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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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문장, 단순한 표현, 깔끔한 묘사. 손바닥보다 조금 큰 이 책은 야외에서 읽으면 딱 알맞을게다. 들고다니기에도 적당하고(크기나 무게나, 게다가 예쁜 표지는 나름대로의 비주얼 효과까지 준다) 내용도 단순하기 때문이다.

한 여자가 있다. 아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랐고, 어른이라 하기엔 너무 소녀스럽다. 굳이 선입견을 가지고 싶진 않지만, 역시 일본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듯해 귀엽지만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아이다. 갑자기 맞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앞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그녀와 또 다른 한 사람.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소소한 일상. 그리고 음식이 매개가 된 그들의 감정 교류들이 햇빛 잘 드는 찻집에서 맑은 차 한잔을 기분 좋게 마시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소설적인(소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서도) 설정들과 인물들의 성격과 아름답게 꾸며진 모습들을 제외한다면 기분좋은 이야기다.

죽음에의 상실감과 그 상실감앞에서도 따스함을 느끼는 인간의 모습. 소나기에서와 같은 잔잔한 감정들의 여운을 그냥 느껴보는 것도 올 봄을 맞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파인애플 나무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있다. 파인애플을 열매로만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한 나는 그 부분을 보면서 문득, 파인애플 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애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그 장면에서 나도 문득 그 화자처럼 파인애플 나무를 끌어안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 하나씩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는 즐거움, 느끼는 기쁨, 호기심의 해소, 흥분과 갈등의 미학, 강한 끌림 등 다 말하기 힘들지만..이렇게 감성 한 부분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순간도 무척 설레다.

그 설렘을 그냥 반갑게 맞는다면 다른 어색함쯤은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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