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차대전중 벌어진 독일의 코번트리 공습 직후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번트리 공습은 전쟁사가들이 자주 꼽는 처칠내각의 미스터리였고, 이야기는 시공을 넘나드는 시간여행 과학픽션이다. 소재로만 보면 오른팔을 번쩍 치켜든 대체역사물, 혹은 사방에 피떡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분대장이 독자들을 모아놓고 개인화기를 나누어 준뒤 마구 등을 떠밀것만 같은 본격 밀리터리물이다. 그리고 물론, 이 책처럼 통쾌한? 연애이야기나 구석구석 카메오들이 득실거리는 문학사적 시트콤이 될 수도 있다.   

   

코니 윌리스가 요구하는 영국 근대인문학과 시대상에 대한 디테일한 지식이 없이는 이 시트콤에서 제대로 웃기 힘들겠다. 시트콤은 게다가 빠른 전개와 과장된 연기가 생명이 아닌가. 저자도 역시 수다폭탄을 퍼붓는 수준이다. 물론 정밀폭격이다. 피폭자에게 '주교의 새 그루터기'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생각할 시간따윈 없거나, 주교의 새 그루터기가 뭘까에 한번 필이 꽂히면 읽는 내내 그 생김새를 추론해 내느라 2차대전의 역사가 바뀌는 줄도 모른다는 뜻이다.  무리한 시간노동으로 시차적응에 실패한 등장인물들이 여기저기 정확한 위치에서 헤롱거리다보면 이야기가 마무리될 시점에서 거의 잊고 있었던 시간여행 미스터리가 풀린다. 이 상황을 뭔가에 굳이 비유하자면,,시험시간이 다 지나도록 감독관은 들어오지 않아 수험생들은 자리들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는데,,,뒤늦게 허겁지겁 들어온 감독관이 대뜸 답안지부터 나눠주는 식의 결말이랄까. 수험생들의 수다는 정말 즐거웠지만 시험결과는 조금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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