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햇살도 좋은 금요일 오후, 반차쓰고 나와서는 학교가서 심리검사를 했다. 장장 세 시간에 걸쳐서... 검사받으면서 잘 알고 있다 생각했던 내 모습을 참 많이도 모르고 있구나하는 걸 깨달았고, 검사 결과 해석받으러 가야는게... 약간 두렵다.

02.

   
 

 내 앞에는 한 중년 여인과 딸이 서 있었다. 미술사를 전공한 딸이 어머니와 함께 전시회를 보러온 것 같았다. 둘은 빗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그중의 대화 한 토막이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고흐가 자기 귀를 잘랐다는 그 사람 아니니?"

"문제가 좀 있던 사람이죠."

잠시 말없이 서 있던 어머니가 나지막이 말했다.

"근데,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니. 누구나 그렇지...... ."

실패와 고뇌 속에 탄생한 고흐의 작품들이기에 자기 나름의 실패와 고뇌를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느님의 구두" 중에서

 
   

종일 MMPI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 어느 척도 하나 안 걸리는 게 없다. 내가 미쳤거나 제정신이 아니거나 문제가 이빠이한 사람같단 생각에 우울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누군가에게 문자 보냈더니 한 사람은 오늘도 일한단 소리만하고(미오!) 한 사람은 "문제어신사람이 어딨냐 # $%^&*()@# ㅋ *&#$%@" 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그 문자 보고 생각난 게 저 위의 구절이다. 책 읽다 눈물이 주루루 나온 구절이었는데...그새 까먹고 있었다.

03.

토욜 저녁, 올해 처음 춤명상하러 갔다. 장소를 빌어서 하는거라 올핸 이 주일에 한번씩 하나부다. 몇 달 만에 가서 두 시간 반을 방방 뛰었더니 온몸이 안 쑤시는데가 없다.

04.

금욜 오후 검사 받기 전에 학교 근처 도산공원에 가서 산책을 좀 했다. 맨발로 소나무 밑을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는데 소나무 밑이어서 그런지 발에 끈적거리는 게 뭍어서 떼느라 힘들었다;;; 아 근데 이쁜 꽃이 있어서 찍어왔다. 이름은 몰겠지만...이뿌다. ^^ 요즘은 봄꽃의 알싸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왜 그케 우울하단 느낌이 드는건지, 결국은 봄을 타는거구나. 쩝...

 

연두빛 잎을 뚫고 오는 햇살과 하늘도 좋다.

자자... 담주도 잘 살아보는거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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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2008-04-2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부분 기억나요- 전 결국 며칠전에 그 책 다 읽었었거든요
고흐전에 갔던 기억도 나면서, 그 때 이해했던 고흐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마음으로
고흐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해적오리 2008-04-21 16:25   좋아요 0 | URL
역시 그림은 원본을 봐야한단 걸 다시금 느낀 전시회였던 거 같아요.
근데 사람 진짜 많더군요....
두번 댕겨왔는데 두번짼 사람들 뒤통수만 본 기억이...^^;
키 작은 이의 설움을 여실히 느꼈어요.

무스탕 2008-04-2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흐전을 봤어요. 고흐는.. 참 많은 말을 하고 싶었던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말을 하고 싶은데 그 욕구만큼 분출해 내지 못해서 속에서 응어리가 져서 그림도 시원스래 펼쳐지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고흐의 인물화는(자화상이든 타인을 그린 그림이든) 눈(目)을 그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 같았어요.

해적님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은 물론 달나라 고요의 바다에도 맘껏 풀어 놓으시지요 :)

해적오리 2008-04-21 16:28   좋아요 0 | URL
전 강렬한 색감이나 붓터치를 좋아한답니다. ^^
눈은...자화상의 눈만 기억이 나는군요.

요즘 요넘의 해적은 그 많은 바다를 다 놔두고 '봄타는 바다'(들어는 보셨나요?)를 헤매고 있다죠? ^^

무스탕님의 봄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