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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작가 - The Ghost Writ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로만폴란스키는 왜 여아성관계를 가졌을까? 십년전 벌어진 전부인 살해사건이 그의 정신을 병들게 한걸까 아니면 원래 그냥 로리콘의 자질?이 있었던 걸까. 원인이야 어찌됐든 차이나타운의 반전이나 나스타샤 킨스키와의 연애사를 보면 그가 그 방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폴란스키는 가석방중 '도주'를 했다. 그냥 겁이 더럭 나서 그런걸까. 붙잡히고 나서 징역을 살게 될 생각을 하니 그 십년전 비극의 기억으로부터 미국에 대한 서운함을 느꼈던건지도 모를일이다. 헐리웃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내가, 더군다나 이나라에서 끔찍한 경험까지 해야했던 사람인데, 외로운 차에 개나소나 다하는 약물 좀 쓰고, 어리기는 하지만 합의하에 관계를 했다는데 이렇게까지 무도한 취급을 당해야하나 싶었던걸까. 아니면 최근의 에블린 솔트에 이르기까지 반복누적된, 오명을 벗기위해선 일단 튀고 보자는 식의 지극히 미국(영화)식 사고방식이 작동한 것일까.
수배자라기엔 너무나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알찬 30년을 보내고 결국 다시 미국의 품에 돌아온 폴란스키는 오명을 벗기는 커녕 그냥 붙잡혀왔다고 한다. 과거 빨갱이로 낙인찍힌 채플린도 세월이 흘러 평생공로상의 영예와 함께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그 굴레를 벗었던 바 있는데 말년의 폴란스키는 그런 운도 없나보다. 피아니스트로 오스카를 수상했을때 들어왔더라면 상황이 나았을까?
어쨌든 미국가권력이 선빵을 날렸고 이제 영화권력이 반격을 할 차례. 1차로는 유수한 영화인들의 무죄서명 쓰나미가 지나갔다. 2차로는 영화의 소비주체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작전이 개시된다. 즉 가택연금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폴란스키가 그의 수족이기를 자처한 영미권의 유명 영화인들과 함께 영/미사법권을 무너뜨리기(적어도 흠집을 내기) 위한 영화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것이 바로 유령작가.
폴란스키는 지난 30년동안 자신이 범죄자임을 늘 일깨워주었던 두 국가- 영국과 미국에 리모콘을 향하고는 원격조종 크로스펀치를 날린다. 국제형사재판소를 들먹이며 팍스아메리카나의 오래된 치부를 건드리고, 영미를 제외한 세상의 대부분은 자신을 범죄자로 대하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것이다. 진실을 알아내고는 작지만 통쾌한 쪽지질을 한뒤 득의만만하게 잔을 들어올리는 순간의 맥그리거는 유령작가가 아닌 유령배우가 된다. 하지만 꿈을 꾸는걸까. 펀치는 시간을 거스르느니만 못하게 느리고 그 위력은 바짝 긴장했던 상대에게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과거 악마의 씨와 차이나타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젠 더이상 극도로 단순화 된 미장센에서 본질을 집어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아닌것 같다. 물론 배우와 스텝은 거장에 대한 경의와 예술에의 신념을 담아 최선의 영화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된다. 연극적 운치와 거장의 '격'은 충분히 느낄수 있으니 말이다. 으리으리한 의장용 칼집에서 뽑아든 과도처럼, 영화가 다소 허무한 소품이 된 것이 색깔이라면 색깔이고 아쉽다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