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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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만 들어선 무협작가같은 탁목조님의 무늬는 판타지 소설인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입니다. 앞부분만 조금 읽고 덮어두고 있었는데, RPG, 특히 WOPW를 근간으로 한 소설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시 읽어봤더니 정말 그런 면도 있네요.

제 목의 무르무르라는 것은 일곱번째 달에 살고 있는 종족 이름입니다. 일곱번째 달에는 여러 종족이 있고, 종족별로 사고방식과 신체적인 특징이 다르며, 대부분이 (아마도) 수렵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이 스포러가 태어나서 수렵단체중 하나인 모둠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내용을 주로 묘사합니다. 다양한 종족을 만나고,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또 무르무르라는 자신의 특색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종족의 특징을 묘사하고, 생활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인 스포러의 여행부터가 적당한 상대를 만나면 아이를 가진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목적이 없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인지 무척 흐릿했습니다. 첫 시작에 일곱번째 달의 의미를 알려주고, 스포러는 모르고 있지만 모둠의 여행에는 어떤 목적이 있다는 식으로 계속 언질은 주었으나, 주인공이 모둠의 목적에 거의 관심이 없다보니 그의 시선을 따라 여행을 해야하는 독자로서는 한 권 내내 배경 설명만 듣다가 책장을 덮은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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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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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글도 무척 재미있게 쓰네요. 현재 일본이 갖고 있는 불행의 원인을 정치, 가정, 사회면에서 적당히 골라서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도모하는 책입니다. - 라고 요약하면 엄청 재미없는 책인 것 같은데, 그 불행의 원인을 조금 삐뚤어진 눈으로 바라보며 어처구니 없다 싶을 정도로 과격한 해결책을 내놓아 읽는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 한 예시로 질풍노도의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해 (일본은 미성년자 보호법때문에 미성년자의 흉악범죄가 꽤 심한가봐요) '17세 법'을 만들어서 17세인 1년간은 어딘가 가둬버리자는 둥,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를 줄이기 위해 전철이나 관공서에 아이를 기증(?)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등.

가 깝고도 먼 나라라더니 현상을 조금씩 달라도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 예를 들어 핵가족이 되며 극심한 과보호라던가, 미국과의 미묘한 정치관계 같은 큰 줄기만 봐서는 한국사회에서도 한 번쯤은 논쟁이 되던 문제가 많아서 와닿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조금 심하다 싶은 해결책을 내놓은 뒤에는 '이렇게 말하면 잡혀가겠지.' 와 같은 짧은 사족을 달아 불편해지는 기분을 편하게 풀어주고, 대단한 일에는 대단하다고, 싫은 일에는 싫다고 솔직하게 글을 풀어내어 읽기가 무척 편했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책을 당당하게 출판하다니... 작년에 뜬 불온서적 목록때문에 한동안 시끌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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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1
조 홀드먼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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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야기는 별로 안 좋아해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알라딘 반값과 휴고상의 이름에 힘입어 읽기 시작한 책. 잡지에서 연재한 글을 모아서 정리한 책이고,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반전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오오 전쟁 좋아 >ㅁ< 군인 멋져 >ㅁ< 대포와 총기 훌륭해 >ㅁ<' 따위의 황당한 반응을 하는 사람도 틀림없이 있으리라).

만델라 일병에서 소령, 그리고 제대 후까지 한 개인의 삶을 따라가며 쓴 이 글은, 전쟁의 당위성등 개념적으로 전쟁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고, 그 때, 그 장소에 있던 개인의 감정과 행동을 묘사하며 글을 진행한다. 지겹게 들은 군대 이야기덕에 첫 몇장은 반감을 갖고 읽을 수 밖에 없었지만, 앞부분을 넘기면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휩쓴 이름에 걸맞게 재미있었고, 또 무척 씁쓸했다.

작가서문과 해설도 무척 좋으니 빼먹지 말고 꼭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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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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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어른으로 성장해 딱 1년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칼키. 그는 반야경을 지키는 천인 교, 그녀의 화신 여의와 함께 정각당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반야경을 빼앗으려던 이들이 교를 납치하고, 칼키는 교를 찾기 위하여 인간 세계로 나간다.

(스포일러 주의)

최 근 본 책 중에서 광고와 본문의 괴리가 가장 큰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자가 인간의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어찌보면 철학적인 의문이 광고의 주된 내용이었는데, 실제 글은 그런 의문을 일으키기보다는 칼키가 교를 구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을 보며 RPG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교의 신(혹은 부처)과 용어를 현재와 비슷한 모습의 세계에 비추어낸 자잘한 소재와 용어는 재미있었어요. 특히 인드라망(인터넷)에 모뎀이라는 새(실제로는 그냥 기계)로 접속을 해서 연락을 주고 받는 모습이 불교가 바탕이 된 세계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 친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인드라의 그물에 얽힌 유리구슬의 비유를 들어, 칼키가 있는 세계를 비유한 것도 괜찮았습니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선뜻 말을 꺼내기는 힘든 것이, 우선 등장인물에게 공감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ㅠ_ㅠ 1년만에 성장했다고 보기엔 상식과 지식이 너무 풍부한 칼키와, 갑작스레 마음이 바뀌는 여의등 주요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을 따라가기엔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에서도 일이 깔끔하게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뜬금없는 결말에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라고 대놓고 시작하던가, 아니면 칼키의 모험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도 좋았을 것을 괜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욕심부리다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된 것 같아 아쉽네요.

+ 그런데 이 분 정말 MMORPG(혹은 패키지 RPG, 아님 TRPG?) 좋아하시나? 선업점수를 쌓는다는 대목에서 경험치 올려서 렙업하는 장면이 떠올라 풉- 하고 웃었다.
+ 직전에 동일한 주인공을 소재로 대놓고 먼치킨 소설을 써버린 <신들의 사회>를 읽어서인지, 더 비교가 되더라 (죄송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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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회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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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회>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를 참 많이 갖춘 글이다. 인도의 신, 불교, 거기에 적당한 영웅주의와 사회를 바꾸어 보겠다는 혈기 넘치는 이들을 함께 끼워넣었으니 줄거리만 읽고 혹해서 책을 집어든 스스로를 탓하지는 말자며 위로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들의 사회>는 어딘가 불편했으니까.

<앰버 연대기>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읽으며 느꼈던 그 묘한 불편함의 원인을, 오히려 좋아하는 소재를 끌어모은 <신들의 사회>를 읽으면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껏 읽었던 젤라즈니의 글은 항상 '강한 자'가 글의 중심에 서 있고, 그의 시선을 따라 일이 진행된다.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 대적하게 될 적, 심지어는 등장하는 가장 약한 자마저 그들이 있는 세계에서는 신의 영역에 속한 자이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소수에 속해 있었고, 속해 있고, 속할 예정이다. 강한 소수일 때도 드물게 있었지만, 대부분의 소수는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약자일 경우가 많다. 강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납득해도, 동시에 소수의 불편함을 몸으로 느껴왔기에 소수의 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러니 불편할 수 밖에. 젤라즈니가 묘사하는 태초부터 강한 신 보다는, 신들의 사회에서 가장 아래에 속해있을 어떤 자의 이야기를 바라며 책장을 펼쳤으니. 아아 역시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젤라즈니. 소재를 멋지게 버무린 그의 발상과 글에는 감탄을 표하지만, 이렇게 뒷맛이 나쁠줄이야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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