, 그는 안타깝게 만날 수 없게 되버린 '괴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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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돌 1
전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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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머리가 좋은 건 아니지만, 책을 읽고 주인공이며 사건들을 잘 잊어버리진 않는다(사실, 실생활에선 지명이며 사람이름이며 유명 문화재 이름등은 잘 잊는다. 내 여행노트들에 쓰인 지명들은 지금도 고치지 않고 있어서 지금 보면 '대체 여기가 어딨었던거야?'라고 묻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헌데, 이 책의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는다.

이 책이 재미없었냐구? 아니, 그런건 아니었다. 이틀만에 열권의 책을 읽었었던 걸로 짐작컨데 꽤나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었던 시기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잠시 손을 놓고 있다 '반지의 제왕'의 마지막 편이 개봉되면서 판타지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었다. 문제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판타지 소설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럭저럭 알려진 이름을 찾아다니느라 이영도작가의 드래곤 라자, 퓨처 워커,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을 연속으로 읽고 거기다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과 세월의 돌을 연속 읽는 등...소화해내기 힘들만큼 무작정 읽어댄 까닭일게다.

파비안이라는 캐릭터. 상점을 운영하며 한 푼이라도 더 모아대던 악착같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그런 모습의 파비안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여행을 떠나고 모험을 하는 파비안도 좋지만..이윤을 남기기위해 그 특유의 상술을 반짝이던 파비안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눈에 보이는게 다 그런거다.

뭐, 어찌됐든 이 책을 읽었던 시간이 아까웠던 것 같진 않다. 기본을 갖춘 구성과 판타지 소설의 재미있는 기획력은 시중의 시덥잖은 많은 소설들보다 우월하다. 멋진 캐릭터들과 아슬아슬한 사건들도 인상깊었고.. 가슴에 깊게 남는 그 무언가가 꼭 필요한건 아니지 않는가? 그 열권을 읽는 시간동안 난 즐거웠고,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그 때가 무의미했던건 아니니까~

정말로 말하건데, 책은 가려읽는게 좋다. 하지만, 무작정 남을 쫓아 읽는 것도 나쁘다. 다른 모든 사람들한테 좋은 책이 아니었어도 자신에게만 좋은 책이라면 뭐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은? 재미있거나 혹은 아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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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도체스터 학원 살인사건
김연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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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데 만화책이나 볼까?? '성도체스터 학원 살인사건'재미는 없겠지만 시간이나 때우지 뭐..단편인가보지? 그림은, 나쁘지 않네..라면서 집어든 이 책!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날보고는 화들짝 놀라버렸다. 그렇다! 이 책은 재미있었다..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이 등장해서는 차분하고 유쾌하지만 재치있고 따뜻한 일들을 만들어가는 이 단편집은 매력적이었다.(이 작품 이후로, 김연주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섭렵했으며 그녀의 팬이되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그 모든 작품들 중 이 단편집과 또 다른 단편이었던 '별'이라는 작품을 적극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순정에서 하나의 소재로 쓰이기에는 자극적인 소재인 '살인사건'을 세련되게 다루면서, 두 주인공의 희미한 '러브 모드'에 가슴뛰게 만들며, 밝힐수는 없으나 결말의 짜릿함까지!! 일본만화에서 보여주는 귀여움과는 다른(일본 만화에서 보여주는 가식적인 귀여움들에 질려버릴데로 질려버렸단 말이다!) 귀여움으로 눈을 사로잡는 이 작품은 20대인 나에게도 상큼하다. 성도체스터 학원 살인사건 말고도 나머지 단편들도 참 근사하다. 김연주 작가의 작품은 기분 좋은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따뜻한 방안에서 누워있으면서 한가로움을 한껏 즐기고 있을 때 창문너머로 들리는 빗소리가 굉장히 시원한..그런 느낌? 편안하지만 들뜨게 만드는 그런 재주를 가졌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설명하면 내 기분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만화는 재미있었고 내 기억에 계속 계속 남아있을것 같다는게 결론이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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