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의 그물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태어나자마자 어른으로 성장해 딱 1년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칼키. 그는 반야경을 지키는 천인 교, 그녀의 화신 여의와 함께 정각당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반야경을 빼앗으려던 이들이 교를 납치하고, 칼키는 교를 찾기 위하여 인간 세계로 나간다.

(스포일러 주의)

최 근 본 책 중에서 광고와 본문의 괴리가 가장 큰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자가 인간의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어찌보면 철학적인 의문이 광고의 주된 내용이었는데, 실제 글은 그런 의문을 일으키기보다는 칼키가 교를 구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을 보며 RPG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교의 신(혹은 부처)과 용어를 현재와 비슷한 모습의 세계에 비추어낸 자잘한 소재와 용어는 재미있었어요. 특히 인드라망(인터넷)에 모뎀이라는 새(실제로는 그냥 기계)로 접속을 해서 연락을 주고 받는 모습이 불교가 바탕이 된 세계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 친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인드라의 그물에 얽힌 유리구슬의 비유를 들어, 칼키가 있는 세계를 비유한 것도 괜찮았습니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선뜻 말을 꺼내기는 힘든 것이, 우선 등장인물에게 공감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ㅠ_ㅠ 1년만에 성장했다고 보기엔 상식과 지식이 너무 풍부한 칼키와, 갑작스레 마음이 바뀌는 여의등 주요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감정을 따라가기엔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에서도 일이 깔끔하게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뜬금없는 결말에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라고 대놓고 시작하던가, 아니면 칼키의 모험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도 좋았을 것을 괜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욕심부리다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된 것 같아 아쉽네요.

+ 그런데 이 분 정말 MMORPG(혹은 패키지 RPG, 아님 TRPG?) 좋아하시나? 선업점수를 쌓는다는 대목에서 경험치 올려서 렙업하는 장면이 떠올라 풉- 하고 웃었다.
+ 직전에 동일한 주인공을 소재로 대놓고 먼치킨 소설을 써버린 <신들의 사회>를 읽어서인지, 더 비교가 되더라 (죄송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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