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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회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신들의 사회>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를 참 많이 갖춘 글이다. 인도의 신, 불교, 거기에 적당한 영웅주의와 사회를 바꾸어 보겠다는 혈기 넘치는 이들을 함께 끼워넣었으니 줄거리만 읽고 혹해서 책을 집어든 스스로를 탓하지는 말자며 위로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들의 사회>는 어딘가 불편했으니까.
<앰버 연대기>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읽으며 느꼈던 그 묘한 불편함의 원인을, 오히려 좋아하는 소재를 끌어모은 <신들의 사회>를 읽으면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껏 읽었던 젤라즈니의 글은 항상 '강한 자'가 글의 중심에 서 있고, 그의 시선을 따라 일이 진행된다.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 대적하게 될 적, 심지어는 등장하는 가장 약한 자마저 그들이 있는 세계에서는 신의 영역에 속한 자이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소수에 속해 있었고, 속해 있고, 속할 예정이다. 강한 소수일 때도 드물게 있었지만, 대부분의 소수는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약자일 경우가 많다. 강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납득해도, 동시에 소수의 불편함을 몸으로 느껴왔기에 소수의 편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러니 불편할 수 밖에. 젤라즈니가 묘사하는 태초부터 강한 신 보다는, 신들의 사회에서 가장 아래에 속해있을 어떤 자의 이야기를 바라며 책장을 펼쳤으니. 아아 역시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젤라즈니. 소재를 멋지게 버무린 그의 발상과 글에는 감탄을 표하지만, 이렇게 뒷맛이 나쁠줄이야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