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폴 포트 평전 - 대참사의 해부 ㅣ 역사 인물 찾기 26
필립 쇼트 지음, 이혜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대량학살, 인종청소사의 콜드케이스 캄보디아. 캄보디아 비극의 전반전은 상식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었다. 식민지배의 끝물, 국내외 정치적 혼란의 와중에 패권국가 미국의 기록적인 폭격으로 인해 기록적인 대량살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깨진 깡패국가의 분풀이가 새삼 놀라울 것도 없다. 이미 2차대전을 종식시킨 두개의 폭탄으로 미국백인들이 유색인종-특히 동양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명백해졌으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킬링필드의 희생자 수 200만 명 중 3분의 1이상은 이때 희생된 것이라 한다.
헌데 후반전은 봉건군주제와 식민치하, 자본주의와 공상적 사회주의가 한꺼번에 뒤엉키면서 생긴 캄보디아의 발작, 자해극으로 전개된다. 어떻게 이런게 가능했을까? 경악을 불러오는 내성적인 난도질이 시작된다. 캄보디아는 결벽증에 걸린 공산군벌-크메르루주을 중심으로 끝없는 자기의심과 자아비판의 나락으로 치달았다. 처음엔 자신의 불결한 손가락을 모두 끊어내고, 자신의 오염된 손발을 자르고 자신의 병든 내장을 적출해내며, 내 양분을 빨아먹는 태아를 끄집어내고, 자신의 벌레먹은 치아를 모두 뜯어낸뒤 자신의 썩은 눈알을 도려내고 자신의 마비된 심장을 파낸 뒤 마침내 자신의 멍청한 뇌를 갈라냈다. 순수한 자신, 공상적 자아, 궁극의 앙카르를 향해 캄보디아는 자신의 모든 '불순물'을 제거해갔다.
캄보디아는 글로벌한 외면속에 마치 덥고 습한 여름날의 불쾌한 악몽인 양 서서히 휘발되어가고 있다. 이념의 도마위에 칼날처럼 휘둘러지다가는 그 도마가 치워진 지금, 밑도 끝도 없는 정신착란의 판타지로 회자되고 있다. 차도로 뛰어든 야만스런 짐승의 운명처럼, 끔찍하게 방치된 채 사망의 경계를 향해 무한수렴하고 있다. 세계 최빈국 캄보디아- 비극끝에 다다른 느닷없는 무소유의 진짜이름-는 차고도 넘치는 풍요의 시대에 신의 부재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지옥의 아이콘이 되었다.