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찍이 썼던 리뷰는 써버 오류에 의해 날아가버리고, 이제 그 리뷰의 남은 흔적을 모아 봅니다. ㅠ.ㅠ
‘이경자’ 라는 작가는 조금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고 해서 무의식적으로나마 내가 피하고 있던 작가였다. 하지만 단편소설 하나쯤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하였다. 솔직히 양귀자 씨의 ‘모순’ 이외에는 이 책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고 이름마저 생소했었다. 한국 소설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던 게 그 이유다.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 한국 근·현대 문학전집인가 하는 아주 두꺼운 50권짜리 전집에서 소설부분만 쏙쏙 빼서 읽은 적이 있었다. 70년대 나온 전집이다 보니 근·현대라고 해봐도 나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시절의 이야기들이었고 나의 일, 우리 시대의 일이라기 보다는 그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80년대, 90년대의 이야기들마저 생소하게 다가오니 좀 당황스러웠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크지도 않은 한국 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글들이 나에게는 생소한 느낌만을 준다는 것은 그리 좋은 기분만은 아니었다. 여자 작가들이지만 개인의 내면이나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고(나에게 있는 뿌리깊은 편견 중 하나…) 사회의 문제, 역사의 문제를 같이 제시를 해나가는 글을 읽으면서 나도 조금은 넓은 시선으로 주변을 보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 한편이 흥미로웠다고 하겠다.
그리고 오랜만에 한국 작가의 소설을 읽으니 우리말의 표현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되고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우리말들도 여럿 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친절하게도 책 뒤편에 상당한 분량의 어휘 풀이가 있어서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리뷰는 토막난 느낌이지만… 이 책 속의 글들은 전혀 토막나있지 않고 작가의 성향들을 잘 선택해서 묶은 듯, 각기 특징이 있으면서도 일관된 흐름이 있는 글들의 모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