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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ㅣ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톰 크루즈와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어마어마한 이름덕분에 이 책을 토대로한 영화는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오랫만에 보는 눈빛이 매력적이던 톰 크루즈의 연기와 스필버그다운 굉장한 볼거리, 그리고 탄탄한 이야기였다. 처음과 끝의 연결, 장면과 장면의 연관성이 꽤나 인상깊었다.
그리고, 다시 읽게 된 이 책은 영화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는다.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 냈지만 사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을 포함해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 이 책을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거장이라는 이름, SF계의 확고한 획을 그은 필립 K. 딕이 1928년도에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난 또 다시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28년이라니~ 그 때 태어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현실로 접하는 가능성없이, 그저 '상상'만으로 '생각'만으로 그려낸 그의 세상은 SF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미래에서 과거로의 이동, 복제인간 혹은 우주여행 등 식상하기까지한 소재들이지만 이 책 안에서 이 주제들이 식상하게 느껴졌냐하면 그것은 아니라고 밝힐 수 있다. 소설이 가지는 허구성의 즐거움이 사회적인 문제의식과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만나서 허를 찌르는 재미까지 안겨준다고나 할까?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이지만, 이 책은 미래를 읽는 책으로서 전혀 어색함이 없다(이미 20년전에 죽어버린 사람이 썼던 책인데도 말이다). 오히려 내가 생각지 못한 미래를 그려 보여주곤 한다. 물론, 미래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서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가 있는데 그것을 굳이 이름짓자면..'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단편들 각각에 등장한 인물들이 겪는 일들 안에는 '모른다는 두려움'과 '앎의 두려움'이 동시에 겹쳐진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는 인간들. 아직 접하지 않은 문제까지도 그 가능성만으로 확대해석해서 해결하려는 인간들의 모습은 사실..복제인간을 만드는 행위로 미래를 보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된다. 그 두려움을 세련되게 다룸으로써 어둡지 않고 창의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게 해준다는 것이 이책이 가진 장점이다.
인류가 몇 번의 세기를 지난다 해도, 인간의 두려움은 여전할 것이라는 그의 독설은 그의 기지와 함께 재치있게 발휘된다.
잠시 별볼일 없는 '나'라는 개인을 '사회'와 연결시켜서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이런 저런 것들 다 내버려두고 이야기자체의 반전과 흥미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상의 즐거운 일탈자에게 붙이는 이름이 '괴짜'가 맞다면, 그는 안타깝게 만날 수 없게 되버린 '괴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